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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0년 및 2017년 은퇴선수 실태 현황
 최근 10년 및 2017년 은퇴선수 실태 현황
ⓒ 대한체육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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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선수에게 은퇴는 '새로운 시작'이라고 말하지만, 선수 생활 시작부터 끝까지 따라붙는 가장 큰 숙제라고 할 수 있다.

남들보다 특출한 재능을 발견해서 이른 나이에 운동선수로 키워지지만, 부와 명예는 극히 일부에게만 돌아간다. 늦게라도 운동을 접고 보통사람처럼 살아보려고 하지만, 일반인들에 비해 취업전선에서 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사회에서 자리를 잡지 못한 은퇴 선수들의 안타까운 사연이 현역선수들에게 다시 전해지며 이는 경기력 저하로 이어진다. 은퇴 선수들에 대한 대책 마련이 체육계의 큰 숙제인 이유다.

대한체육회에 따르면, 2008~2017년 은퇴선수의 수가 10만 4755명에 이른다. 한해 평균 1만 명이 은퇴하는데, 2015~2017년 자료를 보면 매년 35% 이상이 무직 상태라고 한다. 6월 기준 청년실업률(10.4%)을 감안하면, 운동선수들이 일반인의 3배가 넘는 '취업난'을 겪고 있는 셈이다.

대부분 비인기종목으로 분류되는 21개 종목 141명의 선수를 보유한 서울시체육회도 은퇴 선수의 진로 문제 해결이 '발등의 불'이라고 할 수 있다. 2018년 서울시체육회의 은퇴선수 실태 조사에서도 서울지역 팀에서 은퇴한 선수 97명 중 35명(36.1%)이 '무직(확인불가 포함)' 상태로 파악됐다.

서울시체육회는 지난 8월부터 3개월간 서울지역 체육인 261명(선수 224명, 지도자 37명)을 대상으로 취업 관련 실태조사를 했다.

조사 결과, 은퇴 이전까지 경기력 향상에 '올인'하는 엘리트 체육의 문제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선수 활동 중 취업 관련 교육 및 직업 훈련을 경험해본 적이 있다는 응답은 10.8%에 불과했다.

이런 상황에서 은퇴 선수들이 고소득 사무직 업종에 진출하는 데 필요한 오피스웨어 운용 능력은 처참한 수준으로 떨어졌다.

MS워드·아래아한글(문서작성 능력)과 엑셀·파워포인트(자료처리 및 구성 능력), SPSS·STATA·R(통계활용 능력) 등 회사에서 자주 쓰는 컴퓨터 소프트웨어 능력을 5점 척도(최상급, 상급, 중급, 하급, 전혀 못함)로 나눠 측정해보니 하급 이하 비율이 각각 68.9%, 77.1%, 92.3%에 이르렀다.

또한,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적정가격을 책정하기 위한 도구로 활용되는 PSM(Price Sensitivity Method) 방식으로 운동선수들이 생각하는 적정 임금수준을 분석해보니 운동선수들의 인식은 일반인들의 그것과도 상당한 괴리를 보였다.

선수들이 생각하는 적정임금 수준은 연봉 3900만~4200만 원이었다. 취업을 원하지 않는 수준의 임금은 최저 3200만 원이었고, '이 정도만 주면 무조건 취업하겠다'는 금액은 5500만 원에 이르렀다. 선수들의 53.3%는 3000만 원대의 연봉을, 24.8%는 4000만 원대 연봉을 각각 '낮다'고 인식했다.

일반 청년들이 비슷한 질문을 받을 경우 적정임금 수준은 2300만~2700만 원, '중소기업 취업포기' 수준의 최저임금은 2200만 원, '무조건 취업하겠다'는 수준의 임금은 3200만 원이었다.

상당수 청년들이 1년에 3200만 원만 주면 입사하겠다고 하는 회사를 운동선수들은 '그 정도로는 어림없다'고 주저하는 결과가 나온 셈이다.

'좋은 일자리' 조건에서도 일반 청년들이 '일과 삶의 균형'(55.9%), '임금/급여'(34.3%), '직업안정성(48.3%)을 이유로 꼽았다면 선수들은 '직업 안정성'(69.5%), '임금/급여'(43.8%), '적성 및 흥미' (40.7%)에 더 높은 점수를 줬다(중복응답).

그러면서도 선수들의 55.6%는 기회가 주어지면 중소기업에서 취업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체육회 관계자는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운동선수들이 승부욕과 지구력, 조직에 대한 충성심이 높은데 이런 강점이 잘 드러나지 않은 것같다"며 "어쨌든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드러난 만큼 취업 전문가와의 일대일 컨설팅을 강화해서 선수와 기업의 '잡매칭'이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태그:#서울시체육회, #은퇴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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