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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이 밝았다. 코로나로 시작한 암울한 한해를 겨우 마무리 하나 싶더니,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마치 어둡고 긴 터널에 갇힌 기분이다.

2020년 1월이 마지막 여행이었다. 집 회사를 반복하며 퇴근 후 웬만하면 집밥을 해 먹었고 저녁 8시가 되면 자연스레 뉴스를 시청하다 밤 10시가 되면 잠자리에 들었다.

그렇게 하루, 일주일, 한 달, 사계절이 훌쩍 지나더니 어느새 한해가 저물었다. 무기력했다.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한 도심거리, 회사 연례행사도 줄줄이 취소됐다. 몸은 편했을지 모르지나 마음은 불편하고 괴로웠다.

마스크로 가려진 표정을 읽을 수 없으니 주변 사람들 모두 감정이 없어 보였다. 나 역시 집 안에서 몇 발자국 움직이는 걸 제외하곤 스마트폰만 주구장창 쳐다보며 시간을 죽이고 있었다.

2020년 마지막 달력을 뜯었다. 연휴를 맞이한 긴 주말, 대청소를 시작했다. 책상 서랍 속을 뒤지다 먼지 쌓인 수첩 하나를 발견했다.

'2020년 해야 할 것!' 첫 장을 넘기자 메모지 한쪽을 가득 채운 목록들이 적혀있었다. 손가락으로 세어보다 그만 포기했다. 사소한 것들인데도 어째 이룬 게 하나도 없다.

시도한 게 없으니 당연한 결과이다. 그래도 생계를 위해 회사 하나는 정말 성실히 다녔다. 자체 방역도 나름 열심히 했고… 변명거리를 찾다 그만 '큭' 하고 웃음이 터졌다.

휘영청 달 밝은 밤, 겨울바람에 온몸을 부딪히며 산책길을 나섰다. 곰곰이 생각했다. 지금 같은 무기력과 불안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나는 과연 무엇을 해야 할까?

'그래. 일기를 쓰자. 매일 반복되는 일상도 글 속에선 뭔가 다를 거야. 무뎌진 감각도 살리고 그 속에서 색다른 걸 한번 찾아보자.'

머릿속이 한결 맑아졌다. 나는 오늘도 밀려오는 그것에 맞서기 위해 가장 편안한 자세로 책상에 앉았다. 거창한 건 없다. 하얀 종이 위로 떠 오르는 생각과 느낌을 글로 쓰는 것이다. 덤으로 그림까지 그리다 보면 문득 내가 무언가에 빠져 있음을 깨닫는다. 분명 이것은 즐거움이다.

유튜브에서 수많은 구독자를 보유 중인 홈트의 전설 '땅크부부'의 시작과 마무리엔 꼭 등장하는 말이 있다. 그 구호를 빌려 큰소리로 외쳐본다. '2021년 무기력 폭파.'

태그:#무기력, #폭파, #일기, #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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