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지난 1월 22일 오전 제주4·3평화교육센터 강당에서 열린 제주4·3희생자 신원 확인 보고회에서 신원 확인된 희생자의 유족들이 오열하고 있다.
 지난 1월 22일 오전 제주4·3평화교육센터 강당에서 열린 제주4·3희생자 신원 확인 보고회에서 신원 확인된 희생자의 유족들이 오열하고 있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홍익표(더불어민주당)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장 : "4.3 관련 많은 분이 기다리셨는데, 미처 법안을 다루지 못해 송구합니다. 9월 국회에서 좀 더 원활하게 법안소위를 자주 개최하면서 법안을 최대한 빨리 다루고 우선순위를 높여 최우선적으로 다루겠다는 것을 양해의 말씀으로 대신하겠습니다."

2018년 8월 22일, 4.3특별법 개정안(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전부개정법률안)이 20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처음 언급된 날이다. 당일 122건의 안건 중 4.3특별법 개정안은 119번부터 121번에 배정됐다.

4.3특별법 개정안은 이후 같은 해 9월과 이듬해 4월 법안심사소위에서 단 두 차례 심의된 끝에 결국 현재까지 어떤 결론도 내리지 못했다. '우선순위를 높여 최우선적으로 다루겠다'는 말도 현실화 되지 못했다. 지난 5일 열린 마지막 행안위 법안심사소위에선 아예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

4.15 총선을 앞두고 제주 지역의 선거 이슈는 4.3 특별법 개정안 불발의 책임론에 집중돼 있다. 20대 국회 내내 이어진 여야 간 '네 탓 공방'의 연장선이다. 민주당은 미래통합당의 비협조로 법안이 통과돼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고, 미래통합당은 민주당이 무책임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맞선 상황.

법안 상정 첫 문턱인 법안심사소위 속기록을 들여다 봤다. 2018년 9월 11일, 2019년 4월 1일, 4.3 피해자들의 권리가 좌절된 현장의 기록이기도 하다.

[보상 받을 권리] "현실적으로 어려워" vs. "혜택이 아니라, 당연한 책임" 

송언석 미래통합당 의원 : "(피해자) 1만 4천 명에 1억 3천을 곱해서 1조 8500억이 나왔는데, 과거사에 대해서 이렇게 일일이... 사건이 일어난 지가 벌써 수십 년이 됐잖아요? 70년, 80년 된 것도 있는데 이걸 쫓아가면서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배상하고 보상금을 준다는 것 자체가 현실적으로는 굉장히 어려운 이야기입니다. ...(중략)... 어디까지 과거를 거슬러 올라갈지 모르겠지만 계속 또 (보상 문제가) 반복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거든요."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 "시간이 어찌됐던 간에 국가 책임에 의한 집단 학살 부분에선 손해 배상의 소멸 시효 기간을 한정하지 않고 국가 배상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 시대 흐름입니다. ...(중략)... 지금 입법안을 마련하지 않고 피해 구제에 대한 선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분들이 앞으로 수십 년 소송을 계속하게 될 지도 모릅니다. 혜택을 주는 것이 아니라, 응당 책임져야 할 일을 하기 위한 논의를 하고 있다는 점을 공유해주십시오."


4.3특별법 개정안 심의의 브레이크는 희생자와 유족에 대한 배·보상 문제에서 자주 걸렸다. 2018년 9월 심의 당시, 송언석 미래통합당 의원은 예산 규모와 보상 범위 선정의 한계를 언급했다. 현실적 어려움이 따른다는 이유였다.

송 의원은 "언제까지 과거에 얽매여 가지고 계속 가야할지...(중략)... 솔직히 입증할 수 있느냐"며 "물론 개별적으로 그때 상황에서 사고를 당하고, 정말 본의 아니게 이렇게 된 부분이 분명히 발생했을 수도 있지만... 사후 수십년이 지난 상황에서 입장 자체가 굉장히 여러가지 난항이 있는데 이런 식으로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도 했다.

정부 측과 여당의 반박이 따라 나왔다. 심보균 행정안전부 차관은 "(주장에) 공감한다"면서도 "이미 심의, 결정돼 피해자와 유족으로 확정된 분들에 대한 명예회복은 이뤄졌다지만 배·보상 문제가 추가로 남아 있어 이를 종료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피해자와 유족의 범위가 크다"며 예산 규모가 다른 과거사 피해 사례보다 더 큰 이유도 설명했다.

해당 법안을 대표 발의한 오영훈 의원은 이듬해 4월 1일 다시 열린 법안심사소위에서 "유사 과거사법인 5.18과 민주화운동의 경우 희생자로 결정한 데 대해 이미 다 보상이 됐다, 대한민국 정부가 희생자로 결정했음에도 아직 배·보상이 이뤄지지 않은 관련법은 4.3특별법에 의한 희생자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국회가 이렇다 할 결론을 내리지 못하면서 정부의 예산 협의도 더뎌졌다. 홍익표 소위원장은 2018년 9월 법안심사소위에서 "가능한 입장을 확실히 정해 빨리 가져오라"고 채근하기도 했다. 윤재옥 미래통합당 의원은 이에 "10월까지 협의하라고 하면 재정당국의 협조가 어렵지 않겠느냐"며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언제까지 해오라는 건 (옳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시 "재정당국과 협의 중"이라고 운을 뗀 행정안전부의 답변은 이듬해 4월 회의에서도 재방송됐다. "정말 무성의하네. '일괄적으로 추진하자는 것이 기본입장임'이라고? 수십 번 이야기했잖아요. 일괄적으로는 할 수 없다고." 또 다른 4.3특별법 발의자인 강창일 의원이 반발하기도 했다. 예산 규모가 큰 것이 부담이라면, 분할 지원하는 방식으로라도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벗어날 권리] "재심 더 받도록"... "행불됐는데 어떻게 재심?"

