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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대왕님이 노하시겠다.
 세종대왕님이 노하시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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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전 세계가 위기이다. 집에서 대청소 하고 책이나 읽으며 지내는 것이 옳겠지만, 1년을 하계 휴가만 기다리며 산 나로서는 집에만 있을 수가 없었다. 코로나19 기사가 뜨지 않은 가까운 곳으로 1박이라도 다녀오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던 중 사무실 상사 한 분이 밀양을 추천해 주셨다. 영화 <밀양>으로 유명해졌지만, '표충사'와 '얼음골'로 유명한 곳이다. 대구에서 2시간 안쪽의 가까운 곳이지만 아직 내가 가보지 않은 곳이기도 했다.

첫날 표충사를 둘러보고 일찍 숙소로 들어와 쉬며 다음날 여행할 '얼음골'과 '만어사'에 대해 검색해 보았다. '얼음골'은 특이한 자연현상으로 인해 한여름에 얼음이 얼고, 한겨울에는 따뜻한 온기로 인해 얼음이 얼지 않는 계곡이다. 밀양 얼음골에 대해 좀 더 찾아보던 중 '애추지형'으로 형성된 얼음골이라는 말이 나타났다.

애추지형? 애추(崖錐)? 고등학교 때 지리공부를 좀 더 할 걸 그랬나,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 일주일에 한번 있는 한문수업이었지만 졸지는 않았었는데, 아무리 봐도 처음 보는 단어이다. 그래서 '애추' 단어를 검색해 보았다. 다음은 인터넷 사이트에서 검색한 '애추'의 설명 내용이다.
 
산지사면을 따라 설형(舌型)으로 발달하는 암설의 퇴적지형을 말한다. 암설이 퇴적되어 있는 사면의 상층부에는 기반암으로 이루어진 급애면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암설들은 바로 이 급애를 이루는 기반암석이 기계적 풍화에 의해서 붕괴‧형성되어 중력 작용으로 사면 아래쪽으로 이동하여 퇴적된 것이다. 암설들은 주로 각력으로 되어 있고, 애추사면을 따라서 어느 정도 분급이 이루어져서 급애로부터 멀어질수록 그 크기가 커진다. 애추사면은 암설들이 위치할 수 있을 정도의 안식각을 유지하면서 발달하게 된다. 대체로 애추사면에는 식물이 생장하지 않는다. - 네이버 지식백과] 애추 [崖錐, talus] (자연지리학사전, 2006. 5. 25., 한국지리정보연구회)
 
'애추' 뜻을 알기 위해 검색한 것인데, 더욱 어려운 말들만 나열되어 있다. 설형(이것은 다행히 한자가 적혀있었고, 아는 한자이다), 암설(巖屑), 사면(斜面), 기반암(基盤巖), 급애면(急崖面), 각력(角礫), 분급(分級), 안식각(安息角).

나는 90년대에 4년제 대학을 다닌, '한자세대' 중년의 직장인이다. 그런데 '애추'의 단어 뜻을 찾아보고도 이해하지 못해, 몇 개의 단어를 다시 검색해야 했고, 그 검색한 단어조차도 다시 몇 번이나 검색해야 했다. 나름대로 이해한 '애추'의 뜻을 정리해 보았다.
 
산의 경사면을 따라 사람의 혀 모양으로 바위의 파편(조각)들이 쌓여 만들어진 곳이다. 바위 파편들이 쌓여 있는 위쪽에는 급한 경사면으로 된 원래의 바위가 있다. 바위의 파편들은 그 원래의 바위가 풍화작용에 의해 깨지고, 부서지면서 산 아래쪽으로 굴러떨어져 쌓인 것이다. 바위 파편들은 주로 모난 돌로 되어 있고, 애추 경사면을 따라 어느 정도 크기별로 나누어져 급경사로부터 멀어질수록 크기가 커진다. 애추 경사면은 바위 파편들이 놓일 정도의 최대 각도를 유지하면서 만들어진다. 대체로 애추 경사면에는 식물이 자라지 않는다.
 
언젠가 중국 여행을 할 때 한국에 관심이 많은 어떤 여학생이 나한테 물은 적이 있다. 텔레비전의 한국말이 왜 텔레비전이냐고. 그럼 중국말은 뭐냐고 했더니, 전시기(電視機)란다. '전기로 보는 기계'. 우린 너무나 과학적인 글자를 가진 것이 문제인 것일까. 세종대왕님이 어린 백성과 후손을 너무나 사랑하시어 만드신 글자를 우리는 너무나 편하고, 허술하게 사용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전기로 보는 기계'라니, 우스꽝스럽고 촌스러워 보일 수는 있지만, 그들은 그들의 말을 창조해 냈다. 세종대왕님 후로 우리는 언어의 창조력이 떨어져버린 것일까. '버스킹'을 '길놀이'라 하고, '스테이플러'를 '철집게'라 하면 너무 촌스러울까.

코로나19를 피해 조심스레 다녀온 밀양 여행이 괜한 한글사랑으로 돌아왔다. 하나하나, 한 곳 한 곳부터 바꿀 수 있는 것은 바꿔 가면 좋겠다. 쉽고 예쁜 우리말로.

태그:#애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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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먹는 것이 싫은 것만은 아닙니다. 이치를 하나하나 알아간다는 것이 즐겁습니다. 옛날 말 틀린 것이 하나도 없다고 하더니, 그 옛날 말이 맞다는 것을 하나하나 체험해 가는 것이 나이 드는 것인 듯합니다. 살아가며, 나이 들어 가며 소소히 알아가는 것들을 함께 공유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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