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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민 건강보험제도에 차별 사례가 많다. 월 소득 200만원도 안 되는 5인 가족에게 45만원이 넘는 건강보험료가 부과되기도 하고, 배우자와 미성년 자녀조차 피부양자나 세대원으로 등록이 어렵다.

'이주민 건강보험제도 차별 폐지를 위한 모임'은 25일 오후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이주민 건강보험제도 차별실태와 개선방안 토론회"를 연다. 이 모임은 토론회에 앞서 낸 자료를 통해 갖가지 차별 사례를 소개했다.

재외동포(F-4) 체류자격을 가진 중국동포 J(75, 여성)씨는 5인 가족으로 살고 있다. 방문취업(H-2) 체류자격을 가지고 각각 건설현장과 식당에서 일용직으로 일하고 있는 아들(53)과 며느리(53), 대학을 갓 졸업한 손자(26), 취업 준비 중인 손녀(20)다.

3년 전 뇌졸중을 앓아서 일을 많이 하지 못하는 아들과 역시 건강이 좋지 않아 식당에서 비정기적으로만 일을 하고 있는 며느리가 벌어오는 돈은 월 200만원 정도다.

이 5인 가족에게 올해부터 매월 부과된 지역가입 건감보험료는 45만 2200원(11만 3050원×4)이다.

아들과 며느리 모두 직장가입이 불가능해 지역가입자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5명의 가족 중 동일 세대 구성원으로 인정되는 가족은 아들·며느리 부부 뿐이라, J씨와 성인인 손주들은 각각 개별 세대로 보험료를 납부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A씨는 부인과 76세 노모, 자녀 4명과 함께 인도적 체류허가자 지위를 받아 국내에 체류 중이다. A씨가 본국에서 당한 총격의 후유증으로 일을 할 수 없어, 7명의 가족은 현재 성년인 자녀 1명이 일용직 아르바이트를 통해 버는 월 120여만 원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7명의 가족이 함께 살고 있지만 성년 자녀 1명과 A씨의 노모는 세대원으로 등록되지 않아 A씨의 가족은 앞으로 매달 가계 월소득의 약 20%에 해당하는 23만 7420원(7만 9140원×3명)의 보험료를 내야 한다.

A씨 부부와 미성년 자녀 3명은 동일 세대 구성원으로 인정되고, 노모와 성년 자녀는 개별 세대로 지역 건강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그나마 A씨 가족은 인도적 체류허가자라 11만 3050원의 보험료가 30% 경감된 것이다.

러시아 국적의 고려인 동포 L씨는 재외동포(F-4) 체류자격을 갖고 있다. 그는 선천성 장애로 성인이 되었지만 일을 할 수 없는 딸과 함께 살고 있다.

건강보험제도 개정으로 장애를 가진 딸에게 독립된 세대로 보험료가 부과되기 시작해 올해부터 L씨 가족은 월 22만 6100원(11만 3050원×2)의 보험료를 내야 한다.

배우자와 미성년 자녀조차 피부양자나 세대원 등록이 어려움

'배우자와 미성년 자녀조차 피부양자나 세대원 등록이 어려운 사례'가 있다. 건강보험 직장가입자인 우크라이나 국적의 고려인동포 Y씨 사례다.

그는 딸과 아내를 직장가입 피부양자로 등록하려고 했지만, 건강보험공단이 요구한 서류인 발급일로부터 9개월 이내 딸의 출생증명서와 결혼증명서를 대사관으로부터 받을 수 없었다.

이 모임은 "우크라이나 대사관은 출생증명서와 결혼증명서를 처음 발급한 이후 재발급해주지 않기 때문"이라며 "우크라이나 대사관에 요청해 건강보험공단으로 공문까지 보냈지만 공단은 나중에 검토 가능하고, 일단 딸과 아내는 개별적으로 건강보험에 가입해야 한다고 답변했다"고 설명했다.

현행 규정상, 건강보험 직장가입 이주민에게는 내국인과 동일한 기준으로 보험료가 부과되지만, 지역가입 이주민에게는 영주권자나 결혼이민자가 아닌 이상, 전년도 평균보험료(2019년 기준 11만 3050원) 이상의 보험료가 부과된다.

이 모임은 "지역가입 세대주의 배우자와 미성년 자녀만 동일 세대 구성원으로 인정해, 노부모 부양 가구나 미취업 성인 자녀가 있는 가구에 수십만 원에 달하는 고액의 보험료가 부과되는 사례가 빈발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모임은 "동반 가족으로 체류자격을 받아 국내에 함께 거주하는 배우자나 미성년 자녀도 지역가입자의 동일 세대 구성원 등록을 위해서는 별도의 가족관계 증명서류 제출을 요구받는데, 국가에 따라 요구되는 서류의 발급이 불가능하거나 발급에만 수십~수백 만 원이 소요되어 어려움 가중"이라고 했다.

또 "건강보험에 가입하지 않거나 보험료를 연체하는 이주민들에게 체류자격 연장을 불허한다는 법무부의 방침으로 저소득층 이주민 가족들이 대거 미등록 체류자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 대두"라고 이 모임은 설명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이주와인권연구소 김사강 연구위원이 "이주민 건강보험제도 차별의 문제점과 과제"에 대해 발표하고, 박옥선 중국동포지원센터 대표, 김진영 고려인지원단체(사)너머 사무국장, 조주연 아시아평화를향한이주MAP 사무국장이 사례 발표를 한다.
 
“이주민 건강보험제도 차별실태와 개선방안 토론회”.
 “이주민 건강보험제도 차별실태와 개선방안 토론회”.
ⓒ 이주와인권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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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이주민, #이주와인권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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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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