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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7일 기자회견에서 발언 중인 김수억 지회장
 8월 27일 기자회견에서 발언 중인 김수억 지회장
ⓒ 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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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하다고 생각하실지 모르겠는데 김수억씨는 단식을 두 번이나 해서 같은 또래 남성에 비해 건강한 편이 아닙니다. 단식을 한 번 할 때마다 의학적으로 몸은 엄청나게 망가지고 후유증이 남거든요."

8월 27일 서울고용노동청 앞 김수억 단식농성 30일 차, 이날 농성장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 '재벌 앞에 사라진 정의, 문재인 정부는 불법파견 법대로 하라!'에서 김수억씨의 건강 체크를 하는 '노동건강연대' 소속 의사 이상윤씨가 말문을 열었다.

"단식으로 인한 건강 영양 상태를 가장 잘 보여주는 지표가 체중감소입니다. 평소 체중의 15% 이상이 감소하면 의학적으로 위기상황이라고 정의합니다. 김수억씨는 현재 평소 체중에서 16kg 감소했습니다. 이는 20% 감소한 수치입니다. 전해질이나 비타민은 심장이나 간 콩팥 같은 데에 필수적인 요소인데 물로는 공급되지 않기 때문에 그런 부분이 점차 망가져 가고 있는 겁니다."

이상윤씨는 "김수억씨의 건강 상태가 매우 좋지 않다. 의학적으로만 본다면 의사가 계속 상주하면서 위험에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영국으로부터 아일랜드의 독립을 위해 66일 동안 단식투쟁을 벌이다 사망한 보비 샌즈를 그린 <헝거>라는 영화가 있다. 영화에는 단식농성을 하는 보비 샌즈의 곁에 의사가 상주하며 그의 상태를 확인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의 요구를 수용하지는 않았지만 영국은 보비 샌즈가 단식농성하는 동안 수면과 소음 등에 있어 최소한의 환경은 유지해 주고자 했다.

반면 두 차례 단식 후유증이 남아있는 상태에서 김수억씨는 땡볕과 매연, 소음을 견디며 세 번째 단식농성을 하고 있다. 이상윤씨는 이런 환경이 김수억씨의 건강 상태를 나쁘게 만들고 있다고 했다.

다시 열흘이 흘러 김수억씨가 단식농성을 시작한 지 40일이 되었다. <동의보감>에는 "보통 사람은 음식을 먹지 않고 7일이 지나면 죽는데 이는 수곡정미가 끊어져 장부가 영양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라고 나와 있다.

7일을 한참 넘기고도 수억씨는 단식농성을 계속하겠다고 한다. 이유가 무엇일까? 단식농성 32일 차인 8월 29일에 진행한 인터뷰 내용을 통해 이유를 독자들과 나누고자 한다.
      
"정규직이 버린 장갑을 주워 쓰고 빨아 썼어요"

"하루에 거의 몇십번 씩 괜찮냐고 물어보는데 그때마다 '괜찮습니다'라고 답해요. 단식하는 사람들 다 마찬가지겠죠. 배고프고 민감해져요. 여름엔 더위도 힘들고 시내 한가운데라 소음 때문에 잠도 잘 못 자고. 말을 많이 하면 어지러워요. 위에서 고공농성 하는 분들도 계시니까 뭐라고 말은 못 하겠고..."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만난 김수억씨가 희미하게 웃는다. 32일 동안 곡기를 끊은 탓에 수억씨의 입꼬리가 올라가지 않는다. 뼈만 앙상하게 남은 그의 몸이 의지대로 움직여지지 않았다. 웃으려고 하나 웃어지지 않는 모습이 마치 울고 있는 것 같았다. 어쩌면 수억씨의 마음이 그럴지도 모르겠다.

'혈당은 어때요? 혈압은 괜찮아요'라고 묻지만 30일 넘게 곡기를 끊고 물과 소금으로 간신히 생명을 유지하고 있는 그가 괜찮을 리 있겠는가? "괜찮다"고도 "괜찮지 않다"고도 답변할 수 없는, 그렇다고 또 하지 않을 수도 없는 질문과 답변이 이어진다.

