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2018년 정치권의 핫이슈는 '20대 남성'이었다. 집권 초 80%에 달했던 문재인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율이 40% 중반대로 하락한 주요 원인으로 꼽혔기 때문이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이를 '이·영·자 현상'이라고 명명했다. 문 대통령 지지율이 세부적으로 20대·영남·자영업자 쪽에서 주로 빠졌다는 뜻의 줄임말이다. 언론과 정치권은 이에 호응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은 '젠더 갈등 어떻게 풀까(표창원)', '워마드 해부(하태경·이준석)' 관련 토론회를 여는 등 '20대 남성' 표심 확보를 위해 노력했다. (관련 기사 : 젠더 갈등 푼다더니... 표창원 의원, 이게 최선입니까)

반면 '20대 여성'은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다. 20대 남성과 다른 지지율 곡선을 그렸기 때문이다. 일례로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에 따르면, 2018년 6월 정례 조사 때 20대 남성(81%)과 20대 여성(84%)의 지지율은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같은 해 11월 조사 땐, 20대 남성의 지지율(51%)이 30%p 하락했고 20대 여성의 지지율(70%)은 14%p만 하락했다.

그러나 비슷한 시기 '미투(Metoo)' 운동과 혜화역 시위 등 여성 목소리가 높아졌던 것을 감안하면 20대 남성을 더 주목해온 정치권의 반응은 다소 기형적이다. 무엇보다 20대 여성들의 정치 참여 욕구는 20대 남성과 비교할 때 더 가파르게 상승한 편이다.

중앙선거관리위 '19대 대선 투표율 분석 결과(2017년 9월 발표)'에 따르면, 18대~19대 대선의 20대 전·후반 남성과 20대 전·후반 여성의 투표율 상승폭 비교결과, 여성의 상승폭이 남성보다 더 높게 나타났다. 20대 전반-20대 후반 남성이 각각 3.3%p, 8.6%p 오를 동안 여성은 9%p, 9.8%p 상승한 것(관련 기사 : 20대 여성이 20~50대 남성보다 투표율 높았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 2017년 촛불집회 등의 참여로 인한 학습효과가 나타난 것이라 분석하기도 했다. 

즉, 20대 남성에 대한 정치권의 관심이 20대 여성에 비해 과한 셈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20대 여성을 주목한 곳이 바로 정의당이었다.

정의당, 6개월간 20대 여성 분석... 이들이 대선 때 '사표' 던진 이유는?
   
심상정 후보 홍대앞 유세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28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익대 부근에서 유세를 하고 있다.
 2017년 4월 28일 당시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가 서울 마포구 홍익대 부근에서 유세를 하고 있는 모습.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정의당은 20대 여성에 주목한 심층 연구를 6개월간 진행했다. 20대 여성에 초점을 맞춘 정당 차원의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유가 있었다. 19대 대선 당시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20대 여성으로부터 높은 지지를 받았다. 당시 방송3사 심층출구조사에 따르면, 심 후보는 성별·연령별 유권자 중 '20대-여성'에서 16.3%를 얻어 전 세대·성별 중 가장 높은 지지율을 보였다.

특히 심 후보는 경기 파주 지역, 한 대기업 여성사원기숙사 매점에 마련됐던 '월○면 제○투표소'에선 17.6%를 득표했다. 이는 심 후보가 대선 당시 전국 각 투표소에서 거둔 최고 득표율 기록이다(대선 최종 득표율은 6.17%). 중앙선거관리위 투표구별 개표현황에 따르면, 대선일 이 투표소에서 심 후보에게 투표한 이는 전체 1875명 중 328명이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대세였음을 고려하면, 이들은 '죽을 표(사표)'를 던진 셈이다.

왜였을까. 과거 공장에서 노동운동을 했던 심상정 의원도 궁금해 했다. 그는 관련 토론회 축사를 통해 "공단 노동자들이 고된 일과 속에서 정치에 관심을 갖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라며 "그런데도 이분들이 사표 심리를 거스르고 굳이 정의당을, 심상정을 지지한 배경이 무엇일지 무척 궁금했다"고 밝혔다.

