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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의 보건의료 정책에 반대하는 의료계가 집단휴진 중인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본관 앞에서 의료연대본부 서울대병원분회 소속 간호사가 공공병원 확충 및 의료인력 확충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정부의 보건의료 정책에 반대하는 의료계가 집단휴진 중인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본관 앞에서 의료연대본부 서울대병원분회 소속 간호사가 공공병원 확충 및 의료인력 확충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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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밀히 말하자면 우리는 간호사도 아니고, 의사도 아니다. 명칭 등은 물론 간호사이긴 하지만 간호 부서에 속해 있는 것도 아닐 뿐더러 전공의들의 업무를 맡고 있기 때문이다. 흉부외과와 같은 비인기학과일 수록 우리의 인력을 필요로 하지만, 정작 우리는 법적 보호도 못 받는 위치에 있다."

스스로의 업무를 "불법"이라고 말한 간호사가 있다. 전공의나 수련의 등, 의사들의 업무 일부를 대행하는 PA(physician assistant, 진료 보조) 간호사 A씨다. A씨는 상급종합병원 내 흉부외과에서 10여년 째 PA 간호사로 일하고 있다. 

A씨와 같은 PA 간호사의 업무는 현행 의료법상 불법이다. 이들은 수술을 보조하거나 환자의 상처를 소독·봉합하기도 하고 때론 처방도 직접 내리는데, 관련 행위가 의료법에 저촉된다. 의료법 제27조 5항은 '의료인에게 면허 사항 외의 의료행위를 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다수의 대형병원들은 지금까지도 PA 간호사 인력을 공공연하게 필요로 한다. 흉부외과·산부인과와 같은 비인기 학과에서 전공의 부족 문제를 PA 간호사들을 통해 메우고 있기 때문이다. 보건의료노조에 따르면, 2019년 기준 29개 병원에 총 971명의 PA간호사가 있으며, 15개 대형병원에는 평균 50.8명의 PA 간호사가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1일 A씨와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A씨는 이날도 장시간의 수술에 참여했다고 했다. A씨는 "비인기학과의 전공의 부족 문제를 PA 간호사들이 메우고 있다"면서 "지금은 의사 파업까지 맞물리다보니 일반 간호사들마저 의사 업무의 일부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아래는 그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파업 여파로 전공의 업무 상당수가 간호사들에게 넘어간 상태"
 
 22일 오전 성북구청 앞 바람마당에 설치된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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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1일)도 수술에 참여하고 왔다고 했다. 수술실에서 어떤 업무를 하나?
"흉부외과 PA 간호사다보니 심장이나 폐 수술을 많이 접한다. 이날도 아침에 시작한 수술이 약 오후 5시가 돼서야 끝났다. 먼저 환자를 이송해서 수술실 침대로 데리고 온다. 마취과 쪽에서 마취를 다 하면 환자를 수술 받기 용이한 자세로 잡고 수술포를 씌우는 등 수술 준비를 한다. 이후 교수가 피부 절개를 시작하면, 그때부터 교수를 도와 수술을 같이 진행한다."

- PA 간호사들의 업무는 다른 간호사들의 업무와 어떻게 다른가?
"간호사지만 전공의나 수련의의 업무를 맡는다고 보면 된다. 수술 보조나 상처 소독도 하고, 때론 처방도 내린다. 의사 업무 일부를 대행하는 거다. 최근에는 의사 파업 문제로 일손이 부족해진 바람에 PA 간호사가 수술동의서나 시술동의서, 검사동의서도 받고 있다."

- 의사 파업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PA 간호사들의 업무량이 더 늘어났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 부분은 PA 간호사 만의 문제가 아니다. 일손이 부족하다보니 전공의나 인턴 업무가 일반 병동 간호사들에게 넘어간 경우가 많다. 이미 응급실 간호사들은 이곳 인턴들이 하던 업무를 맡아서 하고 있다. 응급실 간호사들의 기존 업무는 수술실 간호사들로 메꾸고 있다. 파업으로 인해 100%여야 하는 수술 진행률이 현재는 30%로 떨어진 상태다. 그렇다보니 급한 대로 수술실 간호사들을 응급실로 보내자는 얘기가 나왔다. 그렇게 진행된 지는 벌써 1주일이 됐다."

- 수술실과 응급실의 업무 특성이 다르지 않나.
"분명히 다르다. 하지만 이번 파업 사태 때문에 일손 부족 문제로 어쩔 수 없이 내려진 조치였다. 지금은 PA 간호사들뿐만 아니라, 다른 병동 간호사들도 의료 업무의 일부를 대행하는 상황이다. 예컨대 상처 소독을 직접 하거나, 상처가 심해서 겉으로 뭔가 배어나오는 경우 PA도 아닌 일반 간호사들이 이를 조치하는 식이다."