김수억씨는 2003년 경기도 화성시에 있는 기아자동차 하청업체에 입사했다. 그는 소렌토, 모하비, K3, K5 등의 자동차에 들어가는 부품을 조립 순서대로 배열해서 컨베이어에 공급하는 일을 했다. 처음 입사했을 때는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자동차 공장이라 하청이라도 많은 기대를 했지만 이후 '계속 다녀야 하나' 고민을 하게 됐다.

"일단 일이 너무 힘들었어요. 반면 월급은 너무나 적었어요. 매주 야간과 주간을 교대하며 하루 10시간씩 근무했어요. 특근이 걸리면 토요일 밤에 들어가서 일요일 오전 7시 30분에 퇴근하는데, 그다음 조가 주간조면 다음 날 오전 7시까지 또 출근해야 했어요. 도저히 못 버티겠더라고요."

일주일 또는 하루 일하고 나오지 않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일 때였다. 수억씨가 처음 출근한 날, 사무실 관리자는 "수억씨 연월차 쓰면 해고입니다. 특근 안 나오면 해고입니다"라고 했다. 돈을 벌어야 했던 그는 "예, 알겠습니다"하고 일을 해야 했다.

"법은 고사하고 아무것도 지켜지지 않았어요. 휴게실도 없고 휴가도 마음대로 쓸 수 없었죠. 아파도 나와야 했어요. 특근도 안 나오면 잘리니까 의무적으로 해야 하고. 자동차 공장은 기름을 많이 사용하다 보니 장갑을 몇 시간만 껴도 기름 범벅이 돼요. 하루에 두세 켤레를 써도 모자랄 판에 사측은 장갑을 일주일에 한두 켤레 줬어요. 정규직들은 장갑이 제대로 지급되니까 깨끗한 장갑도 막 버리더라고요. 정규직이 쓰레기통에 버린 장갑을 주워서 썼어요. 창피하니까 돌아가면서 걷어 와 빨아 쓰기도 하고. 겨울에는 난로가 없고 여름에는 선풍기가 없어요. 정규직은 겨울에도 반팔 입고 일하는데."

수억씨가 가장 참을 수 없었던 것은 '관리자들이 사람대접을 안 하는 거'였다. 30살도 안 된 관리자가 50~60살 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반말하고 욕을 해도 아무 소리도 못 하는 상황이었다. 부당한 것에 대해 항의하는 사람은 소리소문없이 잘려 나갔다. 그런 비인간적인 대우가 정말 견딜 수 없게 힘들었다.

노동조합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수억씨는 각고의 노력 끝에 2005년 노동조합을 만들었다. 노동조합이 만들어지고 나서야 관리자들에게 부당한 요구나 욕설, 반말을 안 듣게 되고 근로기준법이 지켜졌다. 그러나 수억씨는 노동조합 설립 후 2번의 구속과 한 번의 해고를 당해 3년을 감옥에서 보내고 5년을 해고자로 살아야 했다. 그리고 지금 세 번째 단식농성을 하고 있다.

"원청이 진짜 사장이라는 걸 느꼈어요"
 
8월 27일, ‘재벌 앞에 사라진 정의 문재인 정부는 불법파견 법대로 하라!’ 기자회견 장면
 8월 27일, ‘재벌 앞에 사라진 정의 문재인 정부는 불법파견 법대로 하라!’ 기자회견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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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 한 해 비정규직으로 일하면서 절실하게 느꼈던 거는 원청(기아자동차)이 진짜 사장이었다는 거예요. 업체 사장과 관리자가 있지만 그 사람들은 하는 일이 하나도 없었어요. 그 사람들은 통장에 들어오는 돈 받아서 넣어주는 일이랑 누가 출근하고 누가 조퇴했는지 관리하는 거 빼고는 하는 게 없었어요. 우리의 근로시간과 특근을 할지 안 할지 모든 게 원청의 결정과 계획에 따라 이루어졌어요."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파견법)을 보면 제조업의 직접 생산 공정에 파견 노동자를 고용할 수 없게 되어 있다. 해당 법을 위반한 사업주에게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되어 있다.

