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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배춘희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12명이 일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대해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린 8일 서울중앙지법에서 김강원 변호사가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고 배춘희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12명이 일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대해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린 8일 서울중앙지법에서 김강원 변호사가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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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니 이런 일도 있네요. 너무 좋습니다."

지난 8일 '위안부 소송' 판결에서 서울중앙지법이 할머니들의 손을 들어주자,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터뜨렸던 일성이다. 식민지시절 너무나 치욕스런 곤욕을 치른 뒤 수십년 만에 조국의 법원에 소송을 내, 무려 7년반 만에 거둔 쾌거에 자연스레 흘러나온 감동의 목소리다.(관련기사 : 법원 "일본, 위안부 피해자 12명에게 1억씩 배상해라")

그러나 양국의 정치권과 학계, 언론계에서는 강제징용 판결 문제로 그렇지 않아도 최악이라는 한일관계가 더 싸늘히 얼어붙게 됐다고 걱정이 크다. 일각에선 양국 관계의 '파탄'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한일 관계 전문가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파탄날 일이 없다"고 말한다. 그리고 "기업이 대상이었던 강제징용 문제와 달리 이번 판결은 대상이 국가이기 때문에 더 심각하다"면서도 "오히려 해결이 더 빠를 수도 있다"고 말한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10일 호사카 교수가 왜 그렇게 낙관적으로 생각하는지 들어보기 위해 전화 인터뷰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일본군에 의한 반인도적 범죄라는 사실을 명확히 한 판결"
 
호사카 유지 교수는 “기업이 대상이었던 강제징용 문제와 달리 이번 판결은 대상이 국가이기 때문에 더 심각하다”면서도 “오히려 해결이 더 빠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호사카 유지 교수는 “기업이 대상이었던 강제징용 문제와 달리 이번 판결은 대상이 국가이기 때문에 더 심각하다”면서도 “오히려 해결이 더 빠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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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판결의 의미를 평가한다면?
"판결 그대로라고 할 수 있다. '주권면제'의 원칙(주권이 있는 나라를 다른 나라의 법정에 세울 수 없다는 국제법의 관습적 원칙)이 이번에는 적용되지 않았다. 위안부 문제 자체가 일본 정부, 일본군에 의한 반인도적 범죄였다는 것을 명확히 인정한 것이다."

- 일본은 '주권면제'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데 대해 '비상식적이다', '결코 수용할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 2004년 나치독일에 의한 강제징용 피해자가 제기한 소송에 대해 이탈리아의 법원이 배상을 결정하는 판결을 내렸지만 국제사법재판소(ICJ)로 넘어가서 주권면제가 인정된 적이 있긴 하다. 일본이 그것을 보고 주권면제를 주장하는 것 같지만 독일은 그래도 피해자들 개인에 대해 반성과 배상을 하고 있었다. 그에 비해 일본은 그렇지 않다. 2015년 한일 위안부합의도 형식적인 것이었고, 그 이후 일본 정부의 망언들이 이어졌다. 특히 아베 신조 전 총리는 합의가 결정된 2015년 12월 28일 이후 불과 3주 만에 일본 국회에서 위안부를 강제 연행했다는 증거는 없다고 얘기했다. 그렇다면 합의에서 피해자들의 명예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말 자체가 거짓말이 되는 것이다. 그런 인식을 지금의 일본 정부도 이어받고 있다."

- 강제징용 판결 때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1965년 청구권협정으로 끝났다고 주장한다.
"90년대가 되어서야 불거진 위안부 문제가 1965년 청구권협정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은 일본 정부 스스로도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말이 안되는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소녀상이 계속 설치되는 것도 일본이 위안부 문제에 대한 진정한 사과와 반성이 없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특히 최근 독일 베를린 미테구 구의회가 소녀상의 영구설치를 결정하지 않았나. 이번 판결도 그런 현상과 다 연결되는 것이다."

