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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일 서울 은평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전쟁없는세상의 최정민(왼쪽), 뭉치(오른쪽) 활동가
 23일 서울 은평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전쟁없는세상의 최정민(왼쪽), 뭉치(오른쪽) 활동가
ⓒ 박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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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법 일부개정법률안'

2년 전 오늘 세상을 떠난 고 노회찬 전 국회의원의 책상에 있던 문서의 제목이었다.약자를 위해 수많은 법을 발의한 고인이 마지막으로 검토했던 법안이다.

노 전 의원은 2018년 6월 28일 대체복무 제도를 규정하지 않은 병역법의 헌법불합치 결정이 나자 "지금까지 양심적 병역거부로 처벌받은 2만명의 젊은이들에게 위로와 감사의 말을 전한다. 우리 사회가 오래전에 해결해야만 했었던 해묵은 숙제가 오늘에야 비로소 풀리게 되었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노 전 의원은 2004년에도 양심적 병역거부에 따른 대체복무제 법안을 대표 발의하는 등 병역거부자와 평화운동을 하는 이들에게는 항상 든든한 우군이었다.

그런 점에서 시민단체 '전쟁없는세상'(대표 김형수)의 제2회 노회찬상 '정의부문' 수상은 뜻깊은 일이었다. 상을 주관한 노회찬재단은 "처음 병역거부 문제를 제기하고 대안을 모색한 시민모임이 <전쟁없는세상>이다"라며 "그들은 기어코 단단해 보이던 벽에 구멍을 냈다"며 대체복무제 도입의 공을 돌렸다. 또한 이들의 활동을 "국가주의에 사로잡히지 않고 국경을 넘어 전쟁과 폭력을 반대하는, 평화를 위한 진지한 노력이었다"며 치켜세웠다. (관련 기사: '제2회 노회찬상'에 '진보네트워크센터'-'전쟁없는세상' 선정 http://omn.kr/1oc1w)  

전쟁없는세상은 노 전 의원의 살아생전에도, 사후에도 그가 추구하던 가치를 꾸준히 이어나가고 있다. 17년동안의 노력으로 대체복무제가 도입됐지만 전쟁없는세상의 활동은 끝나지 않았다. '더 나은 대체복무제'를 위해 끊임없이 의견을 제시하는 한편, 남북관계가 냉각기로 들어가는 이 시기에 '무기 거래 감시' 운동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23일 서울 은평구의 한 카페에서 전쟁없는세상의 상근 활동가인 최정민씨와 뭉치(활동명)씨를 만나서 노회찬상 수상 소감과 단체의 향후 목표를 들어봤다.

"노회찬상 수상, 큰 감동받아... 오랜 활동 인정받은 듯 해"
 
 지난 18일 경기 남양주에 있는 마석 모란공원묘지에서 열린 2주기 추모제에서 '전쟁없는세상'이 제2회 노회찬상을 수상했다. 최정민 활동가가 상을 들고 있다.
 지난 18일 경기 남양주에 있는 마석 모란공원묘지에서 열린 2주기 추모제에서 "전쟁없는세상"이 제2회 노회찬상을 수상했다. 최정민 활동가가 상을 들고 있다.
ⓒ 전쟁없는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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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쟁없는세상은 어떤 단체인가?
최정민 활동가(아래 최): "병역거부 운동은 오래전부터 시작됐다. 이라크전을 계기로 '병역거부자가 감옥에 가지 않게 해달라'가 아니라 '우리는 왜 군대에 가지 않으려고 하는가'를 알리고자 했다. 그래서 2003년부터 '반전' '반군사주의'를 내걸고 병역거부 캠페인을 시작했다.  

지금은 활동영역이 넓어졌다. 전쟁은 갑자기 일어나는 게 아니지 않나. 일상에서 전쟁이 잉태된다. 사회 자체에 폭력적인 형태가 남아있다면, 전쟁은 근본적으로 사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무기거래 감시 운동'을 벌이게 되었다. 2007년부터 대략 3년 정도 스터디를 했고,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다.

