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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창흠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이 지난 8월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변창흠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이 지난 8월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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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공공분양) 공급과는 다른 임대, 대안주택을 모색해야겠죠."(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공공이건 민간이건 땅을 팔아 돈을 버는 시대, 차기 국토부 장관으로 내정된 변창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의 소신은 분명하다. 그는 공공이 주택을 공급하면서 땅장사로 돈을 벌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확고하다. 이런 그의 철학과 소신은 부동산 시장 정상화의 물꼬를 틀 수 있을까.  

변 후보자의 이력은 독특하다. 한국도시연구소, 환경정의 등 시민단체와 학계(세종대 교수)를 거쳐, 박원순 서울시장 때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사장으로 공직에 발을 디뎠다. LH 사장을 맡았던 그는 이번에 국토부 장관까지 내정됐다.

과거 발언들... "저렴한 주택 공급이 핵심"

변 후보자는 시민단체 시절 공공 아파트의 높은 분양가를 비판하면서 단순 '공급'이 아닌 '저렴한 주택 공급'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토지임대부 주택 등 공공이 저렴한 가격에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대안도 제시했다. 

변 후보자는 지난 2006년 환경정의 토지정의센터장을 맡았던 시절 <한겨레>에 '저렴주택 공급이 핵심이다'라는 글을 기고했다. 당시 판교신도시와 은평뉴타운 등 공공이 주도하는 대규모 주택 공급이 이뤄지고 있었지만, 아파트 고분양가 논란이 계속되던 시기였다.

그는 이 글에서 "신규 주택 공급이 기존 주택 가격의 상승을 오히려 견인한다면, 주택가격 상승 억제를 위한 유일한 해결책이 주택공급 확대라던 개발확대 논리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아파트 고분양가를 막을 수 있는 공공의 아파트 공급 방식을 제안했다. 토지는 공공이 소유하고 건물만 민간에 분양하는 토지임대부 분양주택, 공공이 분양을 하되 다시 팔 때는 반드시 공공에 되팔도록 하는 환매조건부 주택이 그것이다. 그의 주택 정책 철학이 엿보이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는 "분양가의 절반 수준으로 주택을 공급하되, 토지를 공공이 소유하거나 공공에만 되팔 수 있는 토지임대부 주택이나 환매조건부 주택은 충분히 검토할 수 있는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공공이 토지를 보유하는 형태의 주택 공급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참여연대 등 시민단체가 줄곧 주장해왔던 주택 공급 형태다.

공직 입문 후... "변하지 않았다"

변 내정자는 이후 공직에 입문하게 되지만, 자신의 철학을 정책으로 실현하는 데엔 어려움이 있었다. 그가 거쳤던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등 공기업 사장 자리에서 정부 정책의 방향성을 바꾸거나 제도 개혁을 모색하는 것은 스스로도 한계를 느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지난 2월 위례신도시 등 공공의 땅장사를 문제삼으며 LH 사장이었던 변 후보자를 정조준한 기자회견을 연 직후였다. 당시 변 후보자는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어려움을 토로했다. 환매조건부 주택과 토지임대부 주택 도입에 대한 입장이 "변하지 않았다"면서 그는 "공기업이 정책 결정 위치에는 있지 않으니까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다"고 해명했다.

변 후보자는 당시 "(환매조건부 주택과 토지임대부 주택 도입) 제안을 하고 있는데, 잘 안되는 부분이 있다"며 "환매조건부 주택의 경우 분양가상한제 가격보다 더 낮은 가격에 공급해야 하는데 주택법이 바뀌어야 한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변창흠 주택도시공사 사장(가운데)과 김인제 서울시사회주택센터 자문위원장(오른쪽), 오스트리아 사회주택 ‘자그파브릭’ 설계자인 프란츠 숨니치 베카카 드라이 건축사무소 대표가 지난 9월 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서울주택도시공사에서 만나 주거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목되는 사회주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변창흠 주택도시공사 사장(가운데)과 김인제 서울시사회주택센터 자문위원장(오른쪽), 오스트리아 사회주택 ‘자그파브릭’ 설계자인 프란츠 숨니치 베카카 드라이 건축사무소 대표가 지난 9월 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서울주택도시공사에서 만나 주거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목되는 사회주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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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가 있었던 공기업 사장... 그래도 사회주택 물꼬

성과가 아예 없지는 않았다. SH공사 사장 시절,  그는 분양 위주의 땅장사보다는 공공성을 갖춘 주택 공급에 대해 고민한 결과물을 내놨다. 토지는 공공이 소유하고 운영은 사회경제주체에 맡기는 '사회주택' 공급의 물꼬를 튼 것이다. 최근 김현미 장관이 극찬했던 LH의 호텔개조 사회주택도 변 내정자의 작품이었다.

인사청문회를 거쳐 국토교통부 장관이 된다면 그는 더 큰 권한을 갖는다. 직접 정부의 주택 정책을 결정하는 위치에 서게 돼 핑계를 댈 수도 없다. 하지만 여러 상황이 녹록치만은 않다.

집값 상승세는 문재인 정부 3년 내내 계속되고 있다. 투기꾼들은 규제가 없는 지역에 아파트 투기를 일삼으며 집값 거품을 키우고 있다. 종합부동산세 감면 등 막대한 특혜를 받는 주택임대사업자들은 정작 임대료 상한 등의 의무는 외면한다.

보수언론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시행으로 고분양가 아파트가 부족해 집값이 오른다며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흔들고 있다. '분양가를 높게 못 올려 받게 하니 집값이 오른다'는 앞뒤 안 맞는 논리가 진실처럼 반복되고 있다. 정부는 기존 임대주택사업자 특혜 유지, 민간분양가상한제 핀셋 시행 등으로 신뢰를 잃고 있다.

문재인 정부 임기가 2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이라 변 후보자에게 주어진 시간도 많지 않다. 그럼에도 기대해볼 여지는 있다.

변창흠의 소신, 3기 신도시가 시험대

변 후보자는 지난 4일 장관 개각 명단이 발표된 직후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한 가지만은 분명히 했다. 토지임대부 주택이나 환매조건부 주택 도입을 직접 거론하진 않았지만, 분양 위주의 공공 주택 공급에 대해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그는 3기신도시 등 공공 아파트 공급 방향을 묻자 "토지 공급을 어떻게 할 것인지는 계속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예전 (분양 위주의 공공아파트) 공급 방식과는 다르게 임대와 대안주택 등을 구체적으로 (논의)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도 기대감을 나타냈다. 정세은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실행위원은 "시장이 혼돈스러운 상황이지만, 토지임대부 등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확고한 소신이 있다는 점에서 기대해볼 수 있다"며 "주택 문제를 오래 하셨고, 학계 뿐 아니라 행정 경험도 있기 때문에 추진력도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변창흠 내정자는 현 정부에서 쓸 수 있는 최선의 카드"라며 "토지임대부 등 공공임대 주택 정책에 대한 소신이 확고하기 때문에, 장관이 되어서도 확실하게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국장은 "변 내정자가 토지임대부 등의 주택 정책 철학을 제시했지만 LH와 SH공사 등에서 이런 형태로 주택 공급을 한 것은 극히 일부였다"면서 "장관으로 실질적인 권한이 주어진 상태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태그:#변창흠, #국토교통부, #변창흠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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