"돈 문제는 해결, 일본 정부가 법적 책임만 인정한다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처음으로 승소한 8일 오후 경기도 광주시 나눔의 집에 고 배춘희 할머니를 비롯해 돌아가신 할머니들의 흉상이 세워져 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처음으로 승소한 8일 오후 경기도 광주시 나눔의 집에 고 배춘희 할머니를 비롯해 돌아가신 할머니들의 흉상이 세워져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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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쪽의 일부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이번 판결로 한일관계가 파탄날 것이라고 한다. 정말 그럴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 구체적으로 파탄이 뭐냐는 데 대해 그들이 추상적으로 얘기하지 말고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파탄이라고 한다면 단교 혹은 그에 가까운 수준으로 보복조치를 한다는 것 아닌가. 스가 정권의 성격상도 그렇지 않겠지만 실제적으로도 그리될 가능성이 별로 없다. 이번 판결 결과 배상에 응하지 않으면 일본 정부의 자산을 동결해서 매각하는 절차에 들어갈 수 있긴 하지만 일본 정부의 자산중 대표적인 것은 대사관이나 영사관 건물 아닌가. 이것이야 말로 주권 침해가 되기 때문에 매각 대상에서 제외될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매각할 수 있는 일본 정부의 자산이 뭘까. 아마 없을 거다."

- 일본에 실질적인 피해를 줄 가능성이 없으니까 파탄까지 갈 일은 없을 것이다?
"그 뿐 아니라 이번에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모테기 일본 외상과 통화해서 '과도한 반응을 자제하라'고 주문했지 않나. 한국 외교부의 입장은 앞으로 해결책을 모색하겠다는 입장인 것이다. 아마 강제징용 문제와 비슷한 움직임으로 갈 것이다. 물론 강제징용 문제는 상대가 국가가 아니고 기업인데, 이번에는 상대가 정확하게 일본 정부라는 면에서 차별성이 있다. 그래서 더 심각하다고 할 수는 있지만 그런 만큼 한국 정부도 신중하게 움직일 것이라고 본다. 사법적 판단에 개입할 수 없다는 명분은 그대로 지키겠지만 이번에도 한국 정부가 간접적으로 많이 완화정책을 쓸 것으로 생각된다."

- 완화정책이라면 가령 정치적으로 풀 것이라는 얘기 말인가.
"좀 지켜봐야 알겠지만, 한국 정부가 2015년 위안부 합의 부분을 어느 정도 평가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번에 나온 외교부 대변인 논평을 보면 위안부 합의가 불법이 아닌 공식적으로 맺어진 것이라고 돼있다. 그 합의도 금전적으로는 10억엔(약 100억 원)을 받은 것으로 피해자 1인당 1억원씩 주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돈의 성격이 그냥 위로금이고 일본 정부는 법적인 부분을 인정하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였다. 그런데 이번 판결엔 위안부문제는 법적으로 전쟁범죄라고 규정했다. 반인도적인 범죄라서 시효나 개인청구권 소멸은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내 의견은 이번 판결과 2015년 위안부합의를 종합적으로 놓고 판단하면, 우리 정부가 일본정부에게 돈을 추가로 낼 필요는 없고 법적 책임만 인정하라고 할 수도 있다. 피해자 할머니들도 그에는 찬성할 것이다. 그분들도 지금까지 줄곧 법적 책임을 인정하라고 일본 측에 요구해왔다."

