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 지부장이 2019년 12월 30일 오후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앞에서 열린 '쌍용차 해고자 복직 사회적 합의 파기 규탄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흘리며 발언했다.
▲ 김득중 쌍용차 지부장의 "눈물"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 지부장이 2019년 12월 30일 오후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앞에서 열린 "쌍용차 해고자 복직 사회적 합의 파기 규탄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흘리며 발언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꼬박 11년이 걸렸다.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아래 쌍용차)지부장(51)이 '해고노동자'가 아닌, '복직자'로 불리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2009년 5월 8일 어버이날 해고통보를 받았던 그는 어린이날을 하루 앞둔 지난 5월 4일 출근할 수 있었다. 

김 지부장을 비롯해 4일 복직한 해고노동자는 35명이다. 마지막까지 남은 복직 대기자들은 46명이었지만, 이중 11명은 개인 사유로 휴직을 연장하기로 했다. 앞서 이들 46명은 지난해 12월 24일, 당초 약속됐던 1월 6일 복직을 앞두고 무기한 휴직 통보를 받은 바 있다. 이 날 복직은 이어진 두 달간의 투쟁 끝에 이뤄낸 결과였다. 

김 지부장에게 첫 출근 소회를 묻기 위해 5일 오전 전화 인터뷰를 했다. 먼저 그에게 "예년과는 다른 어린이날이 되겠다"라고 묻자, 그는 "11년을 지나오면서 아이들이 다 커버렸다. 이제 큰아이는 대학교 3학년(22)이고 작은 아이는 중학교 1학년(14)이라 어린이날을 따로 챙기지 않게 됐다"며 웃었다. 

11년 동안 많은 것이 변했다
   
2009년 6월 5일 오후 쌍용차 평택공장 앞의 모습이다. 아이를 안은 어머니가 해고 노동자들의 공권력 침탈 대비 훈련 모습을 걱정스러운 듯 지켜보고 있다.
 2009년 6월 5일 오후 쌍용차 평택공장 앞의 모습이다. 아이를 안은 어머니가 해고 노동자들의 공권력 침탈 대비 훈련 모습을 걱정스러운 듯 지켜보고 있다.
ⓒ 선대식

관련사진보기

  
2009년 6월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열린 '박종태 열사투쟁 승리 및 쌍용차 구조조정 분쇄 결의대회'에서 쌍용차가족대책위도 참석한 가운데 엄마를 따라 온 한 아이가 '아빠의 일자리를 지켜주세요'라고 적힌 손피켓을 들어보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09년 6월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열린 "박종태 열사투쟁 승리 및 쌍용차 구조조정 분쇄 결의대회"에서 쌍용차가족대책위도 참석한 가운데 엄마를 따라 온 한 아이가 "아빠의 일자리를 지켜주세요"라고 적힌 손피켓을 들어보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아이들에게 말은 못했지만 미안함이 커요. 제가 투쟁조끼를 입고 싸워온 11년 동안 아이들이 아빠를 가장 필요로 할 사춘기 시기에 함께하지 못해줘서요. 아이들에게 아빠의 빈 자리를 느끼게 했다는 것에 대한 미안함이 있어요. 그럼에도 밝게 자라줘서 너무 고마울 뿐이죠."

2009년 5월 쌍용차 해고 당시만 해도 김 지부장의 아이들은 11살, 3살이었다. 김 지부장은 11년 투쟁 기간에 어린이날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아무래도 시기가 시기였던 만큼, 저 개인적으로 특별한 걸 해준 기억은 없어요. 여건이 되면 식사를 같이하는 정도일 뿐, 같이 어디를 가거나 하지는 못했어요. 사실 이 문제는 해고 당사자인 남편들뿐만 아니라, 지켜보는 가족들의 상처도 고스란히 섞여 있는 문제였잖아요. 돌아보면 가족 모두가 나름의 상처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어떤 행사를 가거나 하기는 쉽지 않았죠."

김 지부장은 2012년 5월 5일, 경기도 평택시 심리치유공간 '와락'에서 주관한 어린이날 행사가 기억에 남는다고 꼽았다. 당시 와락은 쌍용차 해고자 가족의 초등학교 이하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어린이날 잔치를 준비했다. 일종의 치유 프로그램이었다.

"당시 해고를 겪은 부모들을 지켜보는 아이들의 심리 문제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는 말이 나오면서 마련된 자리였죠. 그때 엄마 아빠들과 아이들이 함께 행사에 참여해서 시간을 보냈어요. 그때 저희 아이들도 되게 좋아했어요. 공터에서 같이 발야구도 하고, 릴레이 달리기도 하면서 시간 보냈던 기억이 있어요."

이어 김 지부장은 "사실 아이들 얘기를 꺼내면 미안한 감정이 계속 든다"면서 "특히 큰아이에게는 미안한 감정이 유독 더 크다"고 했다.

"아이가 고등학교에 다닐 무렵, 큰아이에게 한번 지적을 한 적이 있어요. 그때 아이가 그러라고요. '그동안 아무 말 안 하다가 왜 이제와서 이런 말 하시냐'고요. 사실 아빠가 아빠로서의 역할을 하고, 아이 눈높이에 맞춰서 같이 얘기하는 자리를 자주 가졌어야 했는데, 그런 자리가 너무 없었던 거죠. 그래서 아이가 많이 낯설어했던 기억이 있어요. 제 오랜 부재로 큰아이가 거부감을 느끼게 된 거죠."