2012년부터는 운동의 방법론으로서 '비폭력 프로그램'을 개발하게 됐다. 평소에 우리가 다윗과 골리앗 구도로 싸움을 하고 있기 때문에, 효과적으로 싸움할 수 있는 지혜를 모아보고 싶었다. 사회운동 방법론을 고민하며 자료를 개발하고, 이와 관련한 트레이닝도 진행하고 있다. 상근활동가는 저와 뭉치, 이용석 활동가 이렇게 세 명이다."

- 전쟁없는세상은 흔히 사람들에게 '병역거부' 운동단체로 알려져 있다. 여성활동가로서 일하는데 어려움은 없나.
: "제가 중성적인 이름을 갖고 있다. 그래서 사무실에 오는 전화를 받으면 제게 '최정민씨 바꿔주세요'라는 분이 계신다 (웃음). 사실 군대 문제에 관해서 사회 분위기는 어쨌든 '군대를 가보지 않았으면 말을 하지 말라'는 분위기 아닌가. 아무래도 단체의 공적 발화도 '남성'이 하는 경우가 많았고, 그런 점에서 여성활동가가 소외되는 측면도 있었다.

하지만 거기 머무르지 않고 '무기 감시' 등으로 목표를 확장해서, 여성활동가가 활동할 수 있도록 단체의 외형을 늘려나간 것이 전쟁없는세상의 장점으로 볼 수 있다."

뭉치(아래 뭉): "저는 전쟁없는세상에서 활동한 지는 5개월 정도 됐는데, 예전에 다른 단체 소속으로 전쟁없는세상에서 주최한 '여성 병역거부자 행사'에 함께 참여한 적이 있다. 사실 여성도 군대가 존재하는 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그에 따라 영향을 받고 있는데, 여성이 (군사주의에 반대해) 병역 거부를 선언하는 것에 엄청 부정적인 반응이 오는 것을 보고 놀랐다. 군대가 존재하고 군대가 작동하는 사회가 여성들과 결코 무관하지 않은데 말이다."  

- 최근에 전쟁없는세상이 노회찬상을 수상했다. 개인적인 소감은?
: "저는 얼마 안 된 활동가인데 큰 상을 받게 됐다.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무엇보다 17년 이상 '이길 수 있을지 모르는' 싸움을 해온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사실이 기뻤다. 제 활동에 큰 응원이 됐다."

: "저는 김수정 변호사(노회찬재단 이사)님께 노회찬 의원님이 마지막에 검토하던 법안이 병역법 개정안이라는 것을 전해듣고 큰 감동을 받았다. 저 역시 17~20년 동안의 활동이 인정받았다 싶고, 격려를 받은 기분이 들었다."

- 오늘 노회찬 의원의 2주기다. 당시 부고 소식 전해 들으셨을 때 어떠셨는지?
: "저도 충격이었는데 저희 어머니가 더 심한 충격을 받으셨다. 어머니는 평소에 유머러스한 데다가 저희 활동을 뒤에서 지원하는 노회찬 의원을 좋아하셨다. 그런데 그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하루 종일 우셨다. 어머니가 너무 걱정이 되어서 제가 울 틈이 없을 정도였다. "

: "저희 가족도 비슷했다. 부모님께서는 '오랜 동지를 잃은 것 같은 느낌'이라고 말하시더라."

16년 전에 이미 '큰 그림' 그렸던 노회찬 
 
 고 노회찬 국회의원이 남기고 간 책상. 당시 그는 '병역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검토하고 있었다
 고 노회찬 국회의원이 남기고 간 책상. 당시 그는 "병역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검토하고 있었다
ⓒ 김수정변호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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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쟁없는세상과 노회찬이 추구하는 가치나 목표는 일견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 "저희가 하는 일이 근본적으로 평화운동인데, 이는 전쟁이 없는 상태만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전쟁이 일어나게 만드는 현실의 모순을 없애는 것도 포함한다. 

사회가 시끄럽고, 경제적-문화적 격차가 생기면 불평등이 발생한다. 이 불평등이 폭력적인 형태로 귀결되면 전쟁이 된다. 저희는 징병제도와 무기거래 감시, 두 가지 이슈에만 집중하고 있는데 넓게 보면 이것이 불평등 문제 와도 연결된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평범한 사람들이 인간답게 사는 세상'을 바랐던 노 의원님의 꿈과,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 사회를 원하는 저희의 꿈이 겹치는 부분이 있다고 본다.

