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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청와대에서 염수정 추기경(서울대교구장) 등 천주교 지도자들과 가진 오찬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청와대에서 염수정 추기경(서울대교구장) 등 천주교 지도자들과 가진 오찬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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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가 모범이 되어주길 부탁 드린다."

문재인 대통령의 호소는 간절했다. 사랑제일교회(담임목사 전광훈) 관련 전국 누적 확진자 수가 600명(19일 낮 12시 현재 623명)이 넘어서는 등 '종교'가 코로나19 확산세를 주도하는 요인으로 다시 부상하고 있는 현실을 염두에 둔 호소다. 정부는 전날(19일) 수도권과 비수도권 소재 교회들을 향해 온라인 예배 전환을 요청한 상황이다.

"우리 방역이 또 한 번 중대한 고비를 맞고 있어"

문 대통령이 20일 낮 한국 천주교 지도자들을 만났다. 청와대는 "작년 7월 3일 '한국 교회 주요 교단장 초청 간담회'와 7월 26일 '한국 불교 지도자 초청 간담회'에 이은 종교계와의 소통의 자리로 현 정부에서 한국 천주교 지도자를 처음으로 초청한 행사다"라고 설명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천주교는 코로나 극복과 수해 복구에서도 국민들께 많은 위로를 주었다"라며 "지역 감염이 시작된 2월, 전국의 가톨릭 교구에서 일제히 미사를 중단하는 큰 결단을 내려줬고, 연중 가장 큰 행사인 사순절과 부활절 행사를 방송으로 대신해 국민 안전을 지켜줬다"라고 감사인사를 전했다.

그러면서 "한국 천주교 236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고 들었다"라며 "코로나로 생계가 막막해진 이웃의 손을 잡아주고, 수해 피해 지역에 모아준 성금을 국민들 모두 감사하게 기억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크게 늘고 있어서 우리 방역이 또 한 번 중대한 고비를 맞고 있다"라며 "방역 책임자로서 매우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금 같은 세계적인 코로나 대유행 상황에서 방역과 경제를 함께 성공해 나간다는 것은 그런 나라가 거의 없을 정도로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일이다"라며 "다행스럽게도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국민들께서 정부를 믿고 힘을 모아주신 덕분에 경제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방역에 성공할 수 있었다"라고 긍정평가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OECD 국가 가운데 방역도 경제도 모두 최고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라며 "국민들이 만들어준 기적 같은 성과다, 그런데 이제 자칫하면 그 성과가 무너질 위기에 놓여 있다"라고 지적했다.

"방역 수칙을 무시하는 행동에 단호하게 대처"

문 대통령은 "방역 상황이 더 악화가 되어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높이게 된다면 우리 경제의 타격은 이루 말할 수 없고, 고용도 무너져서 국민들의 삶에서도 큰 어려움이 발생할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정부는 전날(19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를 시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PC방과 노래방, 뷔페, 300인 이상 대형학원 등 고위험 시설 12곳의 운영이 중단됐다. 다만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로 격상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정세균 국무총리는 "현재 상황은 3단계로 격상하는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라고 선을 그었다.

문 대통령은 "한순간의 방심으로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는 일은 결코 일어나선 안된다"라며 "정부는 국민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생각으로 방역 수칙을 지키지 않거나 무시하는 행동에 대해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음주까지가 고비인데 이번 주가 특히 중요하다"라며 "더 이상 방역을 악화시키지 않고 코로나를 통제할 수 있도록 종교가 모범이 되어 주길 부탁드린다"라고 호소했다.

"'모두가 하나가 되게 하여 주십시오' 기도 말씀 되새겨"

또한 문 대통령은 "수난의 시간에 예수님이 '모두가 하나가 되게 하여 주십시오'라고 했던 기도 말씀을 되새겨 본다"라며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이다"라고 강조했다.

