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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대표와 청소년 대표로 뛴 23세의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선수 고(故) 최숙현 씨가 2013년 전국 해양스포츠제전에 참가해 금메달을 목에 거는 모습. 2020.7.2 [고 최숙현 선수 유족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국가대표와 청소년 대표로 뛴 23세의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선수 고(故) 최숙현 씨가 2013년 전국 해양스포츠제전에 참가해 금메달을 목에 거는 모습. 2020.7.2 [고 최숙현 선수 유족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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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최숙현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선수의 죽음에는 '갑질'과 '허술한 공익제보 시스템'이란 한국 사회의 민낯이 그대로 투영돼 있다. 사회 곳곳에 만연해 있는 수직적 위계질서 문화와 공익제보자가 보호받지 못하는 빈약한 시스템을 하루 빨리 타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경주시청 소속이었던 최 선수는 감독, 팀 닥터, 주장 등으로부터 구타 및 가혹행위를 당하다 지난 6월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았다. 생전 최 선수는 경찰, 검찰, 경주시청, 경주시체육회, 대한철인3종협회, 대한체육회 등에 피해 사실을 호소했지만 어떤 기관도 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지 못했다.

어디에든 있는 갑질

위계질서가 강한 스포츠계 특성상 감독과 선수는 철저한 갑을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스포츠계의 대원칙으로 여겨지는 '국가대표 훈련관리지침(대한체육회)'에 "지도자의 지시와 명령에 복종"하는 것을 '선수의 임무'로 명시하고 있을 정도다.

이는 스포츠계만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잇따른 아파트 경비원 관련 사건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고용 안정성이 약한 경비원과 갑의 위치에 있는 입주민 사이의 일방적 구조는 결국 각종 갑질로 이어졌다. 몇 년 전부터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직장갑질' 또한 마찬가지다.

직장갑질119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1년을 맞아 지난 5일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45.4%가 '지난 1년 간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했다'고 답했다(19~55세 직장인 1000명 대상으로 2020년 6월 19~25일 구조화 된 설문지를 이용한 온라인 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 법이 생긴 이후에도 여전히 직장갑질이 만연해 있는 것이다. 직장갑질119가 공개한 최근 사례를 보면 곳곳에서 '제2, 제3의 최숙현'이 고통을 겪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임원 수행기사입니다. 임원이 입사 첫날부터 만나자마자 반말을 시작했습니다. 운전할 때면 바쁘다며 불법유턴을 요구했습니다. 하루는 "XX놈, 이 XX"라고 욕을 했습니다. 폭우가 쏟아지는데 우산도 없이 담배 심부름을 시켰습니다. 아침 7시부터 늦은 밤까지 일했고 새벽에 퇴근한 적도 있습니다. 그러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그만두라고 합니다. 너무 억울합니다.
 
하루를 꼬박 해도 끝내기 힘든 일을 퇴근 직전에 주면서 오늘 안에 끝내라고 합니다. 야근수당은 없습니다. 월급은 최저임금을 줍니다. 무엇보다 견디기 힘든 건 저를 무시하는 언행입니다. "너 아니어도 여기 들어오려는 애들 줄 서 있어. 예전에는 4년제 (대학 졸업자) 아니면 받아주지도 않았어. 그 학력으로 넌 어디 다른 데 취업도 못해. 지방 4년제라도 돈만 있으면 들어가는데 너는 그것도 못가고 뭐했냐"라고 합니다.
 
오진호 직장갑질119 집행위원장은 6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한국은 집단주의적 문화에 오랫동안 잠식된 사회이다. 그런 문화가 갑질, 괴롭힘이라는 사회 문제로까지 떠오른 것"이라며 "스포츠계뿐만 아니라 사회 곳곳에서 계속 사건들이 벌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문화를 바꾸기 위해 법과 제도가 강화돼야 하고 여러 정책적 시도가 이어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폭행장면이 담긴 CCTV영상 캡처
 아파트 입주민의 폭행장면이 담긴 CCTV영상.
ⓒ 피해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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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제보는 전문성 필요한 영역이건만

소속팀, 각종 체육회, 수사기관 등에서 최 선수의 호소를 제대로 경청하지 않은 점 또한 문제다. 피해를 호소하는 순간 내부 공익제보자가 되는 상황에서 어떤 곳에서도 문제 해결, 제보자 보호를 위해 노력하지 않은 것이다.

