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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희숙 미래통합당 의원이 임대차 3법에 반대하는 본회의 5분 연설을 하고 있다. 2020.7.30
 윤희숙 미래통합당 의원이 임대차 3법에 반대하는 본회의 5분 연설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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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희숙 의원님. 저는 집 없는 사람들을 위한 정치를 하고자 하는 권지웅입니다.

저는 임차인입니다. 서울에 아파트 한 채를 소유하고 다른 곳 어딘가를 임차로 사는 의원님과는 조금 다른, 지금 빌려 사는 집이 유일한 안식처인 임차인입니다.

이사하신 순간부터 2년 뒤에는 나가야 할까봐 걱정을 하신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의원님에게도 그런 불안이 있으실 줄은 몰랐습니다. 이번에 주택임대차보호법이 개정되면서 의원님도 4년 동안은 짐싸서 이사할 걱정은 안하실 수 있게되어 다행입니다. 부디 이번 법 개정이 의원님의 주거안정에도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의원님이 말씀하신 부분 중 이견 혹은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 있어 이렇게 편지를 드립니다.

쉽게 없어지지 않을 전세

첫째로 주택임대차보호법이 개정되면서 전세주택이 없어질 것이라고 말한 부분에 대한 것입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이 개정된다고 해서 전세 주택이 없어지진 않습니다. 전세 주택이 없어지는 것은 금융 정책에 따른 것입니다. 전세공급이 크게 감소했던 2014년은 주택담보대출이 완화되던 때였습니다.

좀 더 자세히 설명드리면 전세 제도는 임대인의 입장에서 보면 금융기관이 아니라 임차인에게 사적으로 돈을 빌리고 대신 집을 빌려주는 '사적 금융 제도'입니다. 집주인이 이미 전세로 조달하고 있는 약 700조에 달하는 돈을 전세금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조달 할 수 있어야 전세 주택 공급이 없어질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임대인은 세입자가 얼마나 오래 살 것인가에 따라 전세로 놓을지 월세로 놓을지를 고민했던 것이 아니라 목돈이 필요했기 때문에 그 집을 전세로 임대를 했던 것입니다. 그러니 전세주택이 주택임대차 보호법 때문에 줄어들 이유는 없어 보입니다.

실제 전세 공급이 크게 줄어든 2014년은 박근혜 정부가 주택담보대출을 완화한 때입니다. 이때 주택 담보로 은행에서 돈을 더 빌릴 수 있게 된 집주인들이 그 돈으로 전세금을 갚아주고 전세를 월세로 돌렸던 것입니다.

이유야 어떻든 전세가 줄어들고 있어 걱정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 역시 전세로 거주하고 있기에 그나마 저렴하게 임대할 공간이 줄어든다고 하니 그 불안에 공감이 갑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전세 주택 자체를 억지로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닙니다. 집주인이 돈을 세입자에게 빌려서 다른 큰 이익을 볼 수 있는 상황에서 만들어진 임대 방식이 전세제도이기에 최근 한국 경제가 정체기에 있는 상황에서 전세 주택이 계속 공급되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지금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은 전세가 아니어도 주거비 부담을 줄 일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 이러한 변화를 함께 맞이해내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 변화를 알면서도 함께 마주하기는 커녕 되려 남 탓을 하고, 세입자의 거주권을 보호하는 조치가 마치 월세 시대를 만들었다고 엉뚱하게 슬퍼하는 것은 아무래도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주임법 개정 때문에 전세 가격 올랐나 
 
 임대차 3법 개정을 촉구하는 시민단체와 세입자들이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임대차 3법으로 불리는 계약갱신청구권, 임대료인상률상한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을 즉각 통과시켜 세입자 주거 안정화를 촉구하고 있다.
 임대차 3법 개정을 촉구하는 시민단체와 세입자들이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임대차 3법으로 불리는 계약갱신청구권, 임대료인상률상한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을 즉각 통과시켜 세입자 주거 안정화를 촉구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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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로 31년 전인 1989년에 주택임대차보호법의 임대차 보장기간이 1년에서 2년으로 개정되면서 전세 가격이 올랐다는 의원님의 주장에 대한 것입니다.

