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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 담장위에 소복하게 피어난 능소화. 잠시 사람들의 발검음이 멈춘 골목길에 서서 아름다운 정경에 빠져들었다.
 옛 담장위에 소복하게 피어난 능소화. 잠시 사람들의 발검음이 멈춘 골목길에 서서 아름다운 정경에 빠져들었다.
ⓒ 김숙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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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소화가 피었다는 소식이 나를 한껏 들뜨게 했다. 꽃을 좋아하는 마음은 한결같지만 그중에서도 능소화의 단정하고 우아한 아름다움을 사랑한다. 정겨운 한옥과 조화를 이루어 멋지게 피어나는 능소화를 맞이하기 위해 대구 달성군에 있는 남평문씨본리세거지를 찾았다. 

남평문씨세거지는 옛 인흥사 절터를 남평문씨 일족이 정전법에 따라 구획을 정리해 터전과 도로를 반듯하게 열고 집을 지은 곳이다. 세거지란 남평문씨 일족이 세대를 계승하며 살아온 오래된 거주지란 뜻이다. 조선 말기의 양반가옥 9동과 별당(別堂) 양식의 정자 2동을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건물들은 건축연대가 200년 미만이나 전통적인 영남지방 양반가옥답게 잘 정돈되고 단정하며 예스럽고 소박해 우아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능소화가 필 때면 사진을 찍는 사람들로 몹시 번잡하기 때문에 아침 일찍 나섰건만 도착하니 주차장에는 벌써 많은 차들이 세워져 있다. 되도록 사람들의 동선과 겹치지 않도록 조심하며 느긋하게 옛 담장이 있는 골목길을 걸었다. 곳곳에 담장 위로 한 무더기 능소화가 바깥을 향해 피어있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일까.
 
 초록 일색인 여름, 주황색 단아한 자태로 피어나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능소화.
 초록 일색인 여름, 주황색 단아한 자태로 피어나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능소화.
ⓒ 김숙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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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능소화에 얽힌 슬픈 전설이 떠오른다. 하룻밤 사랑을 나누었던 임금이 다시 찾아오기를 오매불망 기다리다가 쓸쓸히 세상을 떠난 궁녀 소화. 그러기에 불볕더위로 인해 모든 꽃들이 숨을 죽이는 한여름에 홀로 꽃으로 피어나 생전에 머물던 처소의 담장을 덮은 것인지도 모른다.

한 곳에 이르니 벌써 땅에 떨어진 능소화가 보인다. 능소화도 동백처럼 활짝 핀 꽃이 송이째 땅에 떨어진다. 꽃말처럼 명예롭고 의연하며 낙화마저도 아름다운 꽃이다. 골목을 환하게 밝히는 능소화 곁에 머물며 이런저런 생각을 떠올려본다 

골목을 나와 마을 정면에 자리잡은 수봉정사에 들어갔다. 수봉정사는 마을의 대표적인 건물로 손님을 맞기도 하고 모임을 열기도 했던 곳이다. 살림 집을 조심스레 지나 수백당이라는 현판이 붙은 건물을 둘러보았다. 대문빗장이 특이하게 거북모양을 하고 있다. 마당에 있는 돌에도 거북모양의 음각을 새겨놓았다. 거북은 십장생의 하나이다. 혹시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의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활짝 핀 접시꽃.
 활짝 핀 접시꽃.
ⓒ 김숙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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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앞에 있는 인흥원으로 나왔다. 인흥원은 몇년 전 경주 안압지를 본떠 만들었다는 작은 연못이다. 한눈에 다 보이지 않게 꾸며놓은 안압지와 닮은 것도 같다. 홍련이 피어있는 연못을 한 바퀴 돌아본다. 아쉬움에 한번 더 골목길에 핀 능소화 곁에 섰다. 이 여름, 단아하고 기품있는 모습으로 피어난 능소화를 보며 더위에 지친 마음을 위로받는다.

돌아오는 길에 바로 곁에 있는 마비정벽화마을이나 사문진주막촌에 들러보아도 좋다. 주막촌에서 국수 한 그릇으로 요기를 하고 나루터 언덕에 가득 핀 여름 코스모스를 바라보며 시원한 강바람을 쐬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마을 중심에 있는 인흥원(연못)에서 마을을 건너다 보았다. 연못에는 벌써 활짝 핀 연꽃이 넉넉한 자태를 드러내었다.
 마을 중심에 있는 인흥원(연못)에서 마을을 건너다 보았다. 연못에는 벌써 활짝 핀 연꽃이 넉넉한 자태를 드러내었다.
ⓒ 김숙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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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마치 숨을 쉬는 것처럼 나를 살아있게 한다. 그리고 아름다운 풍광과 객창감을 글로 풀어낼 때 나는 행복하다. 꽃잎에 매달린 이슬 한 방울, 삽상한 가을바람 한 자락, 허리를 굽혀야 보이는 한 송이 들꽃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기를 날마다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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