이에 정의당 조혜민 대의원과 오김현주 서울시당 부위원장은 문제의 여성사원기숙사 앞을 찾았다. 이들은 지난 19대 대선 당시 해당 기업에 근무하면서 심 후보에게 투표했던 20대 여성(1985년 5월 11일 이후 출생~1998년 5월 10일 이전 출생자)들을 수소문해 만났다. 정의당 여성정치발전기금 지원으로 진행된 이 연구는 지난 5월 29일 '20대 여성을 통해 정의당을 보다' 토론회를 통해 중간 발표됐다.

이들이 본 정치 유권자로서의 20대 여성은 누구였을까. 다음은 연구 중간결과를 바탕으로 한 20대 여성 A씨다.

1991년생 여성 A씨는 2017년 19대 대통령 선거 때 처음 투표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치러진 선거, '촛불시위' 같은 정치집회도 처음이었다. 대세는 문재인 후보였다. 하지만 대기업 공장 기숙사에서 먹고 자며 출근하는 A씨는 기왕이면 하나라도 내 삶을 좋게 바꿀 만한 대통령을 뽑고 싶었다. '노동자', '비정규직', '최저임금', '성 소수자 옹호'를 두려워하지 않고 말하는 후보를 눈여겨봤다. 5월 19일 투표일. 그는 기호 5번, 심상정 후보에게 투표했다.

"경기 파주 내려가 면접자들 직접 섭외... '말할 기회 필요했구나' 느껴"

<오마이뉴스>는 지난 7일 정의당 당사에서 이들을 만나 연구 결과를 물었다. 그들이 본 20대 여성은 "정치화는 됐지만 정치 세력화는 되지 않은 사람들"이며, "계기·각성의 순간만 있으면 정치 세력화할 가능성이 충분한 사람들"이었다.

또 남녀 사이 '젠더 갈등'은 문제의 원인이 아닌 결과였다. 20대 전반이 겪는 '일자리 갈등', 취업 어려움은 20대 여성도 20대 남성과 다르지 않았던 탓이다. 다만, 이들은 "20대 여성은 '정책·제도 변화' 같은 구조적 해법에 집중해 대답했지만 20대 남성은 '역차별 해소' 같은 개인적 해법을 주로 언급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언론·정치권이) 20대 남성에 주목하면서 20대 여성이 상대적으로 비가시화됐다"고 결론 내렸다.

최종 연구결과보고서는 오는 15일 완료·제출 예정이다. 다음은 이들과 진행한 인터뷰를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한 것이다.
 
 20대 여성의 '정치적 의미' 추적한 정의당 조혜민 대의원(왼쪽), 오김현주 부위원장.
 20대 여성의 "정치적 의미" 추적한 정의당 조혜민 대의원(왼쪽), 오김현주 부위원장.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 대선 때 심상정 후보가 전국 최고 지지율을 기록한 투표소를 찾아가 유권자들을 만났다고 들었다. 어떻게 연구를 진행했나?
오김현주 부위원장(아래 오김현주): "심 후보에게 전국 최고 투표 지지율(17.6%)을 보인 투표소가 경기 파주 한 기업의 여성사원기숙사 매점 투표소였다. 심 후보에게 높은 지지를 보낸 20대 여성들이 거기에 있다고 추정했고, 이들을 만날 필요성이 있다고 봤다. 처음엔 노동조합을 통해 접촉하려 했는데, '젠더 문제'란 얘길 듣고 좀 꺼리더라. 결국 직접 가서 섭외했다."

조혜민 대의원(아래 조혜민): "숙소 거주자들 대부분이 20대 여성이라고 알고 있었다. 먼저 면접자를 구하는 팸플릿을 찍고, 거기 명함을 끼워서 출퇴근 시간에 직접 공장 앞에서 나눠줬다. 야간-새벽근무 교대시간에 맞춰 기다렸다가 종이를 나눠줬는데, 한 번은 준 지 10여 분 만에 바로 연락이 오더라. '이분들도 말할 기회가 필요했구나' 생각했다. 그렇게 정의당 심상정 후보를 지지한 20대 여성 4명을 만나 심층면접인터뷰를 진행했다."

