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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일자리 많이 만들겠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인천공항공사에서 열린 `찾아가는 대통령.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열겠습니다!' 행사에서 좋은 일자리 만들기 등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 "좋은 일자리 많이 만들겠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직후인 2017년 5월 12일 인천공항공사에서 열린 `찾아가는 대통령.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열겠습니다!" 행사에서 좋은 일자리 만들기 등에 대해 언급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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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인천공항을 찾은 건 취임 후 3일 만인 2017년 5월 12일이었다. 비정규직 문제로 갈등이 고조된 인천공항공사의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대통령이 직접 나선 것이다. 이날 문 대통령은 인천공항 비정규직 노동자들 앞에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당시 인천공항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대통령의 말에 눈물을 흘리면서 환호했다. 당시 언론과 인터뷰했던 신철 민주노총 인천공항지부 정책기획국장의 말 한마디는 노동자들의 들뜬 심정을 대변해준다.

"이렇게 간단한 일이고 한 마디면 되는 일이다. 한없이 기쁘면서도 그동안 왜 그랬던 것인지 참 야속하다." (관련 기사: 첫 민생 행보는 '1만 명 정규직화' 문재인 등장에 인천공항 노동자들 '환호')

그로부터 2년 반이 지난 지금 인천공항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청와대 감옥에 갇혀 살지 말고 공항에 와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모습을 보라"(박대성 인천공항지부 지부장)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들은 "변한 게 없다"고 말했다. 오는 22일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인천공항에 천막을 친 지 300일이 된다.

2017년 당시 인터뷰에서 기쁨을 숨기지 못했던 신철 인천공항지부 정책기획국장은 18일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가라앉은 목소리로 "2017년 인터뷰할 때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변수들이 생겼다"고 말했다.

비정규 집회 할 때 '아모르파티' 튼 정규직 
 
 지난 18일 오전, 인천공항과 전국 14개 공항 비정규직 노동자들 300여 명이 인천국제공항공사 청사 앞에서 공동투쟁대회를 열었다.
 지난 18일 오전, 인천공항과 전국 14개 공항 비정규직 노동자들 300여 명이 인천국제공항공사 청사 앞에서 공동투쟁대회를 열었다.
ⓒ 유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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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인천공항과 전국 14개 공항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인천국제공항공사 청사 앞에서 공동투쟁대회를 열었다. 공항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모두 모인 첫 공동투쟁이다. 김용명 KAC공항서비스지부 무안공항 지부장은 이날 오전 11시 인천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새벽 4시에 집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이날 공동투쟁대회는 국토교통부 소속의 공항 공사가 청사에서 국정감사를 받는 날을 기해 열렸다. 300여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공항 공사가 '탈락자 없는 1만 명 전환 채용' 합의를 뒤집고 경쟁 채용을 추진한다고 비판했다.

이날 집회에서 양희환 인천공항지역지부 수석부지부장은 '원칙대로 정규직 전환'을 요구했다. 양 수석부지부장은 "제대로 된 정규직 전환과 처우 개선 약속은 그냥 한낱 장난이 아니라 인천공항 공공부문 수십만 노동자들과 가족들의 목숨"이라며 "노동자들의 목숨을 우롱하고 하찮게 여기면 하나밖에 없는 목숨 걸고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외쳤다.

한국노총 소속 인천공항 정규직 노동자들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집회를 하는 내내 건너편 도로에서 '아모르파티'를 틀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여러 차례 "노래를 꺼달라"고 요청했으나 정규직 노동자들은 묵묵부답이었다. 이날 '아모르파티'는 인천공항의 정규직 노동자들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갈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12년 연속 서비스평가 1위, 그 안의 노동자들
   
인천공항은 세계공항서비스평가(ASQ)에서 12년 연속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그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자들은 "불행하다"고 말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방문했을 당시 인천공항 노동자 중 비정규직의 비율은 85%(약 6800여 명)였다. 현재는 약 60.8%(약 7300여 명)가 용역업체 소속이고 약 4700여 명이 정규직(자회사 간접고용 포함)으로 일하고 있다. 비정규직 비율은 다소 낮아졌다. 하지만 공항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결국 자회사도 용역회사와 비슷하게 운영한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자회사 '정규직'의 처우가 비정규직과 다르지 않다는 말이다.

