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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전, 올해 일곱 살 아이를 키우는 나는 129라는 번호로 문자 한 통을 받았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아동 돌봄 쿠폰 지급 안내'라는 제목으로 시작된 문자에는 3월 아동수당 대상자가 있는 가구를 대상으로 아동 1인당 40만 원 상당의 돌봄 포인트를 보유한 아이행복카드로 지급한다는 내용이 안내되어 있었다.

그리고 이틀이 지나 보유한 카드사에서 지급액과 사용 기간, 사용법을 안내한 문자가 도착했다. 학년이 바뀔 때 유치원비 지원금 등록을 위해 잠깐 사용할 뿐 평소에는 서랍에 고이 넣어둔 아이행복카드를 모처럼 꺼내 보았다. 40만 원. 적다면 적지만 많다면 많은 돈을 과연 어디에 써야 잘 썼다고 만족할 수 있을까?

몇 년 전 <이상한 정상 가족>이라는 책을 보면서 우리나라 아동의 인권을 조금이나마 생각해 보게 되었다. 한 아이의 부모가 되어보니, 우리 사회의 약자인 여성보다 더 취약한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이 보였다.

책을 통해 국가에서 만 7세 아동을 둔 가정에 지급하는 아동수당의 본래 취지가 아이들의 기본 인권을 보장하기 위함임을 알았다. 그래서 아동수당은 나중에 꼭 필요한 일에 쓸 수 있도록 아이 통장에 모아 주고 있다. 이번에 받은 포인트 역시 아이에게 필요한 것들을 챙기는 데 쓰기로 마음먹었다.
 
 창원 상남시장 한 가게에 붙어 있는 긴급재난지원금 가맹점 안내문구.
 창원 상남시장 한 가게에 붙어 있는 긴급재난지원금 가맹점 안내문구.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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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어디에 쓴담? 미취학 아동이라 특별히 큰 돈 들어갈 일이 아직은 많지 않은 때다. 옷이며 신발 같은 생필품을 사고 싶지는 않았다. 어려운 시기, 국민의 세금으로 침체한 소비를 활성화 하라는 목적으로 지급된 돌봄 포인트가 아닌가. '취지도 살리면서 개인적으로 의미 있는 소비가 무엇일까?' 고민스러웠다. 그러다 내년에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꼭 필요할 아이 책상과 의자가 떠올랐다.

지금은 다 함께 잠을 자고 대부분 거실에서 밥을 먹고 놀이하며 생활하기에 필요가 없지만, 아무래도 학교에 다니게 되면 숙제 등 학습을 해야 하니 책상은 사야할 것 같았다. 가구는 한번 사면 바꾸기 어렵고 가격도 만만치 않아 쉽게 구매하기 어려운 물건이니 포인트를 활용해 튼튼하고 질 좋은 제품을 구매하기로 결정했다.

집 근처 가구점을 돌아봤다. 브랜드 제품임에도 직영매장이 아닌 이상 개인사업자로 취급되어서인지 재난지원금과 돌봄쿠폰을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인기 제품의 사용 후기를 온라인상에서 찾아보고 매장에 가서 실물을 확인했다.

아이의 성장에 맞추어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고 책장이 딸린 모델 몇 가지를 보았다. 원자재와 디자인, 브랜드의 가치가 합산된 제품이겠지만 가격이 만만하지 않았다. 인터넷과 직영점에서는 쿠폰이나 할인 행사가 있지만, 대리점에서는 별도의 할인이 없었다.

브랜드와 모델에 따라 70만~100만 원에 육박하는 책상 세트를 보면서 지원금이 없었다면 상당한 부담이 되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당장은 괜찮지만 한 살, 두 살 나이를 먹어가면 아이스러운 디자인도 질릴 텐데 지원금 때문에 급하게 소비를 위한 소비를 하는 건 아닌지 잠깐 멈춰 생각해 보았다.

이 가격이면 아예 아이에게 맞게 책상을 맞출까 싶은 마음도 들었다. 지역에 있는 몇몇 수제가구 공방을 검색해 홈페이지를 돌아봤다. 마음에 들고 높낮이가 조절 가능한 책상 제품을 찾기도 어렵거니와 인터넷상으로는 확인이 쉽지 않았다.

