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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오전 10시 56분께 제33주년 6.10민주항쟁 기념식이 끝난 뒤 기념식 장소인 옛 남영동 대공분실(현 민주인권기념관 예정지)의 후문으로 이동했다. 김근태 전 의원을 물고문했고, 22살의 대학생 박종철군을 고문치사했던 '509호 조사실'로 가기 위해서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민주인권기념관에서 열린 6·10 민주항쟁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박종철 열사가 고문을 받아 숨진 옛 남영동 대공분실 509호 조사실 외벽에 꽃이 달려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민주인권기념관에서 열린 6·10 민주항쟁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박종철 열사가 고문을 받아 숨진 옛 남영동 대공분실 509호 조사실 외벽에 꽃이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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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남영동 대공분실 후문 앞에서 유동우 민주인권기념관 관리소장이 '남영동 대공분실'의 역사를 설명해 나갔다.

"1976년도에 치안본부 대공분실로 지어졌어요. 처음에 5층으로 지어졌다가 1983년도에 전두환 정권 때 7층으로 증축됐어요. 이 건물은 완전 유명한 건축가, 그야말로 현대건축의 아버지로까지 추앙받는 김수근 건축가가 설계한 것인데, '어떻게 하면 여기에 끌려온 사람들, 연행돼 온 사람들이 완벽한 고립감과 공포감을 극대화시킬 수 있을까', 이런 방향으로 설계돼 있습니다."

유동우 소장의 설명처럼 '남영동 대공분실'은 치안본부 대공과 대공분실로 쓰기 위해 지어진 건물이다. '한국 현대 건축의 선구자'로 평가받는 건축가 김수근(1931~1986)이 설계했다. 그는 '공간설계'를 중요하게 생각했던 건축가로 잘 알려져 있다.

지난 1976년 'OO해양연구소'라는 간판으로 위장하고 문을 연 남영동 대공분실은 1970, 1980년대 민주화운동을 벌이던 인사들이 잡혀와 고문을 당했던 곳이다. 김근태 전 의원이 민주화운동청년연합(민청련) 초대 의장을 지내던 지난 1985년 이곳으로 끌려와 물고문을 당했고, 지난 1987년 1월 서울대 언어학과에 다니던 박종철군이 고문으로 숨졌던 현장이다. 

유동우 소장은 "아까 들어올 때 맞이했던 정문, 그 철문을 보면 2개로 돼 있다"라며 "방호문까지 (설치)돼 있는데, 눈을 가린 상태로 거기를 통과하면 그 방호문이 열리는 소리가 탱크가 굴러가는 굉음으로 들린다"라고 설명했다.

"어디로 끌려가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그렇게 들려요. 또 여기는 연행돼 온 사람들이 통과하는 5층 조사실로 올라가게 되는데, 통과하는 통로가 따로 있습니다."

"눈 가린 상태에서 철문의 굉음을 들으면 아주 공포스러워"

문재인 대통령이 유동우 소장과 함께 입구에 있는 철문쪽으로 이동했다. 유동우 소장은 그 철문을 가리키며 "이게 바로 연행돼 오는 사람들의 전용 출입구다"라고 소개했다.

"연행돼 오는 사람들이 통과하는 모든 문은 5층 조사실 안에 들어갈 때까지 모든 게 철문으로 돼 있어서 마찰음과 그 굉음이 눈을 가린 상태에서 들으면 아주 공포스럽습니다. 한번 들어가 보시죠. (유 소장이 철문을 '쿵' 하고 밀어봄) 이게 철문입니다."

이에 문 대통령이 "철문이 원형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라고 하자 유 소장이 "원형대로 보존되고 있다"라고 답변했다.

문 대통령이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1층에서 5층으로 이어지는 철제 나선형 계단이 눈앞에 펼쳐졌다. 한눈에 보기에도 매우 가팔라 보이는 형태와 구조다. 유동우 소장의 설명이 이어졌다.

"5층 조사실로 올라가야 하는데, 5층 조사실은 보는 대로 철제 나선형 계단을 타고 올라갑니다. 이 나선형 계단은 72계단으로 돼 있고 세 바퀴를 돌게 돼 있는데요. 물론 눈을 가린 상태로 끌려 올라가게 됩니다. 떠밀리면 안 되니까 앞에서 수사관 한 사람이 옷깃이나 옷이 없는 경우에 머리끄댕이 잡고 올라가고, 또 떨어지지 않게 허리춤 있는 데를 뒤에서 받치면서 들어가게 됩니다. 올라가는데 여기 이 나선형 계단은 2층, 3층, 4층으로는 나가는 통로가 없습니다. 여기에 발을 디디는 순간 5층까지 끌려 올라가서 바로 조사실로 올라가게 됩니다."

