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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밤의 일입니다. 아내에게 책을 읽어주겠다고 했습니다. 아내는 환하게 웃으면서 '그럼 한번 읽어보라'며 거실에 있는 흔들의자에 앉았습니다. 나는 얼른 방에 가서 책을 하나 가져왔습니다. 계용묵의 단편소설 <백치 아다다>였습니다.
 
무엇을 읽어주면 좋을까 한참 생각했는데 그것이 문득 머릿속에 떠오른 것입니다. 다음 날 야학 수업에서 낭독하고 느낌을 나누기로 한 작품이었습니다. 소설을 한 번 더 읽을 겸 아내에게 읽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내 옆에 의자를 갖다 놓고 앉았습니다. 그리고 책장을 넘겨서 작품을 처음부터 읽기 시작했습니다. 분위기에 맞게 낭독하는 것을 무척 좋아하는 나는 정성을 다해서 읽어나갔습니다. 아내는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듣다가 그 내용이 너무나 슬퍼서인지 때때로 주인공인 아다다가 불쌍하다고 조그맣게 말했습니다.
 
한 작품을 처음부터 끝까지 낭독하는 건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요즘 들어서 책을 가까이하지 못하는 아내의 아픈 심정을 알기에 힘을 내서 마지막 부분까지 다 읽었습니다. 아내는 수고했다고 했습니다. 나는 앞으로도 시간 날 때마다 책을 읽어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내가 기꺼이 아내의 '오디오북'이 된 이유
 
 아내에게 책 읽어주는 일이 작심삼일이 되지 않도록 힘쓸 것입니다. 그것은 우리 부부간의 사랑을 더욱 돈독하게 만들어 줄 것입니다.
 아내에게 책 읽어주는 일이 작심삼일이 되지 않도록 힘쓸 것입니다. 그것은 우리 부부간의 사랑을 더욱 돈독하게 만들어 줄 것입니다.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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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를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꾸준히 책을 읽으면서 정리하기를 즐겼던 아내였습니다. 그런 사람이 요즈음 전혀 책을 읽지 못합니다. 병원에서 목 디스크 진단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책을 조금만 봐도 고통이 심해서 책을 덮을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나는 그 병이 독서에까지 영향을 미칠 줄은 전혀 몰랐습니다.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여행을 갔다 온 다음에는 컴퓨터 앞에 앉아 늘 나름대로 흔적을 남기기를 좋아했던 아내인데, 올여름에는 거의 그 일들을 하지 못했습니다. 영화를 보거나 여행을 갔다 오는 것은 가끔 했지만 컴퓨터 작업은 시도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모습이었습니다. 특히 독서는 전혀 할 수 없어서 내 마음을 몹시 아프게 했습니다.
 
그런 아내의 마음을 헤아려 봤습니다. 처지를 바꿔서 생각해 봤습니다. 만약에 내가 아내처럼 몸의 고통으로 책을 못 읽게 됐다면 아마도 난리가 났을 겁니다. 도저히 생각조차 할 수 없는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다가 최근 아내를 위해 책을 읽어주어야겠다고 마음먹은 겁니다. 아내에게 처음 그러한 생각을 전할 때 이렇게 말했습니다.
 
"당신도 전에 그 책 봤지? 외국 소설 <더 리더>. 거기에서 한 남자가 여자를 위해서 책을 읽어주잖아. 내가 그렇게 당신한테 책을 읽어주려고 해. 이른바 '책 읽어주는 남편'. 괜찮지?"
 
아내 곁에서 처음으로 <백치 아다다>를 읽어줄 때, 대사가 나오면 인물의 성격이나 감정을 충분히 고려해 최대한 현실감을 살리려 노력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아내는 우습다는 듯이 밝은 표정으로 내 얼굴을 바라봤습니다. 나는 그런 반응에 신바람이 나서 더 힘차게 읽어나갔습니다. 아내에게 책을 낭독해주느라고 직접 소리를 내어 한 번 더 읽은 덕분에, 그 다음날 수업은 훨씬 잘 진행했습니다. 
 
물론 아내에게 제가 직접 읽어주지 않고 스마트폰을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오디오북도 있고, 유튜브에 들어가면 여러 책들을 낭독해주는 영상들이 많습니다. 나 자신도 가끔 눈을 감고 그것들을 이용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내가 없을 때의 일입니다. 낭독을 좋아하는 내가 직접 아내를 위해 책을 읽어주는 것보다 더 좋은 건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내에게 책 읽어주는 일이 작심삼일이 되지 않도록 힘쓸 것입니다. 그것은 우리 부부간의 사랑을 더욱 돈독하게 만들어 줄 것입니다. 눈으로만 보던 책을 소리 내어 읽음으로써 내 목청까지 건강해질 것입니다. 낭독이 다 끝난 다음에 아내랑 주고받는 짤막한 느낌은 그 책을 가슴 깊숙이 심어줄 것입니다.
 
그래도 가장 좋은 것은 말할 것도 없이 아내가 다 나아서 예전처럼 편안하게 책을 읽는 것입니다. 그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손꼽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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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요즈음 큰 기쁨 한 가지가 늘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오마이뉴스'를 보는 것입니다. 때때로 독자 의견란에 글을 올리다보니 저도 기자가 되어 글을 쓰고 싶은 욕심(?)이 생겼습니다. 우리들의 다양한 삶을 솔직하게 써보겠습니다.

네트워크부 에디터. "쓰는 일에, 그렇게 해서 당신을 만나는 일에 나는 어느 때보다 욕심이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