임대차보장기간이 길어진다고 전세가격이 오르지 않습니다. 89년에 개정된 주택임대차보호법으로 전세 인상률은 전년 대비 하락하였습니다. 2018년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으로 보장되는 임대기간이 5년에서 10년으로 변경되었을 때도 그로 인한 임대료 인상은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1980년대 후반은 전체적으로 임대료가 크게 오를 때였는데 89년은 88년인 전년도 보다도 전세가격 상승률이 올라서 이게 다 주임법 개정 때문이라며 세입자 보호조치가 되려 세입자를 곤란하게 할 것이라는 주장이 있습니다.

근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재미 있습니다. 89년도에 주임법이 개정되긴 했으나 개정안은 12월 16일 통과되고 12월 30일 시행되었습니다. 사실상 1990년에 시행되어 주임법 개정으로 영향을 받은 것도 89년도가 아니라 90년도입니다. 그때 한국 연도별 전세가 인상률을 보면 88년도 13.2%, 89년도 17.5%였고, 90년도 16.7%, 91년도에는 1.9%로 하락하게 됩니다. 전세가 인상률은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 첫해(90년) 인상률이 전년도보다 0.7%p 떨어지고 둘째 해엔 전년도보다 14.8%p가 더 낮아졌습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으로 보장되는 임대차기간을 늘리니 임대료 인상률이 줄어들어 주거가 안정되었던 것이지요.

거시적 관점으로 보면 1980년대 후반은 88올림픽, 삼저 호황으로 전체적으로 임대료 뿐 아니라 물가도 급등하던 시기입니다. 주택의 계약기간을 1년에서 2년까지 보장한 것은 그 폭등을 부추긴 것이 아니라 임대료 상승을 억제했고 세입자의 거주를 2년이라도 보장하게 했던 것이지요.

영국은 세입자의 임대기간을 사실상 기한 없이 보장해 오다가 1988년 대처 정부 때 임대차보장기간을 6개월 혹은 1년만 보장하는 법을 통과시키면서 주거불안이 가중되었습니다. 최근에는 그 불안을 줄이려 스코틀랜드에서는 2017년 법을 개정해 단기 보장 임대차 유형을 없애서 임대 기간을 더 보장하는 방향으로 법을 개정하기도 하였습니다. 과거의 조치를 반성하고 되돌리는 상황입니다. 이렇게 보면 89년도에 한국에서 보장되는 임차기간을 늘린 조치는 혼란을 만들었던 것이 아니라 주거안정에 필요한 적절한 조치였다고 해석하는 것이 더 맞습니다.

세입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방향의 변화를 두고, 바로 그 세입자들을 위하여 반대하는 것이라는 어설픈 걱정은 그만 하시면 좋겠습니다.

누군가는 지금의 대한민국에서 변화를 추구하는 일이 더 위험하다며 현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더 안전한 것이라 말할지 모르나, 제가 보는 한국 사회는 그렇지 않습니다. 변화하지 않으면 더 많은 사람들이 더 크게 불행해질 것입니다.

세입자도 더 안전하고 존엄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려면 우리는 변해야 합니다. 크게 변하려 노력해야 합니다. 그 변화의 방향을 함께 찾아야 합니다.

하지만 최소한 한국 사회에서 이제까지 진행된 조치로는 월세와 전세로 빌려 살아가는 절반 가까운 국민들이 행복할 수 없다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가보지 않은 길에 우려가 없는 경우가 있겠습니까. 우려 때문에 어떤 변화도 시도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우려에도 불구하고 변화함으로써 더 나은 사회가 될 수 있도록 의원님 최선을 다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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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 별 관심꺼리가 아닌 사회를 꿈꿉니다. 지방에 살다가 서울에 올라와서 살고 있는 청년입니다. 11번을 이사하며 12번째 집에 살고있어요. 집문서가 없는게 마치 죄인 것 처럼 느껴질때가 많아 민달팽이유니온과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 활동을 해왔습니다. 집을 가진 사람도, 빌려쓰는 사람도 함께 어울려 잘 사는 사회를 만들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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