문 대통령이 민갑룡 경찰청장을 치하한 이유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민주인권기념관에서 열린 제33주년 6.10 민주항쟁 기념식을 마친 후 509호 조사실을 둘러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민주인권기념관에서 열린 제33주년 6.10 민주항쟁 기념식을 마친 후 509호 조사실을 둘러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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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승강기를 타고 '509호 조사실'로 올라갔다. 지선 스님 등과 함께 509호 조사실에 도착한 그는 민주화운동을 벌이다 잡혀온 인사들이 물고문을 당했을 '욕조'를 지긋이 내려다 봤다.

동행한 김정숙 여사가 박종철 열사의 영정에 헌화한 뒤 참석자들이 모두 나란히 서서 묵념을 올렸다. 박종철 열사의 영정에 바쳐진 꽃은 안개꽃과 카네이션, 장미꽃으로 만들어졌는데 김 여사가 직접 준비했다고 한다. 

지선 스님이 509호 조사실에서 겪었던 고문 경험과 당시의 심정 등을 문 대통령 부부에게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왼쪽 손으로 욕조를 짚으면서 지선 스님의 이야기를 들었다. 욕조를 만지며 지난 1987년 1월 14일, 이곳 509호 조사실에서 물고문으로 숨진 박종철 열사를 떠올렸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 : "이 자체가 그냥 처음부터 공포감이 딱 오는 거죠. 물고문이 예정되어 있다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니까요. 철저하게 고립감 속에서 여러가지를 무너뜨려버리는 거죠. 그래도 경찰에서 이곳을 민주인권을 기념하는 공간으로 내놓은 것도 큰 용기입니다."
지선 스님 : "그렇습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지선 스님 등은 10여 초 동안 묵념을 다시 올린 뒤 509호 조사실을 나섰다. 이어 조사실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박종철 열사의 형 박종부와 민갑룡 경찰청장을 만났다. 

문재인 대통령 : "(민갑룡 경찰청장에게) 이 장소를 민주인권을 기념할 수 있는 공간으로 제공해 주시고, 또 어제는 공개적으로 사과 말씀도 해주시고... 감사합니다."
민갑룡 경찰청장 :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곳을 경찰의 역사 순례길로 지정해서 새로 경찰이 된 모든 사람들이 반성하고 성찰하도록 하겠습니다."

민갑룡 청장은 이날 현직 경찰청장으로서는 처음으로 6.10민주항쟁 기념식에 참석했고, 전날(9일)에는 이한열 열사 33주기 추도식에도 참석해 "참회한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이와 함께 지난 2018년에는 경찰청 인권보호센터가 남영동 대공분실 건물에 들어왔다. 군부-권위주의 시대에 경찰(치안본부)가 행한 인권침해 등의 과거를 반성하기 위한 조치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민주인권기념관에서 열린 제33주년 6.10 민주항쟁 기념식을 마친 후 509호 조사실을 둘러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민주인권기념관에서 열린 제33주년 6.10 민주항쟁 기념식을 마친 후 509호 조사실을 둘러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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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한 민갑룡 청장 "경찰의 역사 순례길로 지정하겠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기념식 기념사에서 남영동 대공분실을 두고 "한때 악명이 높았던 곳'이라며 "불법연행, 고문조작, 인권침해가 벌어졌다"라고 소개했다.

문 대통령은 "단지 민주화를 염원했다는 이유 하나로 많은 이들이 이곳에서 인간으로서 감당하기 힘든 고통과 공포와 치욕을 겪어야 했다"라며 "그러나 죽음같은 고통과 치욕적인 고문을 견뎌낸 민주인사들이 '독재와 폭력'의 공간을 '민주화 투쟁'의 공간으로 바꿔냈다"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이제 남영동은 '민주인권기념관'으로 조성되고 있다, 피해자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민주주의의 역사를 기억하는 공간이 될 것이다"라며 "오늘 이곳에서 6.10민주항쟁 기념식을 열게 돼 매우 뜻깊다"라고 감격스러운 심경을 피력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8년 제31주년 6.10민주항쟁 기념식에서 남영동 대공분실을 민주인권기념관으로 조성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따라 경찰청의 대공분실 소유·관리는 2018년 12월부로 행정안전부로 이전됐다. 행정안전부는 향후 이곳에 민주인권기념관을 세우고 기념관 관리 권한을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 맡길 계획이다. 

그는 "이 불행한 공간을 민주주의의 공간으로 재탄생시킨 것은 마치 마술같은 위대한 기적이 아닐 수 없다"라며 "엄혹한 시절을 이겨내고, 끝내 어둠의 공간을 희망과 미래의 공간으로 바꿔낸 우리 국민들과 민주 인사들이 자랑스럽다"라고 말했다.

이날 박종철 열사의 아버지 고 박정기 선생과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여사는 '민주주의 발전 유공자'로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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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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