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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날맨날 요정도만 장사 될 것 같으면 좋죠. 다 부자되죠."

흔히들 추석이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속담을 관용구로 쓰곤 하지만, 시장 한켠에 자리잡은 어묵가게에서 들은 그녀의 말은 조금 다른 울림을 가지고 있었다. 언뜻 보기에 추석 연휴 전 찾은 온천인정시장은 장을 보는 사람들로 복작복작하고, 명절 인심을 노리고 인사를 돌며 얼굴도장을 찍는 정치인들의 모습도 보여 활기가 돌고 있었다. 하지만 평상시엔 정말 사람이 없다고 한다. 그나마 추석이니까 사람들이 많이 나왔다고. 게다가 장을 보는 사람들의 연령층은 전반적으로 높은 편이어서, 젊은 층이 시장을 많이 이용하지 않는 현실 또한 은연중에 엿보였다.

사실 전통시장에 발길이 주는 현상은 비단 이곳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전국에서 들려오는 이야기다. 그래서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는 중소벤처기업부와 함께 온누리상품권을 만들기도 했고, 최근에는 모바일 결제에 친숙한 젊은 층의 구매를 이끌어내기 위해 모바일 온누리상품권과 제로페이를 내놓기도 했다. 온천인정시장 입구에도 홍보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온천인정시장 입구
 온천인정시장 입구
ⓒ 손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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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 사람이 가장 많이 몰리는 추석을 노리고 걸어 놓은 현수막이지만, 정작 그 서비스를 이용할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다.

"카드는 단말기 있는데, 저거 하면 새로 단말기를 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제로페이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자 그녀는 잘 모르겠다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이곳뿐만 아니라 시장의 다른 가게들도 제로페이 결제가 가능한 곳이 많이 없다고 했다. 실제로 시장에서 장사를 하는 입장으로서는 그보다 낡고 오래된 시장 건물과 협소한 주차 공간, 그리고 몇 년째 공사가 지지부진한 온천시장 건물의 개선이 더 급한 듯 보였다.
 
 온천시장 공사 현장
 온천시장 공사 현장
ⓒ 손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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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온천시장 건물이 있던 곳은 현재 공사장 가림막에 막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저 도시재생 뉴딜사업에 대한 청사진만이 야심차게 걸려 있을 뿐이다. 

"어유 시장이 이게 지금 점포 비워진 지가 몇 년 되거든요. 지어도 다 지었을 거라, 저 건물을."

공사장 가림막 때문에 바람이 잘 통하지 않아 후덥지근한 가게에서 그녀는 부채를 파닥거렸다. 공사장의 소음과 먼지도 문제이지만, 무엇보다 손님이 안 와서 시장 상인들이 전부 울상이라고 했다. 너무 장사가 안 되다 보니 못 견디다 나간 사람도 있다. 하지만 가게를 내놓아도 빈자리에 들 사람이 없다.

그래도 그녀의 가게는 나은 편이다. 3대째 대를 이어 장사한 만큼 꾸준히 찾아주는 오래된 단골도 많고,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전국을 대상으로 판매를 하고 있는 덕이다. 알아준다는 부산 어묵 중에서도 이름 있는 곳으로 대리점도 여럿 있다. 하지만 본점이라고 할 수 있는 이곳 분위기는 마냥 밝지만은 않다.

"사업을 하실 거면 이 주변도 좀 해주셨음 좋겠습니다."

뉴딜 사업에 대해서는 그녀 역시 들어 알고 있다. 상인회 사무실에서도 제법 들었고, 지역 단체에서도 자주 이야기하고 있으니까. 하지만 막상 시장에서 장사를 하는 입장에서는 아직 피부에 닿는 변화가 썩 없는 것도 사실이다. 무엇보다 몇 년째 시간만 보내다 올 3월에야 겨우 철거를 마친 시장 건물이 언제 지어질까 초조할 따름이다. 일단 완공 날짜는 나와 있지만 기다리는 입장에서는 하루하루가 더딘 느낌이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뉴딜사업이 잘 될 것 같은 기대가 있냐는 질문에 그녀는 단호하게 "네"라고 힘주어 답했다. 올 초 정부에서 예산이 나왔다는 소식에서 힘을 많이 받은 듯 했다. 뭐가 되어도 되긴 될 것 같다고. 

"4대도 해야 안 되겠습니까."

그리 말하며 너털웃음 짓는 그녀에게선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엿보였다. 여러모로 힘든 상황이지만 지역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들의 노력과 거센 파도를 맞으면서 자리를 지키는 바위 같은 이웃들을 알기에 지을 수 있는 웃음 같기도 했다. 혹은 가게 안쪽에서 인터뷰하는 내내 매대에서 바쁘게 손님들을 상대하던 두 아들이 듬직한 덕분도 있을 것이다. 큰 아들은 직장 생활 중 명절 일손을 돕기 위해 잠시 일하는 중이지만 작은 아들은 함께 어묵 가게에서 일하는 중이라고.

그러니 이곳의 가장 큰 희망은 한결같이 삶의 터전을 지키는 사람들인 셈이다. 사람이 떠난 자리엔 아무것도 없다. 자신들이 사는 마을을 보다 좋게 만들려 노력하는 주민들이 남아 있는 한 다시 한 번 도심이 되는 날이 오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 기자의 개인 블로그와 브런치에서도 읽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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