- 그렇게 직접 여성 유권자들을 만나본 결과 특이점이 있던가.
오김현주: "이들은 '페미니즘'이라는 단어를 직접적으로 쓰진 않았지만, 대부분 성별 문제, 여성 관련 의제에 대한 감수성이 매우 높은 편이었다. 통상 박근혜 전 대통령과 심상정 후보를 같은 여성정치인의 범주에 놓기도 하는데 이들은 달랐다. '똑같은 여성이 아니다'란 생각이 확고했다. 이들은 두 명을 같은 여성이 아닌, 서로 다른 '정치인'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조혜민: "신기했던 건 이들이 원래 아는 사이면서도, 심상정을 지지한 건 서로 몰랐다는 거다. 심상정 지지율이 전국 투표소 중 기숙사 투표소에서 가장 높았단 사실에 면접자 모두가 놀라더라. 20대 여성의 '조용하지만 강한 투표'가 이뤄졌다고 봤다. 또 심상정은 당시 대세가 아니었음에도, 여성 정치인을 뽑겠단 생각이 이들에게 있었다. 본인이 성소수자라 생활동반자법이 필요하다며 뽑은 사람도 있었다. 대부분 본인 권리와 (그걸 대변할) 정당을 잘 연결시키더라."

- 만나보니 어땠나. '20대 여성 유권자는 OO이다'라는 말로 표현한다면.
오김현주: "20대 여성은 '정치화는 됐으나 정치세력화는 되지 않은 사람들'이었다. 이분들 대개가 사회학적·정치적 용어를 많이 알고 쓰더라. 또래 남성에서 비해 전반적으로 매우 정치화돼 있다고 생각했다."

조혜민: "비슷하게 느꼈다. '정치적 순간들, 계기만 주어지면 언제든 정치에 접속할 수 있는 사람들'이란 생각이 들었다. 면접자 모두가 언어도, 고민도 이미 충분했음에도 이들을 끌어당길 뭔가가 없어서 적극적 참여를 머뭇거리고 있었다. 대부분이 '촛불집회, 박근혜 탄핵' 때 정치 효능감을 느꼈다고 했다. 내가 참여하면 정치가 바뀔 수 있다는, 그런 정치적 순간을 이들에게 어떻게 더 만들어줄 것인가가 중요하다.

이런 '순간'은 꼭 거창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제가 우연한 계기에 정당을 만났듯, 이들도 결집 가능성을 만나지 못했을 뿐 정치 세력화될 가능성은 이미 충분해 보였다. '나는 정치와는 상관없다'며 거리를 두는 기존 40~50대 여성들과는 또 달랐다. 이런 여성 유권자들에게 정당이 어떻게 접근하고 정치참여의 기회를 줄지, 그 구체적인 전략과 고민이 중요하다고 본다." 
 
 2008년 광우병 집회에서 '촛불 소녀', '유모차 부대' 등이 등장했다. 그러나 이와 별개로 여성들이 정치화된 세력으로 정치적 대표성을 얻고 있는지, 문제제기가 인정받고 있는지는 다시 평가할 지점이다. 면접자들은 과거 박근혜 탄핵으로 정치 효능감을 느꼈다고 했다. 그러나 미투 운동 등 여성들 외침에 정치권이 제대로 반응하느냐는 질문에는 모두 '전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반응 없는 정치에 무력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 '20대 여성을 통해 정의당을 보다' 자료집 중

"20대 여성, 정치적 가능성 충분한 이들... 정당, 접근법 고민해야"
 
 20대 여성의 '정치적 의미' 추적한 정의당 조혜민 대의원(왼쪽), 오김현주 부위원장.
 20대 여성의 "정치적 의미" 추적한 정의당 조혜민 대의원(왼쪽), 오김현주 부위원장.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 정치권은 그간 20대 여성보다는 20대 남성에 상대적으로 많은 관심을 보여 왔다.
조혜민: "인터뷰 과정에서 만난 여성들은 대부분 한국 정치권과 정치인들이 왜 페미니즘 또는 젠더 의제를 잘 다루지 않는지 알고 있었다. '위험할 것 같아서 굳이 건드리지 않는 것'이란 설명이었다. 정당을 떠나 젠더 문제를 건드리는 게 쉽지 않다는 걸 20대 여성들도 알고 있었다. 한 면접자는 여성 의제에 대한 정치권 반응을 '벽에 대고 소리치는 느낌'이라고 답했다.

20대 남성에 주목하는 국회 토론회를 보면서 매우 모순적이라고 느꼈다. 20대 여성은 낙태죄 폐지, '미투' 시위 등 수만 명이 길거리에 나서도 외면 받는데, 20대 남성은 굳이 거리로 나오지 않아도 조명받는다는 생각 때문이다. 먼저 찾아야 할 사람은 정치적 욕구가 큰 여성들인데, 정치권은 20대 남성을 국회로 불렀다. 이러니 20대 여성의 정치효능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지 않았겠나."

