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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원중 혁신학교 반대' 대형 그룹채팅방에 올라온 글.
 "경원중 혁신학교 반대" 대형 그룹채팅방에 올라온 글.
ⓒ 채팅방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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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에 있는 경원중이 일부 주민들의 요구로 '마을결합 혁신학교 포기'를 결정하자, 이 활동을 이끈 온라인 대형 그룹채팅방에는 "다른 혁신학교를 막으러 가자"는 취지의 글이 잇달아 올라오고 있다. 서울지역 다른 학교의 교육활동도 학교 밖 인사들에 의해 위기로 내몰릴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이번엔 "◯◯고 혁신 반대에도 화력 보태자"

11일 '경원중 혁신학교 지정 반대' 그룹채팅방에 올라온 글을 살펴봤다. 이 채팅방에는 지난 10일 경원중 학교운영위원회의 '마을결합 혁신학교 운영 취소' 결정 시점을 전후로 승리를 축하하거나 서로를 격려하는 글이 줄을 이었다. 이 채팅방은 한때 850여 명이 참가했을 정도로 규모가 크다.

'다른 학교의 혁신학교 지정을 막자'는 취지의 글도 여러 차례 올라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글을 쓴 이들 상당수는 프로필에 스스로를 '(경원중) 재학생 부모'가 아니라 '지역주민', '예비 (학)부모'라고 적어놓고 있었다. 학교 밖 외부 인사들로 보인다.
 
'경원중 혁신학교 반대' 대형 온라인 그룹채팅방에 올라온 글.
 "경원중 혁신학교 반대" 대형 온라인 그룹채팅방에 올라온 글.
ⓒ 채팅방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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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를 '예비부모'라고 소개한 인사는 "(혁신학교에 지정된) A고도 도와야겠다"면서 "고등이 혁신 가면 어떻게 하느냐"고 적었다. 이에 대해 '지역주민'이라고 소개한 인사는 "B중도 혁신이라는데"라고 적었다. "A고 (혁신학교 반대) 청원 동의했다"는 '지역주민' 글과 "A고 청원도 화력 보태주자"는 '재(학생) 학부모' 글도 보였다.

A고와 B고는 서초지역이 아닌 다른 곳에 있는 학교다. 자기가 살고 있지 않은 다른 지역 학교 문제에까지 개입하겠다는 것이다.

이어 '예비부모'라고 소개한 한 인사는 이번 경원중의 혁신학교 반대 활동에 대해 '감동의 쓰나미'라는 그림을 올리자, '지역주민'이라는 인사는 "이 방을 구심점 삼아 다음번엔 C초와 D고 (혁신학교 반대)로 뭉치자"고 제안했다.

'예비부모'라는 인사도 "D고 정말 두 눈 부릅뜨고 지켜야 한다. 아직 (혁신학교 반대 활동이) 끝나지 않았다"고 적었다. 이에 '재(학생)학부모'라고 자신을 소개한 인사는 다음처럼 대꾸했다.

"아니 그러니까 이 동네 무서우니까 제발 좀 (혁신학교) 꺼지라고... 딴 데 가시라고."

C초는 서초동 근교에 신설 예정인 학교이고, D고도 서초동 근교로 이전 예정인 학교다. 하지만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두 학교에 대한 혁신학교 추진 여부는 논의도 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미리 혁신학교 봉쇄 작전을 벌이겠다'라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처럼 경원중 혁신학교 반대 활동에 나섰던 인사들이 다른 지역에 있는 학교에 대해서도 '혁신학교 반대 활동'에 나섰거나 나서려고 하는 것에 대해 우려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혁신학교가 되면 학력 저하가 되고 전교조 빨갱이 선생이 장악하며 집값이 떨어진다는 이들의 주장은 근거 없는 소리"라면서 "이들이 경원중 혁신학교 반대에 그치지 않고 다른 지역 다른 학교 교육 활동까지 침해하겠다는 것은 외부인들이 눈앞 이익 때문에 교육을 도구화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교조 "다른 지역 학교에도 개입? 막지 않으면 교육 활동 무너져"

김홍태 전교조 서울지부 대변인도 "지역주민이 지역 학교에 의견을 낼 수는 있지만, 지금 경원중 주변 주민들처럼 학교를 겁박하는 것은 교사, 학생, 학부모 교육 3주체의 학교 자치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처사"라면서 "이들이 자기 지역도 아닌 다른 학교 혁신학교 추진 여부까지 개입하고 나서는 상황을 막지 않으면, 학교 교육 활동은 이들 때문에 무너질 수밖에 없다"라고 우려했다. 
 
7일 밤 서울 서초구 경원중 주변에 사는 일부 주민이 이 학교 후문을 에워싸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7일 밤 서울 서초구 경원중 주변에 사는 일부 주민이 이 학교 후문을 에워싸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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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지난 10일 경원중 학교운영위는 가정통신문에서 "마을결합 혁신학교 지정을 공모 절차에 따라 추진했지만, 학부모 및 지역사회와 소통하고 공감하는 데 부족함이 있었다"면서 "이에 마을결합 혁신학교 운영을 취소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오마이뉴스> 확인 결과 이 학교 학교운영위는 10일 오전 '혁신학교 지정 취소 신청 건'에 대해 투표해 재적 위원 11명 가운데 6명이 찬성했다. 반대는 4표였고, 기권은 1표였다.

하지만 이번 학교운영위 결정은 특별한 근거 없이 기존 결정을 정반대로 뒤집은 것이어서 절차상 하자에 대한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당초 지난 9월 경원중 정식 조사에서 학부모와 교사들은 '마을결합 혁신학교' 지정에 각각 69%와 80%가 찬성한 바 있다. (관련 기사 : '학부모 69% 찬성'한 강남 경원중 혁신학교, 누가 반대하나? http://omn.kr/1qtqi). 경원중 학교운영위는 이 조사에 근거해 혁신학교 지정 신청을 결정한 바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11일 "지정 절차에 문제가 없었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런데 경원중 학교운영위가 학부모와 교사들의 의견을 재조사하는 과정도 없이 주민 반발에 밀려 '혁신학교 취소'를 표결로 결정한 것이어서 "혁신학교 운영에 찬성했던 다수의 의견을 무시한 것 아니냐"는 반발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 관련기사
"교장, 나는 너를 죽어서도..." 저주 펼침막에 항복한 교육청 http://omn.kr/1qw6r
강남은 코로나 무법지대?...주민 300명 집회 방치한 경찰  http://omn.kr/1qwfa

태그:#혁신학교 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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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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