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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4일은 로즈데이(사랑하는 연인끼리 사랑의 표현으로 장미를 주고 받는 날)였다. 사랑을 표현할 연인은 없지만, 날씨도 화창해 사무실에 장미 몇 송이 꽂아도 좋겠다 싶어 지역에서 화훼소매업을 하는 후배가 생각나 금방 나온 따뜻한 빵과 커피를 들고 화원을 찾았다.

후배 부부는 시아버지가 하시던 화원을 물려받아 남편과 둘이 매일 새벽시장을 다니며 쉬는 날 없이 열심히 살고 있다. 그 모습을 보면 항상 흐뭇하고 대견해 간식을 들고 자주 들러 수다를 떨곤 한다.

화원에는 다양한 색깔의 꽃들이 잘 정돈돼 있었다. 로즈데이를 맞이해 장미가 유독 많았는데, 노란, 빨강, 분홍, 베이지 등 장미들의 향연에 보는 것만도 마음이 환해졌다. 가게를 에워싼 장미향과 커피향의 조화도 힐링되는 기분을 느끼게 해주었다.

후배는 나와 잠깐의 담소를 나누고, 형형색색의 장미와 후리지아, 안개꽃을 큰 책상에 펼쳐놓고 꽃다발을 만들었다. 가위로 싹둑싹둑 길이를 다르게 하고, 하얀색의 안개꽃을 먼저 깔고, 그위에 후리지아와 장미를 색깔별로 조합하는 후배의 손놀림이 노련했다. 예전에 장미가시에 찔리고 베여서 손이 온통 상처투성이였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프로다운 아름다움이 있었다.

코로나19로 졸업식과 입학식이 취소되고 가장 꽃을 많이 이용하는 교회조차 온라인 예배(부활절 취소) 등으로 돌리면서, 화훼업계의 힘든 상황을 듣고 있었던
터라 나름 걱정이 돼 찾은 것이기도 했다. 그에 비하면 후배는 꿋꿋이 자신의 가게를 잘 지키고 있었다.

지난 2월부터 농림축산식품부와 정부에서 소비촉진 방안을 발표, '화훼 농가 살리기 캠페인'이 진행됐다. 더불어 지자체, 연예계, 대기업에서 추진하는 '플라워 버킷 챌린지'(릴레이 방식으로 꽃을 산 후에 자신이 평소에 고맙거나 아니면 마음을 전달할 만한 사람에게 꽃을 선물하는 챌린지)로 화훼업계의 많은 도움이 된다는 기사를 봤다.

후배에게 "코로나19로 힘들지만 이런 좋은 캠페인이 많이 진행돼 다행이지 않아?"라는 물었다. 후배는 "좋은 일이지. 그런데 그만큼 어려움도 있네..." 하며 좀 다른 부분의 의견도 얘기해 주었다. 대형마트, 편의점 등에서도 꽃을 팔게 되면서 소매업 규모의 꽃집들이 그만큼 또 어려워진 점이 있다는 뜻이다.
 
쌓여있는 장미의 재고모습 전년에 로즈데이에는 이미 소진되어야 할 장미의 재고가 팔리지 않아 창고에 쌓여 있다.
▲ 쌓여있는 장미의 재고모습 전년에 로즈데이에는 이미 소진되어야 할 장미의 재고가 팔리지 않아 창고에 쌓여 있다.
ⓒ 홍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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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14일 밸런타인데이에도 기존 졸업식과 입학식 시즌에 판매 부진을 만회할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편의점과 대형마트, 화장품 유통업체 등에서 화훼농가와 직거래로 꽃들을 판매하는 바람에 동네 꽃집들이 특수를 누리지 못했다 한다. 소비자인 나의 입장에서는 예쁜 꽃들을 접근성이 좋은 다양한 곳에서 저렴한 가격에 접할수 있어 좋았지만, 그만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웃이 있었다는 사실에 조금 미안함도 들었다.
     
후배는 나와의 대화 중에도 꽃다발 여러 개를 계속 만들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가게를 찾아주는 몇몇 단골 손님들이 주문한 것이다. 코로나19로 집안에서 주로 머물게 되면서 식물과 꽃에게라도 위안을 받고자 하는 손님들이 아주 조금씩, 하나둘 늘고 있다고도 했다.
 
주인을 기다리는 꽃다발 주인을 기다리는 꽃다발이 가지런하게 꽃 냉장고에 보관중이다.
▲ 주인을 기다리는 꽃다발 주인을 기다리는 꽃다발이 가지런하게 꽃 냉장고에 보관중이다.
ⓒ 홍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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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 전 큰 수술을 한 후배는 그때도 병원에 있는 시간 말고는 편하게 쉬지도 못하고, 매일 화원에 나와 일을 했다. 열심히 일하여 매장을 확대해 화초도 같이 판매하는 것을 목표로, 잠도 줄여가면서 일을 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손에 의해 만들어진 꽃다발과 꽃바구니를 보면서 행복해하는 손님들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젊은 부부의 그러한 성실성에 주변 화원 사장님들도 칭찬이 자자하다. 

지난 11일부터 정부에서 지급하는 긴급재난지원금 신청을 카드사 홈페이지에서 받고 있고, 최초 신청자들은 사용도 가능해졌다. '같이 잘 살아보자'라는 취지의 경기부양책인 만큼 여러 정책에서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지출로 이어지면 어떨까 생각해본다. 

재난지원금을 쓸 수 있는 동네 꽃집을 찾아서 예쁜 꽃을 구입해 고마운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착한 소비'가 더해진 '플라워 버킷 챌린지'를 제안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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