수억씨는 현대자동차그룹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그 법을 어기고 사내하청 노동자를 불법으로 고용해 왔다는 것을 알게 됐다.

2010년 대법원판결 이후 법원은 현대차·기아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제기한 (원청이 실제 고용 당사자임을 확인하는) '근로자지위확인소송'에서 2번의 대법원판결을 포함해 11번이나 현대차·기아차의 모든 사내하청 공정이 불법파견이고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법원은 비정규직이 제기한 모든 소송에서 정규직이라고 판결한 것이다.

하지만 회사는 법원의 판결을 따르지 않았다. 그런데도 2004년 불법파견 인정 판결 후 지난 15년 동안 관련 내용으로 처벌받은 현대차·기아차 사업주는 없었다. 검찰은 이 불법파견에 대한 조사도 기소도 하지 않았다. 수억씨는 고용노동부 역시 다르지 않았다고 이야기한다.

"현대차·기아차는 약 2만여 명에 달하는 사내하청 노동자를 불법으로 사용해 왔어요. 노동자 입장을 대변해야 할 고용노동부는 15년 전인 2004년 불법파견 판정을 해놓고도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하라는 명령은 지금까지 하지 않고 있어요. 회사는 지금도 판결을 따르지 않고 있고요. 왜 그럴까요? 처벌받지 않기 때문이죠. 8월 30일 15년 만에 처음으로 박한우 기아자동차 사장에 대한 불법파견 재판이 열려요." (재판부는 이번 사건과 쟁점이 비슷한 민사사건 2건이 대법원에 계류 중인 점을 언급하면서 대법의 판단을 지켜보면서 재판을 진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음 재판은  변론 준비기일로 오는 10월 25일에 열린다.)

불법파견 문제가 거론되자 수억씨의 숨이 가빠진다. 단식 30일 즈음 되면서 숨이 짧아지고 긴 호흡을 하지 못하는 증상이 나타났다. 이상윤씨는 영양 부족으로 인해 폐에 물이 차는 증상이라고 했다. 심장에 부담이 가고 근육도 약해져 말하는 것도 점점 힘들어지고 있었다.

'직·간접공정' 꼼수에 맞장구 친 고용노동부

파견법 위반으로 고소한 지 4년 만에 열린 박한우 기아자동차 사장에 대한 재판은 수억씨가 단식농성을 시작한 배경이다. 수억씨는 전국의 많은 법원이 현대차·기아차와 한국GM 등 자동차 완성차공장 전 공정에 대해 불법파견 판결을 수년째 해왔음에도 검찰이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더 이상 자신들의 결정을 유지할 수 없게 되자 교묘하게 법에도 없고 회사 규정에도 없는 사측 변호사들이 만들어 낸 '직접생산' 공정이네 '간접생산' 공정이네 하는 용어를 들이댄 거예요. 최근에 검찰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하는 업무 중에 일부를 '간접생산' 공정이라고 규정하고 불기소 처분 결정을 했어요. 저는 물류사라서 컨베이어벨트에서 정규직하고 섞여서 일하지 않는 소위 사측이 주장하는 '간접공정'이에요. 하지만 법원은 사측이 주장했던 '직접 생산 공정' '간접 생산 공정' 구분이 필요 없다고 했어요. 자동차 공장은 어떤 공정이든 컨베이어를 타건 안타건 자동차 생산 특성상 그 흐름이 다 연결되어 있다고 본 거죠. 원청의 직접적인 지시와 결정·계획 없이는 운영이 안 되는 불법파견이라는 걸 명확히 한 거예요. 11번의 판결 모두 한 번의 예외도 없이."

정말 기가 막힌 것은 노동자 입장을 대변해야 할 고용노동부의 태도였다.