또 다른 뇌관은 4.3사건 당시 2500명의 희생자에게 '빨갱이' 낙인을 찍은 군사재판을 무효화하는 내용이다. 지난해 1월 생존 수형인 18인에 대해 제주지법이 공소 기각 판결을 내리고 제주지검이 항소를 제기하지 않으면서, 재판 무효화의 판례 근거는 마련된 상황이었다.

행안부는 그러나 줄곧 '재심 기회'를 강조했다. 지난해 4월 법안심사소위 당시 행안부 측은 "법무부에선 4.3특별법 개정안이 사법부의 권한 및 법적 안정성을 침해할 우려가 있어 신중 접근이 필요하며, 재심 개시 결정 사유를 넓혀 재판 절차를 통한 해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법안을 발의한 의원은 '재심을 어떻게 신청하느냐'고 맞섰다. 오영훈 의원은 "대부분 돌아가셨거나 행방불명되신 분들"이라며 "개별적으로 생존 수형인이 100명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행불, 사망하신 분들은 어떤 절차를 어떻게 취하라는 건지 도저히 방법을 찾을 수가 없다"고 항변했다.

[치유할 권리] "집단 명예훼손 막을 대안 없나" 행정부에 묻는 입법부
 

5.18광주민주화운동과 마찬가지로 '좌익' '빨갱이' 낙인에 시달려 온 4.3사건 피해자들을 위한 '혐오 금지 처벌'에 대한 논의도 뜨뜻미지근했다. 최근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7번으로 공천된 정경희 후보의 경우, 과거 공동 저자로 참여한 저서에서 "5.10 총선거를 저지하기 위해 좌익은 폭동, 방화 살인 등을 서슴지 않았다. 제주 4.3사건은 그 대표적 사례였다"고 기술해 논란이 된 바 있다.

김한정 의원은 지난해 4월 법안심사소위에서 김진태·김순례·이종명 등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5.18 망언'으로 도마에 오른 사실을 언급하면서 "우리가 사회적 합의를 제대로 만들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표현의 자유라는 미명하에 일종의 폭력 행사가 방치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권은희 바른미래당 의원 또한 "집단에 대한 명예훼손이 인정되지 않는 법 규정과 판례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처벌의 공백이 생기고 있다"며 "집단과 관련해 명예훼손이 됐을 때 처벌을 규정하는 방식으로 공백을 메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검토된 안이 있느냐"고 물었다. 행안부 측은 "검토를 못해 봤다"고 답했다. 논의는 여기서 끝이었다.

4.3특별법 개정안에서 정부 측이 그나마 시원하게 답한 대목은 피해자들의 상처 회복을 위한 트라우마센터 설립에 대한 대목이었다. "국가 공권력 피해 전반에 대한 피해자 치유 지원을 위한 센터 설립, 운영 필요성을 어느 정도 공감하고 있다"는 것. 다만 "지역별 설치보다 국가적으로 통합 트라우마센터 설립 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제주 지역 단위의 센터 건립엔 난색을 표했다.

통합 '완전한 해결' - 민주 '배·보상 지원 강구'... 총선 공약 지킬 수 있을까

이렇듯, 4.3특별법 개정안은 두 차례의 법안심사소위 심의 동안 여야 간 공방과 정부 측의 '신중검토' 돌림노래 답변을 끝으로 종료됐다.

미래통합당 : '제주 4.3의 완전한 해결, 진정한 과거청산'

더불어민주당 : '제주 4.3 사건 등 과거사 피해 진실을 규명하고 희생자에 대한 실질적인 배·보상 및 지원방안 강구'
 

각 당이 4.15 총선을 앞두고 내건 '4.3 공약'이다. 미래통합당은 '완전한 해결'의 방식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는 않았다. 민주당은 21대 국회에서 4.3 특별법 개정안을 재발의 해보겠다는 입장이다. '입법 전략' 부재에 대한 반성도 함께 나왔다.

4.3특별법을 대표발의한 민주당 소속 한 의원실 관계자는 31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현역 의원으로서 특별법을 통과시키지 못했다는 공격을 받는 입장이나, 어쩔 도리가 없다"면서 "배·보상 문제와 다른 의제들이 한 법안에 묶여 있어 심의가 쉽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유족 입장에선 배·보상을 주장해온지가 워낙 오래됐다, 지금 유족 1세들 중 생존한 분들은 대부분 80대를 넘겼다, 조급한 마음이 들 수밖에 없다"면서 "개정을 해서 재발의를 하든지 해야지 그대로 놔둘 순 없을 것 같다, 배·보상도 (금액이 크다면) 분할 하는 방법도 고민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