조돈문 교수는 지난 9월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2017년 7월에 나왔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서 자회사 방식을 정규직 전환의 한 유형으로 제시해놨다, 이건 간접고용 비정규직이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조 교수는 "인천공항의 직무들은 상시적 업무이고 생명과 관련된 업무이기 때문에 200% 정규직 전환 조건을 만족시킨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경비·보안·청소·설비 등 인천공항 운영에 필요한 분야는 대체로 자회사를 통한 간접고용이 이루어졌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각각 1200명, 1800명으로 인천공항 내 2개의 자회사로 나누어져 '정규직 전환'이 됐다. 용역회사에 있는 7300여 명도 순차적으로 자회사로 가게 된다.

청소 노동자들 "기대 없어"
 
 지난 1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공사노동조합, 한국노총에 소속된 인천공항 정규직 노동자들이 '(경쟁)채용을 해서 직원을 선발하라'고 주장하는 현수막을 걸었다.
 지난 1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공사노동조합, 한국노총에 소속된 인천공항 정규직 노동자들이 "(경쟁)채용을 해서 직원을 선발하라"고 주장하는 현수막을 걸었다.
ⓒ 유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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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0명가량의 인천공항의 청소 노동자 중에는 아직 '자회사'로도 가지 못하고 있는 노동자들이 있다. 일부는 용역회사에 청소 노동자로 아직 남아서 계약 기간이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청소 노동자인 정명선씨는 "대통령이 당선되자마자 오신 거라 정규직 전환되겠다는 기대를 갖고 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허풍이 아니었나 싶다"라며 정부를 비판했다. 정씨는 "대통령이 와서 정규직 전환한다는 게 자회사로 가라는 개념인 줄 몰랐다, 우리가 생각했던 정규직 전환은 다 직접 고용하고 처우를 개선하는 건 줄 알았다"고 말했다. 정씨는 2020년 6월 용역업체 계약이 끝난다. 용역회사에 남은 노동자들은 혹여나 경쟁채용을 해 시험에서 떨어질까봐 불안해했다.

청소 노동자들 역시 직접 고용이 아닌 자회사가 대안이 아니라는 걸 안다. 하지만 자회사마저도 이제는 시험을 쳐서 '쟁취'해야 할 대상이 돼버렸다. 청소 노동자이자 인천공항지역지부 수석부지부장 오순옥씨는 "어쨌든 자회사만 가더라도 3년마다 계약하는 고용불안이 없어지는 것이지 않나"라면서 말을 흐렸다. 오씨는 현재 주 6일 근무를 하고 있다.

오씨는 "저희도 처음에는 자회사 채용 절대 반대했다"라며 "하지만 정규직들의 반대가 너무 심했고 어느 정도 선에서 합의를 봐야지만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데, 자회사도 못 갈 수 있는 상황이 오더라"라고 말했다.

오씨는 "처음 문재인 대통령이 인천공항에 와서 정규직 선언을 할 때 목적은 분명했다, 고용 안정을 통한 좋은 일자리를 공공부문에서 먼저 만들고 사기업에도 확산시킨다는 것이었다"라며 "그런데 지금 인천공항은 2017년 5월 이후에 입사한 사람에 대해서는 다시 경쟁 채용을 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씨는 "시험이라니, 학교 공부 놓은 지 40년 이상 된 사람에게 눈에 보이지 않는 글씨로 인성검사를 한다는데 그걸로 뭘 증명할 수 있나"라고 토로했다.