"직접고용 시정명령을 왜 하지 않냐고 항의하고 요구할 때마다 '검토 중이다. 시간이 좀 걸린다. 조사 중이다'라고 얘기하더니 갑자기 7월 말에 언론을 통해 '8월 중 시정명령을 하는데 검찰 기소 기준으로 하겠다'는 이야기를 했어요."

수억씨는 고용노동부가 검찰 기소 기준에 따라 '직접 생산 공정'만을 대상으로 부분적 직접고용 시정명령 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이를 막기 위해 7월 29일 단식농성을 시작했다. 갑작스럽게 단식농성에 들어가게 되어 식사 조절 등 사전 준비도 전혀 하지 못했다.

고용노동부의 재벌 편들기
 
9월 3일 김수억 씨 단식농성 37일 차, 서울고용노동청 앞 단식농성장
 9월 3일 김수억 씨 단식농성 37일 차, 서울고용노동청 앞 단식농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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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억씨는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당시 '10대 재벌의 불법파견 문제를 해결하면 좋은 일자리 40만 개를 만들 수 있다'면서 재벌의 불법파견 문제 해결을 약속해 이에 대한 기대가 있었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와서 각종 적폐 청산을 목표로 위원회를 만들었고, 그중 하나가 노동 적폐 청산을 위한 '고용노동행정개혁위위원회'였어요. 노동부와 검찰이 10여 년간 하지 않았던 불법파견 적폐를 해결할 줄 알았어요. 행정개혁위원회는 조사를 통해 현대·기아차 불법파견과 관련해 노동부와 검찰에서 부당하게 수사를 지연시켰다고 밝혔어요. 노동부 장관의 사과와 즉각 직접고용 명령을 하되 법원 판결 기준대로 하라는 걸 명확히 했죠."

2018년 9월, 문재인 정부 적폐청산TF인 '행정개혁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고용노동부 장관은 현대차‧기아차의 불법파견 문제 해결을 위해 법원 판결 기준에 따라 직접고용 명령하겠다는 약속과 함께 유감 표명을 했다. 같은 해 추석 명절에는 현대차·기아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16일간의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집단 단식농성을 통해 다시 한번 이 부분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약속을 받기도 했다.

"1년 동안 약속을 지키지 않던 고용노동부가 이제 와서 다 뒤집겠다고 했어요.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10년을 넘게 싸워서 법원도 11번이나 불법이라고 판결했는데 문재인 정부의 고용노동부가 이걸 뒤집으려고 합니까? 파리바게뜨, 만도헬라, 아사히글라스도 1심 판결하기 전에 고용노동부가 직접고용 명령을 했어요. 그런데 왜 현대기아차그룹에 대해서는 대법원판결 두 번 포함해서 11번 법원 판결이 났는데 직접고용 명령을 안 내릴까요? 법이 다른 건가요? 소위 5대 재벌 10대 재벌은 법원 판결이 아무리 많이 나도 시정명령 할 수 없다는 건지 대한민국에 이런 행정지침이 어디 있어요? 재벌 편들기 아닌가요?"

수억씨가 요구하는 것은 법원 판결대로 고용노동부가 현대차·기아차 불법파견 직접고용 시정명령을 하라는 것과 고용노동부 장관 면담이다. 또 정몽구 회장의 친조카 정지선씨가 대표이사로 있는 현대기아차그룹과 현대백화점의 거의 모든 사내식당을 독점운영하고 있는 현대그린푸드의 최저임금 문제 해결이다. (전국에 약 3천 개 매장을 운영하는 현대그린푸드는 올해 최저임금이 인상되자 격월로 지급하던 상여금을 매달 지급으로 변경하여 최저임금 인상분 17만1380원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최저임금법 개정으로 매월 지급되는 상여금과 교통비, 식대 등이 최저임금에 포함되었기 때문이다.)

직접고용 명령 기준인 법원 판결은 민사 아닌 형사?
 
