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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만 해도 피곤함이 역력했다. 전날까지 이어진 '동양대 표창장' 논란과 검찰의 압수수색 탓이었을까. 선서에서 년도를 틀리며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던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는 오후 들어 특유의 '정중동' 가운데서도 기운을 회복한 듯 보였다. "좀 웃으세요"라던 박지원 의원의 농담에 마지못해 처음으로 미소도 보였다.

여야의 공세와 반격 속에, "아는 건 아는 대로, 모르는 건 모른다 말할 것"이라던 다짐 그대로 아는 한 사실로 대응하는 일관성은 그대로였다. 물론 사과도 빠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할 말은 하고 있었다. 2일 기자간담회와 다른 점이 있다면, 좀 더 고개를 숙이는 '신중함'과 이제 더 물러날 곳이 없다는 듯한 조 후보자의 어떤 '결기'가 도드라졌다고 할까.

온 국민의 관심 속에 6일 오전 10시부터 국회 법사위원회에서 열린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그리하여 산회가 예고됐던 자정이 다가오자, 여상규 법사위원장이 검찰의 동양대 정경심 교수 기소를 기정사실화하고 있었다. 여당 의원들의 청문회 보고서 채택 여부와 산회에 대한 요구에도 아랑곳없었다. 막후를 지배했던 검찰이 청문회 막판 '신 스틸러'로 부각되는 순간이었다.   
 
자유한국당 김도읍(왼쪽), 김진태 의원이 6일 오전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 이야기 나누는 김도읍-김진태 자유한국당 김도읍(왼쪽), 김진태 의원이 6일 오전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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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의 사퇴 종용

"(조국 후보자) 처가 기소되고 본인이 수사를 받고, 이런 법무장관이 과연 되겠습니까? 상식적으로 생각합시다. (동양대 표창장이) 위조됐으면 기소될 거 아닙니까?"

마치 조 후보자 본인이 '사퇴'를 언급했다고 몰아가기도 했던 여 위원장. 그는 "지금 후보자 처에 대해서 기소를 금방 할 것 같은 그런 보도가 나오고 있다"며 "아무래도 그 기소 여부가 결정될 시점인 12시 이전까지는 회의를 진행해 봐야 한다"고 못 박았다. 여 위원장의 이러한 일방적인 진행과 저의가 의심되는 발언은 즉각 여당의 반발은 불렀다. 일각에선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언급한 '가족 인질극'이 현실화됐다는 한탄이 터져나왔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은 "참 놀랍다. 국회 권위를 강조해온 분들이 한낱 검찰 예속 조직으로 전락시켜 놀랍다"며 "기소 여부에 따라 우리가 청문보고서를 채택하네 마네 하는 것 자체가 국회 모독"이라고 비꼬았다. 이어, 한 동안 고민하던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도 조심스레 속내를 털어놨다.

"처(정 교수)가 기소될지 불기소될지 알 수 없습니다. 어떤 경우든 저는 임명권자에 따라서 움직이겠습니다. 제가 가벼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고민…, 당연히 제가, 당연히 고민을 할 것입니다.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제가 가벼이 움직일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조 후보자의 '소신'이 묻어나는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일각에서 '조 후보자 딸 교육부장관 청문회'이라 비아냥 댈 정도였다. 어쩔 수 없었다. 이은재 의원의 케케묵은 후보자 서울대 논문 질문 외에, 한국당이 거론한 후보자 본인의 새로운 부정이나 비리, 의혹은 단 한 건도 없었다.

"한국당 의원들이 들고 나온 건 무기가 안 되는 거 같아요. 설득력이 떨어져요."

YTN에 출연한 한 정치평론가의 촌평이다. 한국당 게시판에서조차 비판이 쏟아졌고,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 역시 "맹탕 청문회"라며 당 지도부를 공개 저격했다. 소셜 미디어 상에서는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의 청문회 개최 합의가 '혼자 당할 수만은 없어서가 아니냐'는 의심(?)이 나돌기도 했다. 실제로 그랬다. 13시간 동안의 '허탈함의 시간'이 이어진, 무른 창과 절박한 방패가 맞붙은 청문회가 맞았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질의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질의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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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의 자승자박, 조국의 분전, 그리고 검찰

"무엇보다도 처와 자녀 등 온 가족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단 말이에요. 앞으로 구속될지도 몰라요. 가정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장관이 무슨 의미가 있죠? 그런데도 결정을 못 해요?" (여상규 법사위원장)

한국당의 '공격'이, 오전부터 이어진 '사퇴 종용'이 미진했던걸까. 조 후보자는 "저도 너무 가슴이 아픕니다"며 "양해를 구한다"고 말을 아꼈지만, 이러한 '선수'도 아닌 '진행자'의 '사퇴 종용'은 눈과 귀를 의심케 했다. 후보자는 물론 그 누구에게도 가장 뼈아픈 '가족'에 대한 공격이 '심판'인 법사위원장의 입에서 튀어 나온 셈이다. 