인천공항 측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상대로 경쟁 채용 도입을 주장하는 이유는 최근 밝혀진 일련의 '채용 비리' 사건들 때문이다. 하지만 오씨는 "권력이나 정보력을 가진 자가 채용 비리를 하는 거지, 우리 같은 빽 없는 노동자들이 어떻게 채용 비리를 저지를 수 있단 말이냐"라고 지적했다.

신철 인천공항지부 정책기획국장은 "지금 인천공항은 1만 명 모두를 채용 비리 의혹이 있는 것처럼 주장하지만, 다 박봉인 일자리다. 가진 자들이 불법을 써서 채용 하고 싶어 하는 일자리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신 정책기획국장은 이어 "김성태 의원 딸의 KT 입사에 채용 절차가 없었나, 강원랜드 채용 비리 때도 채용 절차는 다 있었다"라며 "인천공항 노동자들이 정당한 채용 절차를 밟지 않았다면서 공정을 주장하는데 이분들은 여기서 10년 넘게 값어치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드러난 고위층의 채용 비리가 오히려 비정규직들에게 낙인을 찍고 시험을 다시 치르라는 방식으로 역효과가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직접 고용 대상이었던 분야도 '아직'

직접 고용 정규직 전환 대상이었던 경비·보안 분야 역시 직접 고용도, 정규직 전환도 '아직'이다. 이들은 2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용역업체 소속이다. 2020년 6월 말 용역업체 계약이 끝나면 이들은 약 800명과 1100명으로 나뉘어 각각 직접 고용과 자회사로 나뉘어서 가게 될 예정이다. 8개월여밖에 남지 않았지만 공항 공사는 어떤 직원은 직접 고용이 되는지, 혹은 자회사로 가는지 그 기준도 내놓지 않고 있는 상태다.

19일 <오마이뉴스>의 취재에 응한 인천공항 B지역 특경대지회 지회장 권오상씨는 "국민의 생명 안전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노동자가 (자회사가 아닌) 직접 고용 대상이라는 보도를 봤는데, 경비·보안 분야에서는 어떤 분들이 생명 안전 분야에 직결되는지 그렇지 않은지 구분하는 게 불가능하다"면서 "노동자들끼리 경쟁을 시켜서 합격한 사람만 직고용시키겠다는 거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어떤 업무를 하는 직원이 직접 고용으로 가는지 확실하지 않으니 비정규직 노동자들 사이에서는 신경전이 벌어진다. 권씨는 "인천공항에 직고용되면 당연히 더 (처우가) 나을 거라는 기대 심리가 있다 보니 아무래도 스트레스가 크다"고 말했다. 경비·보안 분야 노동자들 사이에서 '어떤 업무가 자회사로 갈 확률이 높다'는 소문이 한 번 돌면 다들 그 업무를 기피해 갈등이 발생한다고 한다.

이 때문에 권씨는 "정규직화를 바라보고 온 신입 중에 정규직화가 지연되자 퇴사자가 많다"면서 "정규직화되는 과정이 좋긴 한데 공항 공사나 정부가 정규직화를 시킬 의도가 정말 있는지 궁금하다"고 토로했다.

또 인·적성 시험 등을 통해 전환 대상자를 가르겠다는 발상에 대해서 권씨는 "여기 계신 분들은 모두 면접을 보고 교육받은 이후 여러 차례 평가를 거친 뒤에 공항에 와서 일하고 있다"며 "구인난이 심한 상황인데 추가로 시험을 쳐서 직원을 걸러낸다면 과연 이게 '고용 안정' 직장인가"고 반문했다.

권씨는 "저희가 비정규직이기도 하고 그간 이 분야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존중받지 못했다, 상주 직원에게 멱살을 잡히기도 하고 뺨을 맞기도 했다"면서 "정규직화되는 일련의 과정이 반갑고 너무 좋지만 공항 공사가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저희와 함께 대화해나갔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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