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11월 29일 새벽 마사회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마기수 ㅁ(41)씨가 남긴 유서 일부.
 11월 29일 새벽 마사회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마기수 ㅁ(41)씨가 남긴 유서 일부.
ⓒ 공공운수노조

관련사진보기

 
렛츠런파크한국마사회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 무슨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 지난 29일 새벽 경마기수 ㅁ(41)씨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 

ㅁ씨는 2005년 부산경마공원에서 기수 일을 시작했다. 2015년 기수 신분으로 조교사 면허 취득했으며, 부인과 두 아들‧딸을 두고 있다. 고인은 지난해 민주노총 공공운수노동조합 경마기수지부에 가입했다.

고인은 28일 오후 7시 경마공원 내 기숙사에 들어온 게 확인되었고 이날 오후 10시까지 부인과 문자메시지를 주고받기도 했다. 그런데 다음 날 새벽 5시 기숙사 옆방 동료 화장실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다. 

경찰은 유서 등 사안이 명확하기 때문에 부검실시 하지 않기로 했다. 유족들은 김해장유의 한 병원에 시신을 안치했다. 유족들은 장례 등 일체의 사항을 공공운수노조 부산본부에 위임했다.

유족은 '고인 죽음의 진상규명', '재발방지와 책임자 처벌', '마사회의 공식적 사과', '자녀 등 유가족 위로‧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유족과 공공운수노조는 "유서에서 확인된 것처럼 △과거 부정경마 지시를 벗어날 수 없는 구조 부조리 △기수의 출전선택권을 가진 마사회와 마주, 조교사가 기수 자격마저 박탈시킬 수 있는 갑질구조 △조교사 면허를 취득해도 실질 조교사로 일할 수 없는 부조리와 같이 구조적인 문제가 만든 타살"이라고 했다.

고인은 A4 용지 3장 분량의 유서에 '불공정 채용' 등을 밝혀 놓았다.

고인은 "모든 조교사가 그런 건 아니지만 일부 조교사의 부당한 지시에 놀아나야 했다. … 부당한 지시가 싫어서 마음대로 타버리면 다음에 말도 안 태워주고 어떤 말을 타면 다칠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목숨 걸고 타야 했다"고 했다.

고인은 특수고용노동자 신분이나 민주노총 조합원으로 조교사 자격을 확보하고 싶어 했지만, 불공정으로 좌절하고 말았다는 것이다.

ㅁ씨는 유서에서 "하루빨리 조교사를 해야겠단 생각으로 죽기 살기 준비해서 조교사 면허를 받았다"며 "그럼 뭐하나. 마방(馬房)을 못 받으면 다 헛일인데. 면허 딴 지 7년이 된 사람도 안 주는 마방을 갓 면허 딴 사람에게 먼저 주는 이런 더러운 경우만 생기는데. 그저 높으신 양반들과 친분이 없으면 안 되니"라고 했다.

유가족과 공공운수노조 부산본부는 30일 오전까지 마사회측과 아무런 협상이 없는 가운데, 장례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양정찬 공공운수노조 부산경남경마공원지부장은 "고인이 남긴 유서에 보면 구체적인 비리 내용이 들어 있다. 하루 빨리 진상규명이 되어야 할 것"이라며 "마사회 측과 협상은 아직 없고,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질 때까지 장례 절차는 중단된다"고 했다.

양 지부장은 "조교사의 갑질과 부당비리 등으로 2017년 마필관리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지만, 달라진 게 없다"고 했다.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는 지금까지 마필관리사 3명, 기수 4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고 박아무개 마필관리사는 2017년 5월 27일 사망했다가 오랫동안 갈등을 겪었고 마사회 측과 합의를 통해 그해 8월 19일 장례를 치르기도 했다.

부산경남경마공원은 매주 금‧일요일마다 경주를 해오고 있다. 마사회는 ㅁ씨의 죽음이 알려지자 이날 부산경남경마공원의 11개 경주를 시행하지 않았고, 12월 1일 경주 여부는 아직 결정하지 않고 있다.

마사회는 홈페이지는 통해 "렛츠런파크 부경 소속 기수의 사망 소식에 따라 부경 11개 경주를 미시행하기로 결정하였다"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했다.

부산경남경마공원에는 각 마방의 감독 격인 조교사 33명과 기수 35명, 그리고 마필관리사 등이 소속돼 있다.
  
※ 정신적 고통이나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전화(1577-0199), 희망의 전화(129), 생명의 전화(1588-9191), 청소년 전화(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태그:#한국마사회, #부산경남경마공원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