내부제보실천운동은 지난 3일 성명서를 통해 "우리는 2019년 3월 7일 성폭력 등 스포츠계 폭력 근절을 위한 심석희 쇼트트랙 선수의 내부고발을 지지하며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을 비롯한 스포츠계 임원들이 모두 물러나야 한다고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라며 "그러나 1년이 훨씬 지난 지금까지 책임지는 이도, 문화의 변화도 없다"라고 비판했다.

또 "대한체육회 스포츠인권센터와 수사기관의 태도에 대한 최 선수의 절망은 현재 대한민국 모든 내부 공익제보자들이 처해 있는 현실이기도 하다"라며 "스포츠계뿐만 아니라, 내부 공익제보 사건을 접하는 대한민국 태도 전반에 아무런 변화가 없으며 더 나빠졌다는 절망의 목소리도 곳곳에서 튀어나오고 있다. 책임을 묻지 못하니 재발을 막지 못하고 공익제보자의 인생을 허비하는 것으로 많은 사건이 마무리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최근 김영수 전 해군 소령이 겪은 일만 봐도 한국의 공익제보 시스템이 얼마나 부족한지 알 수 있다. 현역이던 2009년 해군 내 납품 비리를 고발한 김 전 소령은 사실상 군에 의해 등 떠밀려 전역한 후 관련 활동을 이어왔고, 2018년 대북확성기 납품 비리를 국민권익위원회(아래 권익위)에 신고해 진상을 밝혀내는 데 공헌한 바 있다.

하지만 얼마 전 김 전 소령은 군사안보지원사령부(옛 기무사)에 출석해 조사를 받아야 했다. 김 전 소령이 권익위에 넘긴 자료 중 '군사기밀'이 있다며 국방부가 그를 신고했기 때문이다. 부패방지법의 "(공익)신고 등의 내용에 직무상 비밀이 포함된 경우에도 (중략) 직무상 비밀 준수 의무를 위반하지 아니한 것으로 본다"는 내용은 사실상 유명무실이었다.

김 전 소령은 최 선수 사건에 대해서도 허술한 공익제보 시스템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6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우리나라엔 공익제보와 관련해 딱 떠오르는, 전문성을 갖고 있는 기관이 없다"라며 아래와 같이 말했다.

"현재 (최 선수 사건 해결을 위해) 대한체육회 등에서 나서겠다고 하지만 어차피 모두 '내부자들' 아닌가. 이런 일이 한두 번 벌어진 것도 아닌데 고쳐진 적이 있었나. 우리나라에 대표적인 (공익제보 관련) 기관이 권익위인데 국민들이 이곳을 신뢰하고 있나. 권익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인데, 공익제보 상당수는 정부와 싸워야 하는 일이다. 더구나 일반 행정공무원들이 순환 보직으로 자리 잡고 있는 권익위에서 무얼 제대로 할 수 있겠나. 전문성이 필요한 공익제보 영역을 행정 프로세스로 생각하고 다루고 있으니 애초에 구조적 한계가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김 전 소령은 "누군가 죽어야 움직이는 게 대한민국"이라며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공익신고지원센터와 같은 전문 기관이 신설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국방권익연구소와 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2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1987년 민주화 운동 당시 전두환 군부의 소요진압작전명령(제87-4호)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 촉구 고발장 접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영수 국방권익연구소장이 기자회견 도중 문건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국방권익연구소와 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2018년 8월 2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1987년 민주화 운동 당시 전두환 군부의 소요진압작전명령(제87-4호)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 촉구 고발장 접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영수 국방권익연구소장이 기자회견 도중 문건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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