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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에 청소년기를 보낸 90년대생들은 참 바빴습니다. 학교에선 PMP에 담아놓은 '인소(인터넷소설)'와 팬픽을 몰래 읽으며 운명적 사랑을 꿈꿨고, 칙칙한 체리 몰딩에 둘러싸인 현실의 방 대신 싸이월드 미니홈피 꾸미기에 열중했습니다. 그 시절, '좋아요 반사'와 '일촌 파도타기'는 하루의 중요한 일과였지요. 엄마는 질색했지만, '얼짱'을 따라 샤기컷을 하고 열심히 돈을 모아 브랜드 옷을 사보기도 했습니다. 돌이켜보면 웃음이 나기도 하지만, 소중하고 낭만적이었던 그 시절을 '추억 팔이' 해봅니다.[편집자말]
 지난 6월 폐지된 개그콘서트의 마지막화. "무를 주세요"라는 대사로 큰 인기를 끌었던 개그맨 박준형씨가 마지막 무대에 올랐다.
 지난 6월 폐지된 개그콘서트의 마지막화. "무를 주세요"라는 대사로 큰 인기를 끌었던 개그맨 박준형씨가 마지막 무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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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동년배들은 일요일 밤이면 <1박 2일>을 시작으로 잠시 <도전 골든벨>을 보다가 <개그콘서트>로 주말을 마무리했지."

90년대생들이라면 모두 공감할 말이다. 90년대에 태어난 나 역시 SNS에 떠도는 이 글을 보자마자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으니. 돌이켜보면 나의 경우 일요일 뿐만이 아니라 일주일 내내 TV 보느라 바빴다. 지금도 그때도 당시 유행하던 TV 프로그램은 다 챙겨봤으니까 말이다. 아마도 이때부터 나의 지독한 TV 사랑이 시작된 것 같다.

밀레니얼 세대라 불리는 20, 30대들의 TV 시청 역사는 꼬꼬마 텔레토비와 방귀대장 뿡뿡이부터 시작된다. 더 정확히 말하면, 나의 TV 사랑의 역사가 이때부터 시작됐다. 우리에게 텔레토비, 뿡뿡이 그리고 짜잔형은 지금의 뽀로로와 펭수 같은 존재였다. 실제로 그때 당시 내 또래 아이들 대부분이 매일 아침 유치원에 가기 전, 필수코스인 것 마냥 <방귀대장 뿡뿡이>를 챙겨봤다.

이렇게 텔레토비와 뿡뿡이를 보고 자란 아이들은 초등학교 입학과 함께 하이킥 시리즈에 입문하게 된다. 나 역시 자연스럽게 <거침없이 하이킥>을 시작으로 <지붕뚫고 하이킥>,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까지 이 모든 시리즈를 다 챙겨봤다.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하이킥 시리즈는 90년대생들 사이에서 아직까지 회자 되고 있다. 지금 봐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그야말로 명작 중의 명작이다. 유튜브에서 편집된 클립 영상은 또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 현재 시점에서 해석된 신선한 자막으로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는 하이킥의 인기는 여전하다.

이 드라마를 빼놓곤 90년대생을 논할 수 없다   

밀레니얼 세대의 레전드 중 레전드 드라마는 단연 <꽃보다 남자>다. "하얀 천이랑 바람만 있으면 어디든 갈 수 있어", "시켜줘, 금잔디 명예 소방관" 등 셀 수 없는 명대사를 줄줄 외울 수 있을 만큼 나를 포함한 90년대생들에게 이 드라마는 학창 시절의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 지금까지도 몇몇 SNS에서 드라마의 장면들이 '짤'로 업로드되면서 또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말도 안 되는 설정이기는 하지만 그 어떤 드라마도 이 드라마를 이길 수는 없을 것 같다. 드라마 시작하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드라마가 끝난 다음 날 학교에서는 친구들과 종일 꽃보다 남자 이야기를 하는 것이 일상이었다. 심지어 남학생 중에는 본인들이 F4라며 드라마 속 주인공을 흉내 내기도 했다. 이렇다 보니 꽃보다 남자, 일명 '꽃남'을 빼놓고 90년대생들의 드라마를 논할 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꽃보다남자> 주인공인 F4의 첫 등장신. 말 그대로 '후광'이 난다.
 <꽃보다남자> 주인공인 F4의 첫 등장신. 말 그대로 "후광"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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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남자>에 이어 전 연령층을 TV 앞에 모이게 했던 드라마가 있다. 바로 <제빵왕 김탁구>다. 지금이라면 불가능하겠지만 그때에는 시청률 49.3%를 기록할 정도로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큰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다. 부모님 따라 보다가 묘한 매력에 빠져 결국 마지막 화까지 챙겨봤던 기억이 있다. 온 가족이 드라마 속 주인공인 '탁구'를 한마음으로 응원하며 봤다. 이때 드라마에 너무 몰입했던 나머지 아직도 배우 윤시윤을 볼 때면 <제빵왕 김탁구>가 함께 떠오른다.

90년대생들에게 추억의 드라마라면 <드림하이> 시리즈도 빼놓을 수 없다. 드림하이는 시리즈물로 두 편 모두 챙겨봤던 만큼 이 드라마는 내 TV 시청 역사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옥택연(2PM), 장우영(2PM), 은정(티아라), 수지(미쓰에이), 아이유 등 아이돌들이 대거 출연하면서 큰 인기를 끌었다.

그때는 잘 느끼지 못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아이돌들은 물론 김수현, 배용준 등 배우 라인업이 굉장했다. <드림하이>는 아이돌 가수를 육성하는 학교를 주제로 했던 만큼 OST가 많았는데 이 노래들은 중독성 강한 멜로디 탓에 지금까지도 노래방에 가면 종종 부른다.

우리를 버티게 하는 힘, 추억

여기까지 내 TV 시청의 역사를 읊어보니 나의 유아 시절부터 10대 시절을 TV 프로그램만으로도 설명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다 보니 그때 그 시절 TV 프로그램을 떠올리며 추억팔이를 한 것 같지만 이 글을 쓰는 내내 꽤 행복했다.

올해는 유난히 '추억팔이'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갑작스러운 팬데믹으로 떠나지 못하는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과거 여행 사진을 보며 추억하거나, 또 재미있던 예전 TV 프로그램을 돌려보거나, 또 오래전에 즐겨들었던 음악을 들으며 그 시절을 추억하거나.

이렇듯 '과거'를 추억하는 것은 새로운 '현재'를 살아가는 데 큰 원동력을 준다. 어느 드라마의 대사처럼 우리는 힘들 수밖에 없는 지금의 시간을 버티기 위해 좋았던 시절을 추억하는 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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