- 돈은 이미 받아놨으니 일본 정부는 법적 책임만 인정하면 된다?
"그렇다. 물론 법적으로 그게 가능할까 하는 부분이 남아있긴 하다. 법원의 판결하고 위안부합의를 연결시킬 수 있는지 말이다. 그러나 일본이 동의한다면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 물론 가장 큰 문제는 일본이 법적 책임을 인정한 적 없다는 것이다. 이것이 핵심인데, 그래도 문제를 해결하려면 이런 식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본다. 평행선이 계속되더라도 파탄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다. 금전적 손해가 없으니까. 금전적 손해가 더 큰 화를 일으키는 부분이다. 법적 책임은 인정하되 돈은 필요없다고 한다면 한국 정부의 국제적인 호소력이 더 커진다. 역사적으로 이런 부분에 법적 책임을 인정한 적은 없다는 식으로 반론하더라도 실질적인 손해를 주지 않고 법적 책임만 호소한다면 오히려 한국이 국제사회에 많은 컨센서스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 교수님은 이전에 설사 한국쪽이 압류자산을 현금화하더라도 일본은 경제사정이 나빠서 강하게 대응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는데 지금도 마찬가지 생각인가.
"그렇다. 설사 일본의 경제사정이 나쁘지 않다 하더라도, 스가 정권은 일단 극우 정권이 아니므로 아베 정권과는 다르다. 스가 정권은 역사문제는 그에 국한시켜 해결하고, 경제 등 나머지는 살리는 투트랙으로 갈 것이다. 역사 문제 하나로 한국을 완전히 악당으로 만들어 지지율도 올리는 작전을 구사했던 아베 정권과는 다르게 스가 정권은 좀 더 이성적인 마인드로 움직일 것이다. 그러나 스가 정권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에 하나의 변수는 한국 때리기로 지지율을 올리려 하는 극우 정권의 흉내를 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겠다. 약간의 변수다. 지금 스가 정권은 여유가 없다."

- 일본 측이 국제사법재판소에 가는 걸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는데. 한국이 동의 안 하면 못하는 것 아닌가. 일본이 이렇게 나오는 이유는?
"한국이 동의할 리 없다. 과거의 사례에서 ICJ에서 주권면제가 인정됐기 때문에 그런 것인데, 한국 입장에서는 그럴 필요가 전혀 없다. 왜냐면 ICJ는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할 때만 가는 건데, 한국은 다툼의 여지가 없다고 보지 않나. ICJ에 관한 뉴스는 일본 국내용 기사라고 할 수 있다. 일본 국민들에게 이런 방법도 있고, 역시 일본의 주장이 옳다는 식으로 인식시키기 위한 견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은 위안부합의 파기 안해... 일본이 협의 외면해온 것"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29주년 1,473차 수요시위’가 열렸다.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29주년 1,473차 수요시위’가 열렸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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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정부와 언론은 2015년 한일 위안부합의를 문재인 정부가 이행하지 않았다며, 문재인 정부가 반일이라서 그렇다고 한다.
"이행하지 않았다는 말은 잘못된 표현이다. 당시 일본이 내놓은 약 100억 원 가운데 이미 약 44억 원은 집행했다. 돈을 받은 피해자나 그 유족이 꽤 있다. 그러니까 남은 56억 원의 집행이 중지돼있는 것뿐이다. 그러나 그것은 합의를 파기한 게 아니다. 한국 정부는 일본과 의논해서 사용하겠다고 정확히 얘기했다. 다만 돈을 집행하는 화해치유재단을 해산시켰지만 그것은 필요 없는 재단유지비가 나가기 때문이었다. 이사들이 다 스스로 그만둬 돈을 집행할 수가 없는데 직원들 월급만 나가지 않나. 남아있는 돈에 대해서는 일 정부와 의논해서 쓰겠다고 표명했다. 그러나 이후 강제징용 판결 문제 등으로 한일관계가 얼어붙었고 아베 정권이 대화를 거부해 현재까지 온 것이다."

