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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대표 서해 말도 방문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24일 강화군 서도면 말도리 해병2사단 말도 소초를 방문해 '함박도'를 육안 시찰하고 브리핑을 들었다.
▲ 황교안 대표 서해 말도 방문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지난 24일 강화군 서도면 말도리 해병2사단 말도 소초를 방문해 "함박도"를 육안 시찰하고 브리핑을 듣고 있는 모습.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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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군인권센터가 공개한 '계엄령 문건'(현 시국 관련 대비계획)이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를 곤경에 빠트리고 있다. 박근혜 탄핵 촛불집회가 진행되던 2017년 2월 국군기무사령부(지금의 군사안보지원사령부)에 의해 작성된 이 기밀문서는 황교안 대표의 연루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군사 II급 비밀'로 분류된 이 문서 중 계엄 선포의 당위성을 설명하는 '계엄선포 필요성 평가'라는 대목이 있다. 여기에 "NSC를 중심으로 정부 부처 내(內) 군 개입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라는 표현이 있다. NSC(국가안정보장회의) 같은 정부 기구 내에 계엄령 선포에 관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는 언급이다.

황교안 대표는 2016년 12월 9일 박근혜 대통령의 직무정지 직전까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위원이었다. 그리고 직무정지와 동시에 NSC 의장 직무대행이 됐다. 그는 그 자격으로 2016년 12월 9일과 2017년 2월 15일 및 2월 20일 NSC 회의에 참석했다.

'계엄령 문건'은 황교안 대표가 NSC 회의에 참석하던 시기였던 2017년 2~3월에 작성됐다. 이에 비추어 봤을 때 "NSC를 중심으로 공감대 형성"이라는 표현은 그가 계엄령 준비에 관해 무엇인가 알고 있었을 가능성을 내비친다고 볼 수 있다. 이 문건을 공개한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도 그 가능성을 주장하고 있다. NSC를 대표하는 의장 직무대행이었던 황교안 대표가 군 개입을 반대했다면, 기무사의 문건 작성자가 'NSC를 중심으로 공감대 형성'이라는 표현을 쓰기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하반기에 민·군 합동수사단은 기무사의 계엄령 문건 작성을 수사했다. 합동수사단이 피의자들을 기소하지 않기로 하면서 작성한 '불기소 결정서'에 따르면, 2017년 초반에 황교안 당시 권한대행은 기무사 수장이었던 조현천 사령관과 같은 자리에서 만났을 가능성이 있다. 합동수사단은 "(황교안이) 계엄 문건 작성에 관련됐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는다"라고 하면서도 "2017년 3월경 황교안이 참여한 공식 행사에 조현천이 4회 참석한 정황이 나타나는 등 황교안에게 계엄 문건을 보고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라고 봤다.

권한대행과 기무사령관이 네 차례나 같은 행사에 참석했으므로 황교안이 보고를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던 것. 당시 계엄선포권은 권한대행의 몫이므로, 기무사령관 입장에서는 권한대행의 의사를 타진할 필요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는 해석이다.

국민들이 대통령의 탄핵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기무사를 중심으로 논의된 '군대 동원'은 일종의 친위 쿠데타로 볼 수 있다. 헌법재판소가 파면을 결정하지 않을 경우 촛불집회 참가들이 반발할 것이라 보고, 이를 군사력을 동원해 진압하겠다는 것은 합법을 가장했지만 실은 합법이 아닌 일이다. 정당성을 결여한 위법행위다.

의혹이 제기되고, 논란이 거세지자 황교안 대표는 "친문친위세력의 정치공작"일 뿐이라며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가짜뉴스"라는 표현도 나왔다. 하지만 그냥 그렇게 말만 하고 넘어갈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계엄령 문건'이라는 구체적인 자료가 새로 나왔다. 또한 그가 속했고, 문건 작성 기간 의장 직무대행이기도 했던 NSC가 자료에 나온다. 어떻게든 구체적으로 해명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인 것이다.  
 