"미주알 고주알 다 답하지 말라"며 조 후보자의 말을 끊는 등 '편파진행'을 일삼았던 여상규 위원장의 이러한 '사퇴 종용'은 한국당의 속내를 그대로 드러내는 함축적인 발언이었다. 의혹의 실체나 현존하는 불법을 규명하긴 어려우니, 이 자리에서 자진 사퇴하라는 압박과 같은. 

그럴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한국당 일부 의원은 '동양대 표창장' 허위 의혹이나 후보자 딸 의학 논문의 초고 파일 속성 정보 의혹에 매달렸다. 또 청문회 전날 보도된 언론 기사나 검찰이 유출한 것으로 의심된 자료를 근거로 지루한 반복을 이어갔다. 기존 제기된 '후보자 딸' 관련 의혹도 새로울 것이 전혀 없었다. 

"며칠 전 청문회 참고인으로 나와 달라는 요청이 있어서 모든 인터뷰는 거절했지만, 그건 나가겠다고 했다. 그런데 자한당의 반대로 안 나와도 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어제 들었다. 나야 지금이 일 년에 가장 바쁠 때라 잘 되었다 싶었지만… 질문 수준들을 보니 왜 반대했는지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입시 전문가 김호창 주식회사업스터디 대표)

김 대표가 주광덕 의원의 '조 후보자 딸 생활기록부'를 바탕으로 한 질문을 요목조목 반박하며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긴 촌평이다. 그럴 만 했다. 2일 기자간담회에 이어 예상가능한 질문의 연쇄와 반복된 답변들은 시청하는 국민들의 진을 빠게 할 만 했다. 그럼에도 짚을 대목은 있었다. 

첫째, 한국당의 자승자박이었다. '가족 청문회'를, '조국 딸 청문회'를 공언한 건 한국당 스스로였다. 하지만 실제로 '결정적 한 방'은커녕 '동아대 표창장'을 필두로 맹탕 질문과 기존 의혹의 재탕뿐이었다. 그마저도 팩트 위주로 즉각 '맞불'을 놓고 허위 정보 수정에 사활을 건 여당 의원들에게 '판판이' 깨지는 형국이었다.

여야가 마지막까지 공방을 벌였던 증인 출석도 마찬가지였다. 한국당이 초반 딸과 부인을 포함 90명을 주장했고, 결국 7명을 요구했던 증인 중 출석한 것은 결국 웅동학원 김형갑 이사 한 명 뿐이었다. 그마저도 한국당의 의도와는 다른 증언으로 모두를 당황케했다. 확실히, 그간 왜 한국당이 폭로전과 언론 플레이를 즐기며 청문회 개최를 미뤄왔는지를 깨닫게 해 준,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의 결과 였다랄까. 

둘째, 조 후보자의 분전이 이어졌다. 소신은 그대로였지만, 상당히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간간이 "지난 한 달이 10년, 20년 같았다"거나 "개인적으론 자연인으로 가족과 보내고 싶다"는 토로도 몇 번이나 나왔다.

하지만 "모르면 모른다, 알면 안다"는 원칙 아래, 있는 그대로 '사실'을 설명코자 노력하는 일관성은 여전했다. 오전엔 동양대 최성해 총장과의 통화 횟수에 대한 공방을 "1번"으로 결론짓기도 했다. 사과와 사죄는 여전했고, 피곤함도 묻어났지만, 맷집은, 결기는 더 단단해진 느낌이랄까.

셋째, 검찰 개혁의 중요성이 역설됐다. 이날 한국당 의원들은 '포렌식 자료'라 당당히 공개하거나 검찰의 압수 수색과 수사 과정에서 입수했을 법한 자료 다수를 무기로 삼았다. 가뜩이나 공안검사 출신 의원들이 즐비한 가운데, 한국당이 검찰로부터 자료를 입수한 것 아니냐는 의혹만 키운 꼴이 됐다. 여당 의원들이 "검찰만 갖고 있는 포렌식 자료가 청문회장에서 돌아다닌다"고 꼬집은 것은 당연지사.

이날 청문회의 또 다른 주인공이 바로 검찰이었다. 이날 오전까지도 청와대와 검찰의 힘겨루기가 계속됐다. 한국당 의원들은 끊임없이 정 교수의 기소 여부를 근거로 조 후보자에게 사퇴 여부를 물었다. 검찰의 정 교수 기소 여부를 기다린 여 위원장의 '꼼수'는 청문회 내내 드리워졌던 검찰의 그림자를 확인케했다. 청문회 산회 직후 검찰은 결국, 정 교수를 사문서 위조 혐의로 '피의자 소환 없는' 불구속 기소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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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의 소신, 조국의 고민


"저는 대한민국 헌법을 준수해 왔고 준수할 것입니다."