김 지부장은 "이제야 작업복 입은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여줄 수 있게 됐다"면서 "이 모습이 아이들에게 작게나마 선물이 되길 바란다"고 말을 이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만날 투쟁조끼 입은 모습만 보였거든요. 이제야 작업복 입는 모습을, 그동안 아이들에게 애기해왔던 복직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게 됐어요. 당당하게 회사로 돌아간 아빠의 모습을 보여주기로 한 약속을 지킨 거죠. 이미 아이들은 훌쩍 커버렸지만, 지금의 당당한 모습이 아이들에게 좋은 감정으로 남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오랜 시간 한참 돌아서 왔어요. (복직한 모습이) 여느 어린이날보다 아이들에게 작게나마 선물이 되길 바랍니다."

아직 봄은 오지 않았다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자동차 지부장 등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중 마지막 복직자들이 4일 오전 경기도 평택시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앞에서 출근 인사를 마친 후 교육장으로 이동하는 버스에 탑승하고 있다. 2020.5.4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자동차 지부장 등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중 마지막 복직자들이 4일 오전 경기도 평택시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앞에서 출근 인사를 마친 후 교육장으로 이동하는 버스에 탑승하고 있다. 2020.5.4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김 지부장은 회사를 '고향 같은 곳'이라고 표현했다. 해고되기 전까지 16년 동안 청춘을 다 바쳐 일했던, 삶의 공동체 같은 곳이라는 의미다. 그렇기에 11년 만의 출근길은 20대의 첫 출근만큼이나 설렜다고 했다. 김 지부장은 "출근 전날 도저히 잠에 들 수가 없었다면서 "출근해서는 작업복을 받았는데, 그때가 가장 만감이 교차한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출근 전날 여러 생각이 들어서 잠을 못 잤어요. 무엇보다 안도감이 정말 컸죠. 투쟁하는 동안 좋지 않은 일들도 반복되면서 지부장으로서 마음이 되게 무거웠거든요. 아... 됐다. 정말 이제는 됐다. 홀가분하기도 했어요. 제가 예전부터 '맨 마지막으로 복직하겠다'라고 다짐해왔는데, 그 약속을 이제서야 지키게 된 거죠.

다음날 첫 출근한 뒤에는 11년 만에 작업복을 지급받았어요. 그때 저도 모르게 웃고 있었나봐요. 제 눈에는 동료들만 보였는데, 정말 다들 오래간만에 밝은 얼굴이었어요. 정말 기분 좋은 하루를 보냈습니다. 긴 시간 동안 저희를 도와주셨던 분들께도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감사한 마음이었고요."


하지만 김 지부장은 "쌍용차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된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해고자들의 복직과 별개로, 2009년 파업에 참여한 해고 노동자들을 상대로 국가와 회사가 낸 거액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이 아직 진행중이기 때문이다. 

"국가와 회사의 손해배상청구 소송 모두 대법원에 계류된 상태예요. 문제는 계류된 기간이 길어지다 보니까 지연이자 포함해서 100억 원에 달하는 금액에 달하게 된 거죠. 지금은 시간이 더 지나서 금액도 더 올라갔을 거예요. 너무 천문학적인 금액이라 혹시라도 배상하라는 최종 판결이 떨어질 경우 저희는 그 금액을 감당할 수가 없어요. 저희가 해결해 나가야 할 남은 과제인 거죠. 남은 문제는 함께 힘을 모아서 하나씩 차분하게 해결해 나가려 합니다."

연대는 연대를 낳는다  
 
지난 5월 4일, 쌍용자동차 마지막 해고노동자들이 11년 만에 정식으로 복직했다. 평택 쌍용자동차공장 내부에서 작업복을 입고 있는 복직자들의 모습이다.
 지난 5월 4일, 쌍용자동차 마지막 해고노동자들이 11년 만에 정식으로 복직했다. 평택 쌍용자동차공장 내부에서 작업복을 입고 있는 복직자들의 모습이다.
ⓒ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관련사진보기


"여러분 덕분입니다. 11년 만에 오늘 출근합니다."

4일 쌍용차 해고노동자들 출근길에 걸렸던 현수막 문구다. 당시 기자회견에서도 김 지부장은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이 좌절할 때마다 손 잡아주셨던 국민께 감사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날 통화 말미에도 그는 수차례 연대에 대한 감사의 말을 전했다. 

"어제 퇴근 후 공장 앞에서 뒤풀이를 했어요. 그때 저희가 11년간 받아왔던 연대를 어떻게 나눠야 할지 구체적으로 고민해보자고 애기 했어요. 최근 코로나19 상황만 봐도 정리해고 문제는 11년 전이나 지금이나 노동자들에게 가까이 있는 상황이니까요. 정리해고 없는 사회를 위해서 저희가 해야할 일은 무엇인지 찾고, 연대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통화 끝무렵, 김 지부장에게 "11년간의 투쟁이 어떻게 기억되길 바라는지"를 물었다. 그는 "희망"이라는 단어로 답했다.

"저희가 11년간 외쳐왔던 건 '함께 살자'라는 말이었어요. 저희가 복직을 이뤄낸 만큼, 쌍용차 노동자들의 출근이 이 순간에도 계속 절박하게 투쟁하고 있는 많은 노동자들에게 희망이 됐으면 좋겠어요."

태그:#어린이날, #쌍용자동차, #복직, #김득중, #금속노조
댓글7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