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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전 서울 양천구 목동 빗물 배수시설 공사 현장 수몰지에서 배수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이날 배수 작업으로 사고 현장 수위가 낮아지며 소방당국과 양천구청은 이날 오전 5시 42분과 47분에 배수시설에서 시신 2구를 발견했다. 이들은 실종됐던 시공사 직원 안모씨와 미얀마 국적 협력업체 직원으로 확인됐다. 2019.8.1
 1일 오전 서울 양천구 목동 빗물 배수시설 공사 현장 수몰지에서 배수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이날 배수 작업으로 사고 현장 수위가 낮아지며 소방당국과 양천구청은 이날 오전 5시 42분과 47분에 배수시설에서 시신 2구를 발견했다. 이들은 실종됐던 시공사 직원 안모씨와 미얀마 국적 협력업체 직원으로 확인됐다. 2019.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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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가 목동 빗물 펌프장 참사의 책임자를 처벌해달라며 현대건설 사장과 서울시 양천구청장 등 6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혐의는 직무유기와 직무유기에 의한 과실치사상 혐의다(관련기사: 목동 빗물펌프장 사고, 그들은 터널에 왜 내려갔을까).

2일 안전사회시민연대와 노년유니온, 신시민운동연합 등 10개 단체는 서울 양천구 목동 빗물 펌프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목동 빗물펌프장 참사는 끔찍한 인재"라며 "사법당국은 현대건설 사장과 서울시 양천구청장 등 책임자를 구속 수사하고, 국회는 이번 참사에 대해 국정조사를 실시하라"라고 촉구했다.

이날 이들은 "현대건설은 시공사로 무한 책임을 져야 한다. 회사가 노동자의 안전을 내팽개친 탓에 노동자들이 참혹한 죽음에 이르렀다"라며 "새벽 5시 40분에 비가 많이 온다는 기상대의 예보가 있었음에도 공사장에 노동자들을 투입한 건 살인행위나 마찬가지이다"라고 규탄했다.

이어 "양천구청은 사고 당일 수문 개방을 현대건설측에 알렸다는 걸 내세워 책임이 없는 듯이 말하고 있다"라며 "(하지만) 공사장 안과 밖 사이에 통신수단이 불통상태였으며, 수문 개방 2분 전에야 (수문 개방 여부를) 알렸다. 이게 면피가 된다고 생각하나?"라고 비판했다.

서울시를 향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서울시는 노동자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실질적인 안전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라며 "비상시 노동자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비상 대피 공간이 (빗물펌프장 지하 배수 터널에) 확보되지 않았으며, 안전장비도 없었다"라고 지적했다.

제도 도입도 요구했다. 이들은 "국회와 정부는 원청과 발주처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과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라며 "아울러 공무원이 안전 관련해서 잘못을 범했을 때 엄하게 처벌할 수 있는 '공무원 안전책임제'를 도입하라"라고 요구했다.

국회엔 국정조사를 촉구했다. 이들은 "국회는 정쟁을 멈추고 이번 사건을 국정조사 해서 다시는 같은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법률을 제정하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안전사회시민연대 최창우 대표는 "참사가 날 때마다 참담한 심정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13위 경제 대국인데 안전은 세계 꼴찌인 거 같다"라며 "(목동 빗물펌프장 참사는) 국가와 사회, 기업이 공모해 사람을 죽이는 시스템을 가동한 결과로 이번 참사는 사회적 타살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메번 경찰은 전담반을 구성하고 정부는 전수조사를 한다고 한다. 그러고는 끝이다"라며 "(한국은) 소 잃고 절대로 외양간 안 고치는 나라"라고 꼬집었다.

시민단체는 기자회견이 끝난 뒤 서울중앙지검으로 이동해 고발장을 접수했다. 
 