단식농성 37일 차를 보내고 있는 김수억 씨
 단식농성 37일 차를 보내고 있는 김수억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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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의 직접고용 시정명령과 관련된 고용노동부 측의 답변을 듣기 위해 담당자에게 연락했으나 모두 담당자가 아니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고용노동부는 서울고용노동청이 담당이라고 하고, 서울고용노동청은 경기고용노동지청이 담당이라고 했다. 같은 기관 안에서도 자신이 담당자가 아니라며 다른 부서에 책임을 전가하기도 했다. 홈페이지에 명시가 되어 있고, 같은 기관의 다른 직원들 모두 그가 담당자라고 하는 데 본인은 담당이 아니라고 했다. 여러 명과 통화 했지만 그 누구도 김수억씨의 건강에 대해 염려하거나 40일이 되도록 단식농성장에 방문해서 이야기를 듣고 왔다는 사람은 없었다. 스스로 '담당자가 아니라고 한' 고용노동부 한 담당자의 이야기를 들었다.

"지방 근로감독관은 사법경찰관이고 경찰 수사는 검사 지휘를 받아서 합니다. 우리가 형사사건 수사를 해서 검찰에 송치하는 거죠. 우리 의견이 있고 검찰 의견이 있는데, 이게 다르면 상부 기관이 검찰이기 때문에 검찰 의견을 따라야 합니다. 현대차·기아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승소한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은 민사 효력을 갖는 민사소송이고, 직접고용 시정명령은 형사 관련법에 따라 진행하는 형사 절차예요.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민사적으로 확인하는 판결 내용과 형사법에 따른 재판은 다릅니다."

고용노동부 담당자는 현대차·기아차 불법파견 문제가 만도헬라·아사히글라스·파리바게뜨 등과도 다르다고 했다. '민사에서 이겼다고 형사 구속을 해달라고하는 것은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담당자는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내용을 이야기하는 것이니 법률전문가(변호사)와 이야기해 보라고 했다. 그리고 인터뷰가 아닌 상담 전화 받은 것이며 본인은 일절 얘기한 게 없다고 강조했다.

역시 담당자가 아니라고 한 경기고용노동지청 담당자는 "8월 말 직접고용 시정명령 언론 보도와 관련해 본인이 그 기자와 통화한 건 맞지만, 어디서 그런 얘기를 듣고 왜 그렇게 썼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본인은 8월 말에 시정명령 한다는 말을 한 적도 없다고 했다. 그 보도가 사실이 아니면 정정 보도 요청하고 노조 측에도 이야기해주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하자 "그건 본청에서 하는 거"라고 했다. 검찰 공소장을 검토해 시정명령을 하겠다는 얘기가 곧 직접 생산 공정에 대해서만 시정명령 하겠다는 이야기 아니냐고 묻자 그는 "공소장 기준으로 검토 중"이라는 이야기만 되풀이했다. 직접고용 시정명령 시기와 관련해서도 "고용노동부 본청과 협의해서 최대한 빨리할 것이며 그 내용은 결과로 보셔야 한다"고 했다.

단식농성과 관련된 부서의 담당자는 "구두로 얘기하긴 어려우니 공문으로 해주면 검토해보겠다. 얘기하는 게 득이 될지 실이 될지 알 수 없다. 민감한 사항이라 회사든 노조든 치명적일 수 있고 컴플레인이 들어올 수 있다"면서 대답을 피했다.

9월 3일 서울고용노동청에서 진행된 노동조합과 임세정 고용노동부 차관 등이 참석한 면담 자리에서 고용노동부는 고용노동부가 검찰의 수사 지휘를 받기 때문에 검찰의 기소 의견을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또 '현재 직접고용명령을 검토하고 있지만 결정된 것은 아니며 발표 시기를 확정적으로 얘기할 수 없다. 현대·기아차의 눈치 볼 일 없고 눈치도 보지 않는다'고 했다고 한다.

고용노동부는 1년 동안 가만히 있다가 이제 와서 법원 판결 기준이 '민사법이 아닌 형사법'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그 이야기를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의 권고가 있던 1년 전에는 왜 하지 않은 것일까?