전화를 돌려봤다. 완제품이 없다 보니 구체적인 디자인을 가지고 의뢰해야 하는데 막막했다. 맞춤이고 원목에 따라 가격도 천차만별이었다. 고민은 점점 더 미궁으로 빠져들었다. 이러다 아이 돌봄 포인트를 제대로 잘 사용할 수 있을까?

5월부터 8월까지 아동 돌봄 포인트뿐만 아니라 정부 및 지자체의 재난지원금을 사용할 수 있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경제를 살리겠다는 취지이므로 사용처가 지역 내 상권으로 한정된다.

지원금을 받기 전에도 내가 사는 부산에서는 지난 연말부터 도시의 상징인 동백꽃의 이름을 딴 지역 화폐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침체해 가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화폐다. 캐시백 이벤트에 힘입어 출시 후 5개월 만에 사용자가 77만 명에 육박했다 한다.

이 화폐 덕분에 동네 상권을 이용하는 비중이 많이 늘었다. 인터넷 쇼핑을 주로 하고 복합쇼핑몰의 프랜차이즈 음식점에서 시간을 보내던 소비 패턴이 지역 화폐로 동네 마트와 동네 맛집 이용으로 바뀌었다.

주말이면 집으로 배달된 동네마트 행사 전단지를 보고 필요한 물건을 메모해서 장을 보고, 돌려받은 캐시백으로 평소에는 사치라 여겼던 계절 꽃을 사 집안을 장식해 보기도 한다. 재난지원금도 여기로 받아 사용할 수 있으니 나처럼 지역 화폐 사용에 익숙해진 이들에게는 편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한 지역 일간지의 보도에 따르면, 부산의 지역 화폐 사용처는 대부분 식료품 구입과 의료, 교육 서비스 이용에 한정된다고 한다. 지역 화폐와 유사하게 사용처를 한정한 재난지원금도 그 한계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작게는 1인당 40만 원, 많게는 100만 원, 지자체의 지원금, 돌봄 포인트까지 합치면 적지 않은 지원금이 각 가구에 지급된다. 지역 화폐를 쓰면서 집 앞 마트에서 장 보고, 맛집 찾아 밥 먹고, 학원이나 병원을 이용하는 것도 필수적 소비지만 그 외 다양한 지역 상품 소비는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현재 사회적 거리 두기를 고려해야 하는 때이지만 지역 화폐를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하고 지역만의 특색있는 상품에 대한 정보 자체는 부족한 실정이다. 그런 이유로 몇몇 업종에는 반짝 특수가 발생해도 수혜를 받지 못한 다른 업종은 버티지 못하고 사라질지도 모른다.

돌봄 포인트를 취지에 맞게 쓰기 위해 지역 공방에서 아이 책상을 구매하려고 제품을 알아보면서 이런 아이디어도 떠올랐다. 지자체, 소상공인과 지역 화폐가 연계되어 상품과 서비스를 확인하고 구매도 가능한 온·오프라인 플랫폼이 활성화 된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여러가지 생각만 많아졌을 뿐, 아이 가구는 지난 주말 열심히 알아봤는데도 아직 선택을 못하고 있다.

지난 몇 개월 동안 지역 화폐를 쓰면서 지역 상권에 기여하는 뿌듯함과 소속감, 애정 등을 느꼈다. 비록 일회성 지급이지만 이 긍정적 경험을 돌봄 포인트와 재난지원금 사용을 하면서도 계속 지속해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앞서 제안했던 바와 같이 다양한 지역 상품과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소비환경 생태계가 구축되고 판매와 소비가 안정, 활성화 된다면 당장은 힘겹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좁게는 내가 사는 지역, 나아가 우리 경제에 하나의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코로나19라는 유례없는 위기의 어두운 터널을 지나가고 있는 우리에게 소중한 세금으로 지급된 돌봄 포인트와 재난지원금이 침체한 사회 분위기와 지역 경제의 회복에 마중물이 되길 간절하게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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