안전시민사회연대가 2일 오후 서울 목동 빗물펌프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목동 빗물 펌프장 참사 규탄 및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2019.8.2
 안전시민사회연대가 2일 오후 서울 목동 빗물펌프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목동 빗물 펌프장 참사 규탄 및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2019.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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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기자회견에서 고현종 노년유니온 사무처장은 이번 참사로 목숨을 잃은 현대건설 직원 안아무개씨가 "지인의 아들"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고 사무처장은 안씨의 아버지가 SNS(소셜네트워크)에 게재한 글을 소개했다. 아래는 고 처장이 전한 안씨 아버지의 글 전문이다.
누구보다도 고맙고 잘난 아들이었다. 못난 부모 만났지만 언제나 꿋꿋하고 의젓하게 철없는 엄마, 아빠를 더 많이 이해하고 챙겼던 아들이다.

신문과 영화에서 보았던 일이 갑자기 덮쳐서 지금도 손이 떨리고 있고 가슴이 메어온다. 초등, 중등, 고등학교 때도 남들은 모두 지 아들 대학 보내려고 과외다 학원들을 보낼 때도 대학 안 가도 니 좋아하는 것 하라고 방치만 했고, 놀이터에 놀 애들이 없다고 태권도 학원 잠시 다닌 것 외에 집에서 노는 것보다 밖에 나가서 형아들하고 농구 하는 거를 더 좋아했던 아들이었다.

부모 등록금 덜어 준다고 시립대 들어가 4년 내내 장학금 받으며 네덜란드까지 교환학생으로 갔다오기도 했다. 선배, 친구들이 취업의 관문에 어려워 할 때도 당당히 현대건설 들어가서 열심히 돈을 모을 때도 난 많이도 모른척 하면서도 대견 었다.

군대 가는 날만 기다려 일주일 만에 집 팔아 세계여행 가서 가는 도시마다 엽서 보내는 철없는 부모를 재미있어 하고 존중하는 그런 아들로 자라나서 지인들에게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지가 돈 벌어 결혼한다며 10년 동안 사귄 여자친구와 끝내 결혼해 딸같은 며느리와 한 식구가 되어서 얼마나 기뻤는지 몰랐다. 그만큼 넌 우리에겐 고마움이었다. 아빠의 괴팍함도 닮지 않았고 엄마의 고집스러움도 닮지 않고 포용력과 친근함이 나보다 나아 엄마와 이야기할 땐 딸처럼, 나와는 남성적 면으로 아들처럼 친구같은 아들이었다.

자식 잃은 세월호 부모들의 기사를 볼 때마다 흘러내리는 눈물과 멍울진 가슴을 쓰다듬어도 나의 온 세포들을 이렇게 거꾸로 돌려 놓지는 못했다. 자식을 먼저 보낸 부모는 피눈물이 맺힌다고 하지만 피눈물과 함께 아무것도 없는 빈백지 상태가 되었다.

강한 멘탈을 자랑하던 내가 이렇게 한 번에 무너져 내리니 그동안 얼마나 한 꺼풀 껍데기로 위장한 채 살았었는지, 어머니 죽음 후 슬퍼하는 가족들을 애써 다독이며 슬픔을 안으로 삭혔던 (내가) 자식의 죽음 앞에선 한꺼번에 무너져 내렸다.

지가 뭐라고 그 사지에 죽음의 경계에 하청직원들을 구하기 위해 40m 지하로 들어갔냐 말이다.

대한민국 서울 중심지에서 벌어진 대참사라고 언론에서 떠들지만 인재사고에는 책임소재가 명백히 밝혀져야 한다지만 지금까지 서로 책임전가 하기에 급급하다. 세월호 참사의 교훈도 가시지 않았는데 이들은 마치 유령같다. 안전불감증에 걸린 대한민국이 두렵다.

사고가 난 지 24시간 다 되어 시신을 찾았지만 그 시간을 지켜보던 가족들 역시 산 사람이 아니었다.

