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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8년 5월 조업중 납북되었다가 같은 해 10월 북한에서 귀환한 어부들이 있습니다. 귀환하자마자 간첩으로 몰린 이들은 이후 온갖 고초를 겪으며 50년을 전과자로 살았습니다. '지금여기에'와 '원곡법률사무소'를 만나 어렵게 재심을 신청한 끝에 지난 7월 11일 군산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이들의 한많은 사연을 소개합니다.[편집자말]
 
"1968년 11월 4일 당시 북한에 납북되었다가 어부들 수백 명이 함께 귀환했는데 이 당시 함께 귀환했던 어부들이 같은 수사기관에서 불법수사를 받았다는 점이 다른 재심 재판에서 확인되었습니다."(기사 본문에서) 사진은 자료사진으로 북한에 억류되었다가 인천항에 귀환한 어선 제37, 38 태양호 어부들. 1989.2.12
 "1968년 11월 4일 당시 북한에 납북되었다가 어부들 수백 명이 함께 귀환했는데 이 당시 함께 귀환했던 어부들이 같은 수사기관에서 불법수사를 받았다는 점이 다른 재심 재판에서 확인되었습니다."(기사 본문에서) 사진은 자료사진으로 북한에 억류되었다가 인천항에 귀환한 어선 제37, 38 태양호 어부들. 1989.2.12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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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3월 14일 오후 1시 50분. 군산지원 201호.

- 남정길 님?
"네"

- 이순배 님?
"네"

- 김길례 님?
"네"

- 장정임 님?
"네"

- 고수자 님?
"네"

- 전영례 님?
"네"

판사는 출석한 재심 신청인의 이름을 하나 하나 부르며 출석 여부를 확인했다.

- 오늘은 재심개시 전에 피고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려는 심문기일입니다. 발언하지 않고 싶으시면 말씀 안 하셔도 됩니다. 아셨죠?
"네"

출석한 신청인들은 한목소리로 대답했다.

"다시 없을 이 기회에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합니다"

- 변호인, 이 사건 재심을 신청한 이유는 뭔가요?

서창효 변호사가 일어섰다.

"네. 이 사건 재심을 신청한 이유는 과거 수사시 경찰이 불법 감금과 고문 등 가혹행위를 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이는 형사소송법 420조(재심이유) 7호 사유에 해당합니다. 원심 재판의 기록 중 피고인들이 불법 감금과 고문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기록이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아울러 피고인 당사자 또는 피고인으로부터 이러한 불법 수사에 관해 들은 유족의 진술서가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1968년 11월 4일 당시 북한에 납북되었다가 어부들 수백 명이 함께 귀환했는데 이 당시 함께 귀환했던 어부들이 같은 수사기관에서 불법수사를 받았다는 점이 다른 재심 재판에서 확인되었습니다. 관련 수사기록 등을 추가 제출하였습니다."

- 검찰 쪽 의견 있습니까?
"특별한 의견 없습니다."

재판장이 심문기일을 정리하려 하자 서 변호사가 급히 발언을 이어갔다.

"재판장님, 이 사건 피해자인 남정길씨는 50년 만에 이 법정에 섰습니다. 다시 없을 이 기회에 꼭 이 법정에서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하니 피고인에게 발언 시간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아, 그래요? 물론입니다. 하고 싶으신 말씀 있으시면 다 해도 좋습니다. 앉아서 편하게 말씀하세요.

남정길씨는 몸을 기울여 마이크에 입을 댔다. 오른손에 깁스를 한 그는 움직이는 것이 매우 어려웠다.

"저...저...가...천...구백...유...유...육...십...파...파...팔년에..."

여기까지 어렵게 말하던 그가 결국 울기 시작했다.

- 피고인... 말씀하시기 어려우면 서면으로 제출해 주세요. 서면으로 제출하면 제가 모두 읽어 봅니다. 하시고 싶은 말씀 전부 적어서 보내 주시면 제가 빠뜨리지 않고 읽어 보겠습니다.

판사의 이 말에도 남정길씨는 계속해서 뭔가 이야기하려 했다.

"저...제...가...너...무...어...억...울...흑흑"
- 피고인. 진정하시고 서면으로 제출하시면 제가...

판사가 다시 서면 제출을 이야기 하자 방청석에 있던 아내가 일어섰다.

"판사님, 저 사람이 뇌경색으로 몸이 마비가 돼서 말을 저렇게 합니다. 이해해 주세요."

순간 판사가 당황했다.

- 아, 그래요. 그렇군요. 변호인께서 이야기를 들으시고 잘 정리해서 주시면 저희가 다 읽어 보고 재심을 판단하는데 참고하겠습니다. 그럼 오늘 심문기일은 이렇게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벌써 끝난겨?"
"그러게 이렇게 끝난겨?"

10분 만에 끝난 심문에 출석했던 피고인과 가족들은 아쉬움에 웅성거렸다. 그럴 만 했다. 이 법정에 다시 서기까지 50년이 걸렸으니 말이다. 아내의 부축을 받으며 걸어나오는 남정길씨는 잘 움직이지도 않는 다리를 끌다시피하며 겨우 피고인석에서 내려왔다.

그는 잠시 방청석에 앉았다. 힘들기도 했지만 아쉬움도 컸기 때문이다. 다른 사건의 변론이 시작되었지만 그는 판사를 한참이나 응시하며 눈물을 흘렸다. 너무도 아쉬웠다. 가슴 속에 있던 억울한 마음을 단 한마디도 꺼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몸이 건강했다면 하고 싶은 억울한 하소연을 모두 꺼내놓았을 텐데 전혀 그렇게 하지 못했다. 비루한 몸둥이를 원망했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다시 일어나 아내의 부축을 받으며 법정을 빠져나왔다.

"이럴라고 50년을 기다렸당가"
 
재심이 열리는 군산지원 정문(2019.6.13)
 재심이 열리는 군산지원 정문(2019.6.13)
ⓒ 지금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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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복도의 창문은 봄날의 따스한 햇살이 쏟아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에게는 따스한 봄날의 햇살이 더 야속하기만 했다. 아름다고 포근한 풍경과 다르게 그에게 다가온 현실은 가혹하리만큼 아쉽기 때문이다.

"여러모로 아쉽기는 하지만 오늘 심문은 이걸로 마무리 되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서 변호사의 말이 끝나자 한 사람씩 아쉬움의 소리가 새어나왔다.

"나도 오늘 판사님께 한마디 하려고 이렇게 종이에 빼곡히 적어 왔는데."
"나도 할 말이 산더미 같았는데."
"이럴라고 50년을 기다렸당가."

저마다 아쉬움 가득한 탄식의 말뿐이었다.

"혹시 오늘 하시지 못한 말들이 있다면 종이에 적어 저에게 주세요. 그럼 재판부에 빠짐없이 제출하도록 할게요. 그리고 오늘 이 심문으로 재판이 끝난 게 절대 아닙니다. 이제 재심 여부가 결정되면 그때부터 진짜 재판이 시작되는 겁니다. 그러니 오늘 재판을 너무 아쉽게 생각하지 마세요."

재심 신청인 가족들은 서로 수고했다는 격려를 주고받으며 헤어졌다. 50년 만에 다시 열린 첫 심문 법정은 그렇게 끝났다. 어쩌면 다시없을 그 시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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