사실 전쟁없는세상은 사람들에게 칭찬만 받은 단체가 아니다. 그럼에도 노회찬재단이 저희를 수상자로 선정한 것은, 우리 단체가 노회찬 의원이 추구한 가치와 닿는 면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뭉: "노회찬상을 수상하고 나서 2004년 노회찬 의원이 발의한 대체복무제 법안을 보게 됐다. 그런데 지금 법안과 너무 성격이 달랐다. 지금 대체복무제는 시혜적으로, 제한적으로, 어쩔 수 없이 마련됐다는 느낌이 있다. 그런데 노회찬 의원 법안을 보면서 정말 '이 분은 큰 그림을 그리고 계셨구나'라고 느낄 수 있었다.

대체복무를 하면서 공공시설에서 사회적 약자를 지원하는 포괄적인 안이었다. 인권침해를 구제해주는 방식을 넘어서서, 병역거부자들이 사회에서 기여를 할 수 있고, 그들의 노동이 우리 사회를 평등하고 안전하게 만들 수 있도록 계획 한 것이다. 무려 2004년에 그런 법안을 낸 노회찬 의원의 정신이 존경스러웠다.

사실 1980년대 학생운동을 했던 부모세대를 보면서 민주주의를 이해하는 방식이 굉장히 협소하다고 느낄 때가 많다. 그런데 노 의원은 민주주의가 누군가를 배제하지 않고, 평등하게 작동하도록 하는 제도를 마련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하신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전쟁없는 세상이 꾸는 꿈과 노회찬 의원의 꿈이 많이 닮았다고 생각했다."

- 현재 대체복무제는 어떻게 실행이 되고 있나?
: "대체복무 법안이 2019년 통과됐고, 대체복무 심사위원회가 6월말부터 신청서를 받아, 한 번 심사를 통해 35명이 선발됐다. 이들은 10월부터 대체복무를 실시한다. 여호와의 증인 신도의 경우 심사에서 통과할 가능성이 높다. 사회운동 차원에서 병역거부를 하는 분들이 심사에서 통과하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는 점은 우려하는 부분이다.

부모 및 친구 세 명 이상의 진술서를 받아야 하는 것(기자 주: 과거의 이력을 통해 양심의 일관성 판단한다는 취지)뿐만 아니라, 기존의 병역거부 판례를 기반으로 쌓아왔던 '병역거부자'의 고정 이미지가 있다. 의심의 눈초리를 갖고 '색출'하는 방향으로 심사를 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 "국제 인권 기준에 따르면 대체복무 기간은 군 복무기간과 비등해야 한다. 저희는 최대한 양보해서 1.5배를 주장했다. 그런데 실제로는 대체복무 기간이 무려 2배로 설정이 됐다. 교정시설에서 일하게 된 것도 문제다. 저희는 사회에 필요한 복지 분야의 필요한 인력을 충당하는 방향을 생각했는데,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교정시설 근무는 오로지 합숙을 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결정한 것이나 다름 없다."

- 앞으로 전쟁없는세상의 목표는 무엇인가?
: "일차적인 목표를 이야기하자면, 원래 저희는 병무청 통지서에 '대체복무를 신청할 수 있다'는 고지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대체복무법안에 그 내용이 빠져서 여전히 대체복무가 가능하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사람들이 그 내용을 좀 더 많이 알았으면 좋겠다."  

: "국방·안보 부문이 다른 사회운동보다 상당히 활동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보가 있었다. 일단 대체복무제를 인권친화적으로 만는 것이 중기적인 목표다. 그리고 앞으로는 '무기 거래 감시'가 전쟁없는세상의 제1의 캠페인이 될 것이고, 이 활동에 좀 더 집중을 하게 될 것 같다. 실제로 최루탄 수출을 막는 작은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뭉: "'코로나19'라는, 인류가 힘을 합쳐서 전력을 다해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지 않나. 지금 진짜로 대비해야 하는 위협이 무엇인지 따져봐야 한다. 전쟁을 끝내고,  자원을 다른데에 쓰자고 말해야 할 때다. '무기 거래 감시' 운동에 많은 시민들이 동참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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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마이뉴스 박정훈 기자입니다. stargazer@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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