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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호-유찬, 해인이, 민식 군 부모들이 28일 오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들어서는 자유한국당 이채익 의원에게 어린이생명안전법의 신속한 처리를 호소하고 있다.
 태호-유찬, 해인이, 민식 군 부모들이 28일 오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들어서는 자유한국당 이채익 의원에게 어린이생명안전법의 신속한 처리를 호소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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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결론 낸 대로) 법안 통과되면 또 다른 태호, 유찬이 사고 안 생깁니까?"

이채익 자유한국당 의원 : "법 이거 하나 더 만든다고 해서 사고가 없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최소한이라도 막아달라는 겁니다."

이채익 : "법도 법이지만, 모든 국민이 안전 수칙 지키고 어린이들도 수칙을 지키고 모두가 다 함께 해야..."

"... 이번 사고에서 아이가 안전 수칙을 안 지킨 건 없습니다."


부모들은 할 말을 잃었다. 태호·유찬이법, 한음이법, 해인이법 등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하지 못한 어린이생명안전법안이 가까스로 소위 테이블에 오른 28일, 벌칙조항을 삭제한 보완 안건으로 가결된 해인이법 외 나머지 법안들은 '정부 의견 청취 필요'라는 이유로 다시 무기한 대기 상태에 놓였다.

"사설 기관 재정 부담" 이유로 든 국회... 부모들 "애들 죽는데 돈이 두렵나"
 

오는 29일 본회의가 열리는 것을 감안했을 때 이들 법안은 행안위 법안심사소위와 전체회의가 재개 되지 않을 경우 20대 국회 내 통과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

특히 태호·유찬이법의 경우, 사고가 발생한 원인을 해결할 수 없는 '맹탕' 법안으로 논의가 종결됐다. 태호와 유찬이가 당한 사고는 노란색 승합차를 타고 있었음에도 해당 차량이 어린이 통학버스 운영대상으로 지정돼 있지 않아 발생한 대표적인 어린이 안전 사각지대 사고다. 그러나 이날 회의 결과, "통학버스 범위 확대" 여부는 정부가 안을 마련하는 것으로 공을 넘겼다.

어린이 통학버스 운영자가 버스에 CCTV를 설치하고 자동차 내부, 후방, 측면 확인하도록 하는 한음이법도 관련 의무 위반 시 과태료 처분을 보완, 추가하는 것 외엔 별다른 논의가 없었다. 이외 ▲어린이통학버스 안전교육 대상 추가 ▲안전띠 착용 및 보호자 동승 여부 기록 작성 등의 논의도 있었지만, '위반 시 20만 원 이하의 과태료'라는 솜방망이 처분 등이 추가 됐다.

입법 주체인 국회의 해명은 비용과 실효성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 법안소위원장인 이채익 의원은 "통학버스 범위와 동승 보호자 탑승 범위 확대에 대해선 워낙 (범위가) 방대해 의견수렴이 필요하다고 봤다"면서 "정부가 빠른 시일 내 정부안을 마련하도록 촉구했다"고 설명했다.

"무늬만 노란버스를 없애달라는 것인데, 지금은 기존 어린이버스 규정만 강화한다는 것 아니냐"는 태호 아빠의 질문에 이 의원은 "계속 입법 보완하겠다"는 말로 갈음했다. 정부안 제출 시한에 대해서도 확답을 못했다. 그는 이에 "최대한 빨리 범위 확대 부분을 마무리 짓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한정 민주당 의원도 통학버스 기준 확대는 "정부에 시간을 주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사설기관에 대한 재정 부담'을 언급한 대목에선 부모들의 한숨이 동시에 터져나왔다. 이 의원은 "모든 일은 국가 재정이 수반되는 것이고, 관련 유치원을 비롯한 사설 기관에 재정 부담이 다 같이 되는 부분이라 종합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태호 엄마는 이에 "우리가 억지 부리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의원의 말문이 막힌 대목은 '20대 임기 내 통과가 가능하냐' '법안소위와 전체회의를 다시 잡을 건가'라는 질문에서다. 이 의원은 통과 여부를 묻는 질문에 "나는 국회의원 300명 중 한 사람이고 법안 소위가 열 사람인데, 난 10분의 1 역할일 뿐이다"라고 일축했다.

민주당 홍익표 행안위 간사가 추가 회의를 요구한 만큼, 응하겠느냐는 질문엔 "여야가 의사일정을 합의 해야 한다"면서도 "협의도 안 된 걸 이러쿵저러쿵 언론에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확답을 내놓지 않았다. 
 
 태호-유찬, 해인이, 민식 군 부모들이 28일 오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들어서는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의원에게 어린이생명안전법의 신속한 처리를 호소하고 있다.
 태호-유찬, 해인이, 민식 군 부모들이 28일 오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들어서는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의원에게 어린이생명안전법의 신속한 처리를 호소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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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고문 시키지 말고 안되면 안된다고 하라"
  
같은 날 오후 2시부터 회의실 복도에 주저앉아 결과를 기다리던 부모들의 얼굴엔 초조함이 가득했다. 의원들이 들어오기 전부터 구호를 연습하는가 하면, 지난 27일 이채익 의원에게 무릎 꿇으며 호소한 일을 상기하며 "오늘은 인사만 하자"고 서로를 다독였다.

행안위 법안심사소위는 5시간여 동안 진행됐다. 태호, 해인이 부모들은 관련 법안들의 논의 진행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빼꼼히 열린 법안심사소위 문틈에 귀를 대기도 했다. 문틈 사이에서 들려오는 해인이법 통과 소식에 기뻐하다가도, 누더기로 돌아온 태호·유찬이법 소식엔 함께 울상이 됐다.

"희망 고문 시키는 거 밖에 안돼요. 안되면 안 된다고 말하는 게 차라리 맞지 않아요?"

"한음이법만 통과됐으면 강원도 홍천 어린이집 사고(지난 8월 후방카메라가 설치되지 않은 통학차량에 5살 여자 아이가 사망한 사건)도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정부에서 노란 버스를 운행하는 곳이 8만 개소라고 했는데, 그보다 더 많은 차량이 여전히 아이를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예요. 태호 같은 아이들이 언제든, 사고를 당할 수 있는 겁니다."


논의 결과를 받아든 이후엔 분노를 참지 않았다. 취재진을 대신해 "사각지대 없애실 수 있냐" "국회의원 손주, 자녀였다면 이렇게까지 힘들었을까" "노란버스를 통합해달라는 게 그렇게 어렵나" 등의 질문을 연거푸 쏟아내기도 했다.

부모들과 함께 회의 결과를 지켜본 장하나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는 "(가해자 처벌을 강화하지 않은) 민식이법도 반쪽으로 남았고, 태호 유찬이법과 한음이법도 통과는 요원해 보인다"면서 "수십 년째 논의하며 아이들이 떠나는 걸 국회가 보고만 있는 것이다. 아이들 생명 안전을 지키는 정치는 없다고 결론내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태호-유찬, 해인이, 민식 군 부모들이 28일 오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들어서는 바른미래당 권은희 의원에게 어린이생명안전법의 신속한 처리를 호소하고 있다.
 태호-유찬, 해인이, 민식 군 부모들이 28일 오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들어서는 바른미래당 권은희 의원에게 어린이생명안전법의 신속한 처리를 호소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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