오김현주: "현 정치권과 언론은 20대 남성에 주목하면서 20대 여성을 비가시화해 왔다고 본다. 특히 바른미래당 하태경·이준석 최고위원 같은 경우 젠더 갈등을 풀겠다고 얘기해 왔지만, 저는 오히려 그들이 '역차별' 프레임, 즉 젠더 갈등을 조장해 정치적 이득을 보려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나름 정당의 생존전략을 고민해 나온 접근이겠지만, 그런 방식은 성별 간 갈등을 더 부추긴다는 점에서 문제적이다.

최근 '현 국회의원 300여 명 중 20~30대 의원은 단 2명뿐'이라는 기사를 봤다. 보통은 '20대 정치인'하면 우리는 대개 남성을 떠올리는데, 이젠 성별이 중요하지 않은 시대라고 본다. 20대 여성들도 충분히 좋은 정치를 할 수 있다는 얘기다."

- 결론에서 '젠더갈등은 원인이 아닌 결과일 뿐'이라고 썼다. 풀어서 설명한다면?
오김현주: "20대 남성들도 최근 젠더 갈등이, 한정된 일자리 문제를 둘러싼 갈등임을 인식하고 있었다. 불안한 취업을 앞두고 각자도생·고군분투한 결과가 젠더 갈등으로 심화되는 양상인 거다. 또 과거 성차별적 환경과는 다르게, 현 20대는 성장·교육환경에서 형식적 성평등이 달성된 세대란 지적도 있었다. 입대를 앞둔 20대 남성들에겐 상대적으로 자신의 환경이 불공평하게 느껴질 수 있단 얘기다."
 
20대 남성 지지율 하락의 핵심은, 문재인 정부에서 본인 삶이 전혀 나아지지 않았단 현실과 닿아 있다. 이들은 최근의 젠더갈등이 한정된 '일자리'를 둘러싼 갈등임을 명확히 알고 있었다. 이들은 취업 전 차별이 없는 상황에서 여성이 '유리천장'을 언급하는 데 분노를 느끼며, '할당제'를 비롯한 정책제도는 그야말로 역차별이 된다는 논리를 편다. 최근 불거진 대림동 여경 사건은 이들에겐 '역차별로 부정의한 취업을 한' 대표 사례인 것이다. - '20대 여성을 통해 정의당을 보다' 자료집 중
 
조혜민: "다만 불만은 동일했으나 이에 대응하는 방식은 달랐다. 남성은 보통 자신이 겪는 문제를 상대의 성별과 엮어 불만을 토로하는 반면, 여성은 이를 보완할 제도·정책이 필요하다는 방식으로 구조적 해법을 고민하더라. 문제는 같은데 풀이가 달랐던 거다. 취업을 예로 들면 남성들은 대개 여성보다 자신이 불리하다는 식으로 얘기했지만, 여성들은 상황이 어려우니 제도·정책이 필요하단 식으로 답했다."
 
- 현 정치권이 20대 여성 유권자를 어떻게 바라봐야 한다고 보나.

조혜민: "면접자들은 '정의당이 우리에게 관심이 있구나'라며 반겼다. 법안 발의든 토론회든, 이들을 정치 주체로 호명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구로지역 노동상담소를 보고 정의당을 알았다는 사람, 시각장애인을 위해 점자로 만든 유세물을 보고 정의당을 만났다는 사람도 있었다. 그렇게 20대 여성들이 정치와 만나는 '순간들'이 필요하다. 정당이 그 부분에서 해야 할 일들이 있다고 본다."
 
현 20대~30대 여성 유권자들이 보여주는 '다름'은 이후 선거에서도 이들이 다른 선택을 할 가능성을 암시한다. 기존 정치문법과 다른 행태를 보이는 이들 여성은 아직 본격적으로 가시화·세력화되지 않았다. 그러나 젠더이슈가 주요 의제일 경우 여성의 투표참여가 높아진다는 기존 연구와 과거선거사례를 고려할 때, 이들은 충분히 캐스팅보터(결정권자)로서 선거 결과를 바꿀 잠재력이 있다고 할 수 있다. -  '20대 여성을 통해 정의당을 보다' 자료집 중

댓글5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5,000 응원글보기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정치부 기자.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자세히 보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A political reporter. I'm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