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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전 서울역 매표소에 추석 승차권 예매일 변경 안내문이 전광판에 표시돼 있다.
 2일 오전 서울역 매표소에 추석 승차권 예매일 변경 안내문이 전광판에 표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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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흰 하늘이 두 쪽 나도 가야 해요."
"그래도 제사는 지내야 한데요."
"큰 댁에 모일 것 같아서 걱정입니다."
"시댁이 문제입니다. 아무 말씀이 없으세요."


최근 포털사이트 지역 맘카페에는 '추석에 시댁이나 친정에 갈 거냐'라는 질문들이 올라오고 있다. '가지 않는다'는 반응이 상당수지만, 남편이나 시댁의 고집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가야 한다는 댓글도 드물지 않게 보인다. 시댁이 가까운 경우에는 눈치가 보여서 갈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도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중대본)은 지난 6일 '추석 기간 이동 자제'를 권고하고, 추석 연휴인 9월 30일부터 10월 4일까지를 특별방역기간으로 정해서 사회적 2단계 거리두기에 준하는 방역조치를 적용한다고 밝혔다. '철도승차권 판매비율 50% 제한', '온라인 성묘 시스템 마련' 등도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정작 이동제한 조치 등은 고려하지 않는다고 밝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제사 지내기 위해 명절 모임 참석 강요도... 정부가 지침 내려야"
 
 부산 금정구 영락공원에서 성묘객들이 조상묘에 벌초를 하고나서 절 하고 있다. (자료사진)
  부산 금정구 영락공원에서 성묘객들이 조상묘에 벌초를 하고나서 절 하고 있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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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현 무소속 의원은 지난 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님께 묻습니다>라는 글을 써서 정부의 방역대책을 촉구했다. 그는 "(추석에) 국민들은 고향갈 준비를 해야 할지, 아니면 집에 머물러야 할지 갈팡질팡하고 있습니다"라며 "추석의 민족대이동에는 별다른 방역 대책이 필요없는 건가요?"라고 썼다.

윤 의원은 "감염병 예방법 49조는 방역 당국이나 지자체가 감염병 예방을 위해 교통을 차단할 수 있다는 이동 제한까지 규정하고 있다"라며 "정은경 본부장님이 국민에게 신속하게 답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대로 추석 때 가족친지가 모여 둘러앉아 안심하고 송편을 나눠먹어도 괜찮습니까?"라며 글을 마쳤다.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지난달부터 이동 제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청원이 올라왔다. 지난 8월 17일에 올라온 <추석 명절 기간 록다운과 장거리 이동 제한 조처가 필요 합니다>라는 청원에는 약 20일동안 5만5천명이 참여했다. 

청원자는 "코로나로 인해 이러한 명절 활동을 자제 하고 싶어도, 주위 어른들, 부모들이 보수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집이라면, 제사를 지내기 위해 명절 모임 참석을 강요 하는 예도 많다"라며 "추석 명절 시즌을 통해 코로나19가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를 드러냈다.

이어 "추석 명절 기간 동안 정부에서 확실한 지침을 내려야 하며, 일부의 비난이 있더라도, 공익의 차원에서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우한에서 번진 코로나19가, 중국 설 연휴를 기점으로 중국 전역 및 전세계로 확산된 것을 상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각종 SNS 등에서 누리꾼들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통해 힘들게 확진자 수를 줄여놓았는데, 추석을 계기로 다시 전국적 대유행이 발생하지 않을지 우려를 표하고 있다. 무증상 감염자들이 가족모임 등에 참여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정부의 '권고'는 강제조치가 아닌 만큼, 연휴 기간 동안 이동과 모임에 대한 경계심이 누그러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동 제한은 무리수"... "권고만이라도 적극적으로"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이 지난달 25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코로나19 대응 정례 브리핑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이 지난달 25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코로나19 대응 정례 브리핑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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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정부는 지역간 이동 제한에 대해서는 전혀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7일 MBC 라디오 <김중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모든 지자체에서 교통 이동을 제한해버리면, '이동 제한'이 자연스럽게 되는 부분은 있다"라며 "(하지만) 시도간 경계를 벗어나는 행위에 대해서 법적으로 이동 제한 하기에는 조금 무리수가 따른다는 판단을 했다"고 지적했다.

윤 총괄반장은 7일 코로나19 정례브리핑에서도 "이번 추석에는 본인과 가족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가급적 고향과 친지 방문을 자제해주실 것을 강력히 권고 드린다"라며 특히 치명률이 높게 나타나는 어르신이 계신 가정은 더욱 이동을 자제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강조했다.

감염병 예방법상 이동 제한을 할 수 있긴 하지만, 현실적으로 대규모 봉쇄는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구제역이나 아프리카돼지열병 등의 감염병의 경우 일부 지역에 외부인의 출입을 막은 적은 있지만, 코로나19의 경우 이동 제한 조치를 내린 적이 없다. K-방역모델은 이동 제한 등 국민의 기본권 침해 없이 코로나19의 확산을 막아 세계적인 주목을 받기도 했다.

김동현 한림대 의대 사회의학교실 교수(한국역학회 회장)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확진자가 급증했던 대구의 경우에도 '록다운' 이야기기 나왔다가 비판 받은 적이 있지 않나. 이동 제한 조치는 아주 심각한 조치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시행하기 어렵다고 본다"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국민들에게 이동 자제 요청을 하는 게 현재로선 적절하다고 본다. 권고를 좀 더 적극적으로 강력하게, 최대한으로 할 필요는 있다"라고 밝혔다.
 

태그:#추석, #락다운, #이동 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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