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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남도무형문화재 제29호 소목장(목상감) 김동귀 교수.
 경상남도무형문화재 제29호 소목장(목상감) 김동귀 교수.
ⓒ 경남과학기술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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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려하는 마음이 거목으로의 부피만큼이나 내게 큰 버팀목이 되고 있다. 나 자신도 마을 어귀에 서 있는 고목처럼 묵묵히 나무를 어루만지며 작업을 이어가고 싶다."

경상남도무형문화재 제29호 소목장(목상감)인 김동귀 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수(인테리어재료공학과)가 '나무(木)'에 대해 밝힌 말이다.

김 교수는 "목공예와 인연을 맺고 작업을 하면서 나무는 내 삶의 일부였고 전부였다. 늘 가까이 두고 그 질감과 온기를 몸소 느껴 왔다"며 "나무를 좋아하는 이유는 아름다운 목늬를 거친 수피 속에 감추고 속살을 드러내지 않는 겸손함과 한 여름 무더위와 겨울의 찬바람을 막아 주며 쉼터의 역할을 묵묵히 다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지난 16일부터 오는 9월 4일까지 경남과학기술대 100주년기념관에서 '정년퇴임 회고전'을 열고 있다. 김동귀 교수가 대학 졸업 후 40여 년간 제작한 작품 가운데 소장하고 있던 작품 100여 점을 선보이고 있다.

김동귀 교수는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정신으로 목공예를 제작하고 연구해오고 있다. 그는 늘 "예스러움이 담긴 새로운 가구의 만남"을 내세우고 있다.

정년퇴임을 앞둔 그는 "그동안 겪은 수많은 경험을 제자들에게 모두 전달하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 비록 몸은 자랑스러운 우리 대학을 떠나지만 언제 어디서나 제자들을 지켜볼 것이고 응원할 것을 다짐한다"고 했다.

목공예 작가인 그가 나무를 바라보는 시선은 남다르다. 그는 "나무는 수백 년을 자기에게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며 자란다. 때론 거센 강풍에 가지가 찢어지기도 하고 찌는 듯한 폭염 속에 잎새가 타들어 가면서 영걸어진 게 나이테다. 그렇기에 이런 역경을 모두 담고 있는 나이테의 무늿결은 어느 보석 가도 바꿀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다"고 했다.

이어 "하지만, 목수가 선택하여 사용하기 전까지 거친 나무껍질 속에 드리운 속살은 드러내지 않고 기다릴 줄 안다. 수백 년의 세월 속에 형성된 귀한 소재이기에 목수는 조심스럽게 다듬고 어루만지고 나무의 질감을 제대로 살려 명작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소목장의 현대와 접목'에 대해, 김 교수는 "한국의 전통가구는 화려한 칠 기법으로 표면을 장식한 일본 목가구와 섬세하게 조각된 중국의 목가구와는 다르다"고 했다.

이어 "우리 전통가구는 목재가 지닌 무늿결이 잘 드러날 수 있도록 문목을 선대칭 되게 배치하고 가식 되지 않는 순수한 목재의 질감을 자연 그대로 표현하고 있다"며 "건기와 우기로 생기는 목재의 수축과 팽창으로 가구가 뒤틀리는 것을 막기 위해 면 분할된 구조로 제작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우리 가구는 견고함과 심미성을 더하고 있지만 문목으로 사용되는 수백 년 된 느티나무의 노거수는 점차 고갈되고 있다. 대체 재료의 개발과 문목의 질감을 극대화 시킬 수 있는 기법이 필요한 이유다"고 했다.

김 교수의 작품은 '자연과 어울림'이라든지 '곡선'을 많이 강조하는 게 특징이다. 그는 "자연의 모습을 닮아 가려고 최대한 노력한다. 또한 가구의 형태도 회화나 조각품처럼 배치되는 공간에 구애받지 않도록 심미성과 조형성을 강조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일반 미술품과 같이 실내 공간 속에 놓일 수 있도록 섬유나 도자공예에서 볼 수 있는 유기적인 곡선의 흐름을 가구의 조형 속에 응용하여 나타내고 있다. 가구의 경직성에 부드러움을 더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가구가 하나의 회화처럼 보이기 위해 고민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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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활동을 하며 가장 큰 기쁨을 느꼈던 때에 대해, 그는 "작가는 자신의 작업에 대하여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사용할 때 가장 행복하다. 새로운 가구를 구상하고 제작한 작품을 공모전에 출품하고 기대 이상의 평가를 받을 때다"고 했다.

이어 "공방이 위치한 지리산 자락에 서식하는 곤충을 주제로 전국공예품에 출품한 '지리산의 신비'가 전국공예품경진대회에 대상을 받았다"며 "강 주변으로 서식하는 대나무를 이용하여 낙랑고분에 나오는 채화칠 기법을 현대 공예 속에 접목해 시도한 '남태 칠 기법을 이용한 생활용품'이 통산산업부 장관상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경상남도무형문화재 제29호 소목장(목상감) 김동귀 교수.
 경상남도무형문화재 제29호 소목장(목상감) 김동귀 교수.
ⓒ 경남과학기술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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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그는 "전통한옥의 형태를 목가구의 구조와 결합한 제작한 '산사의 아침'을 대한민국미술대전에 출품하여 목·칠 부문 대상을 수상하였을 때 가장 보람을 느꼈다"며 "이것은 모두 내가 관심을 가지고 시도한 작품이 보는 이들로부터 공감을 불러일으켰을 때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건축을 전공하는 아들이 입대 후 휴가를 오면서 왜 아버지가 하시는 목공예를 아들에게 전수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았가도 한 그는 "집을 짓는 대목장은 가구를 제작할 수 있지만, 가구를 제작하는 소목장은 집을 지을 수 없다"라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그는 "1999년 대한민국 미술대전에 출품하였던 '산사의 아침'이란 작품은 한옥의 구조를 단순화시켜 가구로 제작한 작업으로 아들이 하는 작업과 연관된 작품이다. 부자간에 서로 교감 할 수 있었던 작업이라 애착이 간다"고 덧붙였다.

경남과기대 구성원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에 대해 그는 "내가 속한 직장이 평생의 보금자리가 될 수 있도록 구성원 모두가 조금씩 양보하며 대의를 위해 슬기롭게 대처하길 바란다. 이를 통해 자랑스러운 우리 대학이 지나온 100년의 역사처럼 미래 100년의 역사를 만드는 초석이 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진주교육대를 나온 김 교수는 산청에 '웅석공방'에서 주로 작업을 해오고 있다. 그는 전국 공예품경진대회 대상(1995년), 전국 공예품경진대회 통산산업부장관상(1997년), 경상남도문화상 등을 받았고 국내외에서 25차례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경상남도무형문화재 제29호 소목장(목상감) 김동귀 교수.
 경상남도무형문화재 제29호 소목장(목상감) 김동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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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김동귀, #경남과학기술대학교, #소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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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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