'모두가 하나가 되게 하여 주십시오'는 요한복음 17장 21~23절에 나오는 예수의 기도다. 예수는 수난의 시간에 "아버지, 이 사람들이 모두 하나가 되게 하여 주십시오, 그것은 아버지와 내가 하나인 것처럼 이 사람들도 하나가 되게 하려는 것입니다"라고 기도했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 장기화로 국민들 마음이 매우 지치고 짜증도 나고 심지어는 아주 분노하는 마음들도 많이 있다"라며 "국민들의 힘든 마음을 치유해주고 서로의 안전을 위한 연대의 힘이 커지도록 종교지도자들께서 용기와 기도를 나눠주길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이와 함께 "천주교에서는 올해 한국전쟁 발발 70년을 돌아보며 전국 16개 교구에서 한반도평화기원 미사를 봉헌해줬고, 2016년부터 매년 한반도평화나눔포럼을 개최해 평화를 염원해줬다"라며 "땅도 하나, 우리도 하나, 한 몸이라며 한반도 평화에 헌신해온 고 장익 주교님의 숭고한 삶을 되새겨 본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북간 대화와 교류의 물꼬가 터지고, 한반도 평화를 앞당기는 데도 천주교가 늘 함께해 줬으면 한다"라고 당부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내년은 김대건 신부님과 최양업 신부님 탄생 20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다"라며 "우리나라 최초의 신부, 최초의 신학생이었던 그분들을 기리며 한국 천주교의 발전을 기원한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어려운 고비마다 천주교는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이어줬고, 사회적 약자의 편에 서며 정의를 실현해줬다"라며 "오늘 코로나 위기 극복뿐 아니라 국가 발전을 위한 지혜로운 말씀을 청하고 싶다"라고 요청했다.

염 추기경 "천주교회는 정부의 지침에 최대한 협조"
 
염수정 추기경(서울대교구장)이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의 오찬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염수정 추기경(서울대교구장)이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의 오찬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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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참석자를 대표해 발언에 나선 염수정 추기경(서울대교구장)은 "올해 유례없이 긴 장마로 전국 각지에서 피해가 컸고, 올해 초부터 코로나19 대응으로 정부와 의료진들이 정말 애를 많이 쓴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이 자리를 빌려서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라고 말했다.

염 추기경은 "최근 들어 종교시설에서 감염자가 속출하고 재유행 조짐에 많은 국민들이 걱정하고 있다"라며 "우리 천주교회는 정부의 지침에 최대한 협조하고 신자들의 개인위생에 철저하도록 각 본당 신부님들을 통해서 알리고 있다"라고 '적극적인 협조'를 약속했다.

이어 염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도 코로나19의 희생자들과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을 위해서 여러 차례 기도해줬다"라며 "우리 정부도 대통령을 중심으로 총력 대응을 하고 있기에 이러한 위기를 국민들과 서로 협력하여 잘 극복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염 추기경은 "저희 모두도 우리 신자들과 함께 기도로 마음을 모으고, 각자의 자리에서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도록 권고하며 함께하겠다"라며 "오늘의 이 자리가 국민들과 우리나라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자리가 되도록 주님의 지혜를 청한다"라고 말했다.

김희중 대주교, '묵주 기도의 모후' 성화 전달

한편 이날 오찬 간담회에는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 대구대교구장 조환길 대주교, 의정부교구장 이기헌 주교, 안동교구장 권혁주 주교, 수원교구장 이용훈 주교, 대전교구장 유흥식 주교, 부산교구장 손삼석 주교,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사무총장 김준철 신부 등 한국 천주교 지도자 9명이 참석했다.

특히 김희중 대주교는 주교회의 쪽에서 준비한 '묵주 기도의 모후'라는 제목의 성화(聖畫)를 문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청와대는 "이 성화는 지구촌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인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 시점에 코로나19를 극복할 수 있도록 성모님에게 기도하는 내용이다"라며 "팔목에 찬 묵주의 메달 문양은 한반도 지도로 남북 화합과 평화를 염원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라고 설명했다.

태그:#문재인, #한국 천주교 지도자, #사랑제일교회, #코로나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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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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