- 파업 이후 PA 간호사들의 업무량에는 어떤 변화가 있나?
"저희 병원은 내과 PA 간호사들의 업무가 상당히 늘었다. 전공의가 해야 할 대부분의 일을 맡아서 하고 있다. 이곳은 본래 PA 간호사와 전공의 비율이 반반이었는데, 지금 모든 전공의들이 파업에 참여한 상태라 이들의 업무가 과중된 상태다. 내가 소속된 흉부외과는 전공의가 없는 게 약 20년 됐다. 그래서 나와 같은 PA 간호사를 뽑은 거다. 줄곧 인력난으로 고생했던 곳이라 이번 파업 사태와 상관없이 업무 강도는 비슷하다(웃음)."

음지화 되는 PA 간호사들... "제대로 된 교육과정조차 없어"
 
 정부의 전공의 고발 조치로 의료계가 '무기한 총파업'으로 맞선 가운데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에서 내원객이 이동하고 있다.
 정부의 전공의 고발 조치로 의료계가 "무기한 총파업"으로 맞선 가운데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에서 내원객이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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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이처럼 간호사들이 의사 업무를 대행하는 것은 의료법 위반 아닌가.
"엄밀히 말하자면 그렇다. 불법이다. 특히 PA 간호사들은 주 업무 자체가 전공의들의 업무 일부를 대행하는 것이다 보니, 계속 음지화 되고 있다. 그래서 PA 간호사들을 위한 교육과정이랄 것도 없다. 주먹구구식으로 배우는 식이다. 알아서 의학 서적을 보며 배우거나, 선배 PA들에게 일하는 노하우를 배운다. 운이 좋으면 전공의를 통해서 배울 수도 있지만 그런 경우가 흔하진 않다. 전문적 교육이나 자격 조건이 없는 상태에서 의사 업무를 대리하게 되면 환자 안전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 그럼에도 많은 대형병원에서 PA 간호사를 다수 채용하고 있는데.
"결국은 의사 수 부족 문제 때문이다. 흉부외과와 같은 비인기 학과일수록 전공의가 부족한데, 이런 의료 공백을 PA 간호사로 메꾸고 있다. 2017년 전공의 업무 시간을 주당 80시간으로 제한하는 '전공의법'이 통과된 이후로는 인기학과마저도 PA 간호사를 채용하고 있다. 전공의들의 업무 시간이 눈에 띄게 줄다보니, 이들을 대신할 인력을 뽑기 위해서다."

2017년 전공의의 수련시간을 주당 80시간으로 제한하는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아래 전공의법)'이 시행됐다. 이를 두고 A씨는 "이후에도 전공의들의 노동시간 감소에 따른 의사 인력은 충원되지 않았다"면서 "병원들은 그 대안으로 PA 간호사를 채용하고 있지만, 정작 그 PA조차 불법인 셈이다.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지적했다.

- PA 간호사가 수십년째 법제화 되지 못 한 이유는 무엇인가?
"대한의사협회의 반대가 가장 컸다. PA 간호사가 제도화 될 경우 전공의의 수련을 방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PA 간호사들은 사실상 일반 간호사 월급을 받으며 일하고 있는데, 이를 두고 값싼 인력으로 전공의들을 대체하려는 거 아니냐는 비판도 있었다."

- 해외에서는 PA 간호사가 어떻게 운영되고 있나.
"미국이 대표적인데, 이곳은 PA 간호사가 제도화 돼있다. 간호사가 2~3년간 PA 교육을 받으면 PA 간호사로서 근무할 수 있다. 간호사와 의사 중간 정도의 직위를 법적으로 보장하고 있는 거다. 그래서 한국과 달리, 이들의 수술 참여는 합법의 영역에 해당한다. 이들은 의사 처방에도 관여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 이런 문제에도 PA 간호사 업무를 10년째 지속하고 있다고 했다. 이유는 무엇인가?
"나뿐만 아니라 다수의 PA 간호사들이 본인이 속한 과에 대한 애정과 책임으로 이 일을 하고 있다. 그렇게 밤을 새서 수술에 참여할 때도, 때론 중환자실로 간 환자의 상태를 밤새도록 지키고 있을 때도 있다. 의료법을 언급하며 PA 간호사를 불법이라 할 수도 있지만, 결국은 우리들도 의료적 사명감을 갖고 병원을 지키는 의료진이라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바라는 것은 최소한의 업무 환경 개선을 위해서라도 PA 업무가 합법화 되는 것이다. 의사 수가 증원되더라도 비인기과의 인력 충원으로 이어질지도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다. 그런데도 병원이 필요로 하는 업무를 제공하는 이들을 계속 '불법'으로 방치하는 게 과연 정답인지 모든 사람들에게 되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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