- 스가 정권 들어서 상황이 바뀌었다고 평가하나.
"작년 10월부터 한일 정치인들이 오고가면서 방법을 모색하고 있지 않나. 강제징용 문제 해법을 찾기 위한 노력이 스가 정권 들어서 꽤 많이 이뤄졌다. 물론 해답은 아직 안나왔지만 이야기는 하고 있는 것이다. 위안부 문제도 이런 식으로 노력하면 오히려 강제징용 문제보다 해법이 빨리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 한다. 다소 진통이 있더라도 양국관계가 파탄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 한국 정치인들이 거듭 일본에 건너가서 해결책을 논의하는 것이 먼저 고개를 숙이는 것으로 비친다는 여론도 있다.
"고개를 숙이는 차원이 아니라 한일관계를 중시하는 입장에서 하는 것이다. 절대 고개를 숙이는 게 아니다. 아베 정권 때는 화해 움직임 자체가 아예 없었지 않나. 당시는 그쪽이 계속 거부했기 때문에 대화 자체가 이뤄지지 않았다. 스가 정권 이후는 그쪽에서 먼저 사람을 보냈다. 가와무라 다케오 한일의원연맹 간사장과 타키자기 시게키 외무성 국장 등 두 사람이다. 우리는 그에 답례하는 입장에서 간 것이라고 본다. 오히려 스가 정권에서 먼저 한일관계를 방치해선 안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 우리 정부는 어떤 방향으로 대응할 것으로 보나.
"판결 직후 외교부에서 나온 논평을 보면 알 수 있다. 한국 정부는 '2015년 12월 한일 정부간 위안부 합의가 양국 정부의 공식 합의라는 점을 상기'한다고 말했다. 위안부합의를 파기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일본 정부와 협의를 추진해나갈 여지를 보여준다."

"극우 측 반격으로 스가 곤경... 조기퇴진은 안할 듯"

- 아베 전 총리가 벚꽃 스캔들로 궁지에 몰려있었는데, 최근엔 스가 총리가 한달 사이 지지율이 급락(출범때 65%에서 39%로)하는 등 입지가 아주 나빠졌다. 조기퇴진론까지 나오는데.
"스가 총리가 많이 오산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된다. 벚꽃 스캔들에 스가 측이 검찰 정보를 흘렸을 거라는 얘기가 많이 나와있다. 그런데 반대로 이번엔 극우 측에서 스가의 스캔들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스가가 합법적인 정치자금을 모으는 '파티'를 많이 열었는데, 그러나 그 돈이 얼마나 들어오고 얼마나 사용했는지 그도 몇 년간 정확히 기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베가 벚꽃 스캔들에서 정치자금규정법을 위반한 것과 똑같은 게 나온 것이다. 물론 현직 총리라서 수사가 시작되지 않지만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됐다. 또 코로나 때문에 5명 이하로 회식을 해야 한다고 강조해놓고 자신은 8명이 모이는 회식을 한 거나, 자신의 말은 거의 없고 관료들이 만들어준 보고서를 읽어나가는 모습 등으로 총리 자격에 의심을 품는 국민들이 많아졌다. 이런게 코로나 대책의 실패와 어울려서 지지율 폭락으로 간 것이다."

- 그럼 아베가 다시 부상하나.
"그렇다고 아베가 다시 부활할 가능성은 사라졌다. 오는 18일부터 정기국회가 시작되는데 아베를 표적으로 한 야당의 엄청난 질문공세가 기다리고 있다. 사실상 아베의 정치생명은 끝났다고 봐야 한다. 국회의원 선거에 나간다고 하지만 당선될지도 미지수다. 자민당에서도 반아베 쪽은 이런 사람이 나가면 다음 선거에서 당이 패배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 일각에서 나오는 스가의 3~4월 조기 퇴진론은 어떻게 보나.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엄청난 비리가 나와서 스스로 포기한다면 몰라도 이 정도로 법적으로 그만두게 할 수는 없다. 계속 지지율이 하락하면서 9월 자민당 총재 선거까지 갈 가능성이 크다. 물론 이대로라면 다시 스가가 될 가능성은 없고 고노 타로 행정개혁상, 모테기 도시미쓰 외상, 고이즈미 신지로 환경상 등이 부상하고 있다. 지난번 선거에서 스가 총리와 겨뤘던 두 사람 중 기시다 후미오 전 정조회장은 좀 어렵지만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은 물망에 오르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지난번 선거에서 스가를 사실상 옹립한 니카이파가 어디로 움직이는가이다."

태그:#위안부소송, #호사카유지, #주권면제, #위안부, #일본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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