현대차·기아차 관련 소송을 지원했던 송영섭 변호사는 고용노동부의 위와 같은 주장이 법리적으로 맞지 않는다고 이야기한다. 직접고용 시정명령을 수사의 일환으로 보면 안 되고, 검찰에 지시권도 없다는 것이다.

"근로감독관은 이중적 지위를 갖고 있습니다. 하나는 일반 근로감독관의 지위이고, 다른 하나는 수사권이 있는 특별 사법 경찰의 지위입니다. 고용노동부는 직접고용 시정명령을 특별 사법 경찰 지위에서 하는 거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아닙니다. 직접고용 시정명령은 일반 근로감독관 지위에서 하는 거기 때문에 수사 착수 없이도 할 수 있습니다."

송영섭 변호사는 근로감독관 직무 규정을 볼 때 '사법경찰관리는 검사의 지휘가 있는 때에는 이에 따라야 한다'는 형사소송법 제196조 3항 직접고용 시정명령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이야기한다.

"모든 자동차 생산 공정은 한 대의 자동차 생산을 위한 일련의 작업 과정입니다. 법원은 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가 분리된 공간에서 작업한다는 이유로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업무가 정규직 노동자들의 업무와 법리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오랫동안 판시해왔고 반복적으로 명령하고 있습니다. 고용노동부는 검찰 수사 결과 뒤로 숨지 말고 대한민국에서 유일한 유권해석 기관인 법원 판결을 존중해야 하며  그것이 삼권분립 체계 아래에서 고용노동부의 법정 의무입니다."
     
추석 전에 해결 돼서 가족들 만나고 싶어요

김수억씨는 9월 1일 새벽, 두통과 뒷목·가슴 통증, 어지럼증 등으로 인근 병원 응급실에 실려 갔다. 병원에서는 장기간 단식으로 인해 전반적인 수치가 낮고 전해질 불균형과 스트레스로 단식 중단이 우선이라는 소견을 이야기하였으나, 수억씨는 다시 농성장에 돌아와 단식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9월 4일, 전국 6개 기아차·현대차 비정규직지회 간부들은 수억씨와 함께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수억씨의 단식농성 42일 차인 9월 8일,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는 '비정규직 이제그만 100만 비정규직 공동투쟁'이 주최하는 '김용균의 친구들 비정규직 100인, 시민사회 동조단식단 선포 및 이야기마당'이 진행됐다.

수억씨의 부모님은 그가 단식농성하는 걸 모른다. 수억씨는 지난해 추석 명절에도 단식농성하느라 고향에 가지 못했다. 수억씨는 여름휴가 때 부모님 찾아뵙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수억씨의 부모님은 추석 때는 꼭 뵈러 가겠다는 아들의 말을 곱씹으며 추석만 기다리고 계신다.

"15년 동안 현대차·기아차 비정규직 196명이 해고됐어요. 수 천억 원의 손해배상 가압류로 가정은 파탄 나고, 세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어요. 감옥을 갔다 온 현대기아차 비정규직 노동자의 수감 기간을 합쳐보니 거의 19년이에요. 그런데 정작 그 불법을 저지른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은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는 이 현실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어요? 바로 잡아야죠. 바로 잡았으면 좋겠어요. 적어도 우리가 촛불을 들고 만들고 싶었던 세상은 비정규직 없는 세상이었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상식과 정의가 아닌 예전에 부정의하고 특권이 판을 치던 시기로 다시 돌아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우리 요구가 거창한 요구가 아닙니다. 제발 법대로만 하라는 게 한 달 넘게 곡기를 끊어야 할 이유입니까? 추석 전에 해결이 돼서 가족들을 만나고 싶어요. 미음이라도 먹으면서 복식도 하고 싶고요."

이상윤씨는 이런 상황을 만들고 계속 방치하고 있는 주체들이 답변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사람을 죽이지 마십시오. 지금 당장 응답하셔야 합니다. 그러지 않고서는 여러분이 민주니 인권이니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없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민중언론 참세상'에도 게재됩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기사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현대기아차, #김수억 단식, #불법파견, #직접고용 시정명령, #현대그린푸드 최저임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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