 군인권센터가 21일 공개한 기무사 계엄령 문건 원본 '현 시국 관련 대비계획'에 NSC(국가안정보장회의) 관련 부분. ‘NSC를 중심으로 정부부처 내 군 개입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라고 돼 있다. 문건 작성 당시 NSC 의장인 황교안 당시 국무총리 겸 대통령 권한대행이었다.
 군인권센터가 지난 21일 공개한 기무사 계엄령 문건 원본 "현 시국 관련 대비계획"에 NSC(국가안정보장회의) 관련 부분. ‘NSC를 중심으로 정부부처 내 군 개입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라고 돼 있다. 문건 작성 당시 NSC 의장인 황교안 당시 국무총리 겸 대통령 권한대행이었다.
ⓒ 군인권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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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초 이흔암의 최후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역모사건은 증거를 잘 남기지 않는다. 그래서 증언이나 정황증거만으로 유죄가 선고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이번 촛불 계엄령 문건처럼, 구체적인 서류가 나오기 쉽지 않다. 

역모 사건에서는 정황 증거로도 볼 수 없는 것이 유죄의 근거로 활용됐던 일이 종종 있었다. 물론 옳지 않은 일이지만, 증거를 잘 남기지 않은 사건의 특성상 이런 폐해들이 적지 않게 생긴다.

고려 초기 이흔암의 사례에서 나타나는 역모사건의 특성을 들여다 본다면, 황교안 대표는 지금 스스로 자신을 변호해야 하는지 절감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흔암은 궁예의 충신이었다. 그는 궁예 정권을 전복한 왕건의 개국에 동조하지 않았다. 웅주성(공주성) 성주였던 그는 불만의 표시로 근무지인 웅주성을 무단 이탈해 집으로 돌아가버렸다. 그 때문에 웅주성은 후백제에 넘어갔다.

그 뒤 이흔암이 쿠데타를 계획하고 있다는 고발이 접수됐다. 그가 세력을 규합하고 있다는 것. 하지만 왕건은 신중했다. 이흔암의 근무지 이탈을 문제삼지 않았던 그는 쿠데타 계획 고발에 대해서도 비슷한 입장을 취했다.

<고려사> '이흔암 열전'에 따르면, 왕건은 "모반의 증거가 뚜렷이 드러나지 않았다"라며 이흔암 체포를 재가하지 않았다. 대신, 정보원을 그 집 주변에 배치해 감시하도록 했다. 실제로 역모를 꾀하는지, 증거를 찾아오라고 했던 것이다.

왕건은 결국 이흔암을 체포하고 처형했다. 감시 중이던 정보원의 보고에 따른 것이었다. 그런데 정보원이 보고한 내용은, 지금 황교안 대표가 받고 있는 의혹에 비교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다.

'이흔암 열전'에 따르면, 왕건이 체포의 명분으로 인정한 것은 이흔암의 부인이 내뱉은 한마디였다. 부인 환씨가 화장실에서 나오면서 "만약 남편 일이 잘 되지 않으면 나도 화를 입겠구나"라며 긴 한숨을 쉬고 방 안에 들어갔더라는 것이다. 증거가 뚜렷하지 않다면서 이흔암 체포를 미뤘던 왕건이다. 그랬던 왕건이 환씨의 독백을 근거로 이흔암을 체포하고 자백을 받아낸 뒤 사형시켰다.

왕권은 이흔암이 뭔가 꾸미고 있었기에 부인이 그런 말을 했을 거라고 판단한 듯하다. 이흔암은 일반 백성이 아니라 고위층으로 군대를 지휘한 경험이 있는 데다가 왕건에게 불복종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가 꾸미는 일이라면 쿠데타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던 듯하다.

지금 황교안이 집중해야 할 일은

이흔암이 정말로 역모를 꾸몄든 안 꾸몄든 간에, 이 사례는 당시 역모 사건에서 요구되는 증거의 신뢰성 수준이 여타 사건에 비해 현저히 낮았음을 보여준다. 조금이라도 의심받을 만한 정황이 있으면, 역모죄가 인정됐던 동서고금 공통의 실상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황교안 대표는 '정치공세'로 치부하고 있는 모양새다. 황 대표가 스스로를 잘 변호해 쿠데타 혐의에서 벗어난다고 해도,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대통령 권한대행 자리에 있었으면서도 쿠데타 음모를 몰랐다면, 이는 권한대행의 직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는 의미가 된다. 

황교안 대표가 지금의 곤경에서 벗어나는 길은 '계엄령 문건 연루 의혹'을 반박할 보다 명징한 근거를 내놓는 것뿐이다. 이 과정이 선행돼야만 직무유기 의혹을 벗어나기 위한 또다른 싸움에 돌입할 수 있다. 그가 갈 길은 첩첩산중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 황교안 대표가 집중해야 할 일은 바로 반박 증거 찾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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