'헌법 논쟁'이 아니었다. 모두 발언도, 청문회 선서도 아니었다. 청문회 막바지, 본인이 제출을 요청한 자료를 앉은 자리에서 찢어버리는 '퍼포먼스'를 벌였던 김진태 의원. 이후 김 의원은 조 후보자에게 "옛날에 사노맹, 사회주의자였습니까?", "전향을 했습니까?", "전향을 하지 않는다는 얘기입니까?라며 철지난 색깔론에 더해 '사상 강요'까지 선보였다. "사회주의자가 그 사상을 포기해야 자유민주주의 체제로 올 수 있는 것"이란 낙인찍기를 시도하면서.

조 후보자도 굴하지 않고 "전향이라는 단어가 갖고 있는 것이 그 자체로 권위주의적 방식"이라며 '헌법 준수'로 맞섰다. 마지막 질의에서까지 '팩트 정정'을 이어가던 박주민 의원 역시도 보다 못해 "후보자님, 우리 헌법에 양심의 자유가 있습니다. 양심의 자유에 반해서 어떤 행동을 하게 강요하는 것 자체가 위헌적인 것이죠?"라며 지원사격에 나서기도 했다. 이날 청문회의 전체 그림을 요약하는 한 장면이었다.

대체로 그런 식이었다. 주도권은 한국당 의원들이 잡았다. 허나 뜻대로 풀리지 않는지, "규칙은 제가 정하는 겁니다"라며 사상을 강요하고 자료를 찢던 김 의원처럼 지지자들을 향한 무리수도 연출됐다. 물론, 때때로 고성과 공방이 오갔다. 그 사이사이, 여당 의원들은 지난 한 달 간 야당과 언론이 제기한 갖가지 의혹의 진위를 가리고자 안간힘을 썼다.

"95%의 그 허위, 그 부당한 공격. 이거 한번 따져보자, 이 진실이 뭐냐. 저는 그 얘기가 하고 싶은 겁니다. 5%의 허물. 있죠. 제가 조국 후보자가 개인적으로 이거 왜 그렇게 했을까? 왜 이 장학금 받았을까. 제가 조국 후보자, 여러 사람한테 주변에다 얘기를 했습니다.

청년들이 그것 때문에 분노하나요? 그 장학금 2건 때문에 분노하나요? 아버지 사회적 지위를 가지고 부정입학했다는 것 때문에 분노한 것 아닙니까? 청년들이 분노하는 그 모든 이유, 그 이유가 다 사실입니까? 청문회는 그걸 구분해 줘야 합니다." (김종민 의원)


이러한 지원사격을 등에 업고, 후반부로 갈수록 조 후보자 역시 국민들을 향해 법무부장관으로서의 소신과 정책 공약을 펼쳐 나갔다. 시각에 따라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차별금지법이나 표현의 자유 개별 정책에 대한 소견도 이어갔다. 그 중 검찰이 눈여겨 볼 수밖에 없을, 조 후보자의 검찰개혁의 의지는 여전히 확고해 보였다.

"첫째는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가지고 있고 특히 기소권을 독점하고 있는 상태에서 너무 과도한 권한을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보면 검찰의 권한남용에 대해서는 통제 장치가 법원밖에 없는 상태인데 너무 미약하기 때문에 거대한 검찰을 분리시켜 낸다라는 의미가 일단 크게 있고요. 두 번째는 공수처가 만들어지게 되면 검찰을 포함해서 고위공직자에 대한 부패 수사가 훨씬 더 잘 될 것이다 라고 보고 있기 때문에 찬성해 왔습니다."

여상규 위원장의 예견대로, 결국 정경심 교수는 기소됐다. 이번 주말 안에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권을 행사할 것이란 전망이 들린다. 어찌 됐든, 지난 한 달 간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궜던 '조국 청문회'가 막을 내렸다. 조 후보자에 대한 평가는 제각각 일 것이다. 지난 기자간담회처럼, 청문회를 지켜 본 국민들이 마음을 돌렸을지, 그 반대로 돌아섰을지는 역시 각자의 선택일 것이다.

확실한 것 하나는, 진짜 '조국의 고민'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사실 아닐까. 청문회 말미에 밝힌 그의 소회에서 드러나듯이.    

"이번 검증 과정 동안 저나 제 가족이 전방위적으로 검증 대상이 됐고 그 속에서 힘들었던 건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저의 힘듦보다 그 과정에서 드러난 여러 가지 저희의 불찰이나 부족함 때문에 국민 여러분들이 느꼈던 실망이나 분노, 이런 문제에 비교하게 되면 저나 저희 가족이 느끼는 고통은 더 적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까도 말씀드렸습니다마는 합법이냐 불법이냐 이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혜택 받은 계층에서 태어나고 자라나서 또 혜택 받은 계층에 속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런 우리 불평등의 문제, 부의 세습의 문제. 이런 문제에 대해서 둔감했다고 생각합니다. 향후 제가 장관으로 임명될지 안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그건 전적으로 임명권자의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저의 이런 시련이나 고난을 되돌아보면서 앞으로 삶을 새롭게 전개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태그:#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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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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