5년을 아들이 한 일을 이렇게 빠른 시간에 머리에 입력되어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알 정도 다. 4km구간 배수구간과 40m 수직구, 거대한 지하 구조물이 오로지 빗물을 가두기 위한 지하 벙커 터널 구조로 되어있어 탈출을 위한 어떠한 것도 없다는 것도 알았다.

작업자가 들어가 있는데도 자동으로 맞춰놓은 수문이 열렸다. 시험가동 중이면 더욱이 콘트롤타워를 조정하는 책임자가 있어야 하지만 그들은(서울시, 양천구청) 위험상황을 카톡으로 알렸다고 책임회피만 한다. 주무 관서가 발주처가 되고 건설은 시행사가 하고 다시 하도급으로 이어지는 구조..

콘트롤타워의 책임주체는 사후 관리자인 양천구청이 되면서 뒤죽박죽이 된 커뮤니티 안전 시스템이 오로지 카톡으로 알리면 끝이다.

아들도 시공사 직원으로 갑으로 많은 하청 직원들을 관리 감독한다. 아들도 카톡으로 받은 위급상황을 하청기업에게 보내면 된다. 하지만 위급한 상황이기에 아들은 직접 그들을 구하려 내려갔다. 이미 수문은 열려있는 상황에서 밀려오는 엄청난 물의 위력은 아들을 삼켜버렸을 것이다.

7시 30분경 사고가 나고도 가족한테 11시 넘어 알리는 기업이 우리나라 최대 기업인 현대건설이다. 뉴스를 보고 이 날 근무인 걸 안 며느리는 9시 넘어 갔지만 현장은 아수라장이었다.

이 공사를 최종 관리 감독하는 서울시는 아직까지 가족한테 어떠한 사과도 한 적이 없다. 수문의 개폐에 책임이 있는 양천구도 마찬가지이다. 모든 잘못을 안전관리 미숙인 시공사 잘못으로 돌리고 있다.

제일 분노하는것은 인재 사고에 대한 책임도 중요하지만 슬픔을 당한 가족에 대한 책임있는 태도이다. 아직까지 장례도 못 차린 아들의 시신은 사인규명을 위해 또 다시 검안에 들어간다.

현대건설에서는 아직까지 정직원이 이렇게 사고가 난 적이 없다고 한다. 사고는 협력업체, 그 밑의 하도급 업체에만 일어나고 지들은 명령만 내리면 되는 구조이다. 만약 아들이 이들과 같이 지시만 했다면 직접적 책임자인 아들은 비난의 화살을 받아야 했을 것이다.

평소 아빠가 어떠한 일을 했는지 보면서 자란 아들은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차별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부당한 대우를 잘 안다. 그렇기에 언제나 예의를 갖춰 진심으로 그들을 대했다. 가난한 아빠가 아프리카 콩고 전쟁고아를 지원하는 아빠의 모습을 보면서 자기는 아빠와 다른 방식으로 앰네스티에 정기 후원하였다. 언제나 밖으로 돌던 아빠와는 달리 가족의 행복을 제일 우선으로 생각했다.

사고가 나던 바로 전 날도 생일축하와 선물을 보낸다고 (해서) 며느리와 아들한테 받았다.엄마 아빠 바쁘니까 니들만 행복하게 살라고 해도 아들은 언제나 밥 한끼 먹자고 나를 호출했다. 속으로 기뻤지만 만나면 매 번 속마음과는 다른 살갑지 않은 말들을 뱉어내었다.

난 정신을 차려야 한다. 이 글을 쓰는 이유도 정신을 차리기 위해서다. 모인 가족들과 가족대책위도 꾸렸다. 아들을 잘 아는 가족들은 무너진 내 모습을 추스려 주었다. 앞으로 어디에도 글도 쓸 수 없을 것 같기에 정신을 차리기 위해 이 글을 쓴다. 

태그:#목동빗물펌프장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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