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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제징용’의 아픔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군함도’뿐만 아니라 일본 곳곳에 그 현장이 많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조세이 탄광, 부관연락 터와 똥굴마을, 타가와 석탄박물관과 휴가 묘지, 오다야마 묘지의 ‘조선인 조난자 위령비’를 4회에 걸쳐 소개합니다.[편집자말]
일본 야마구치(山口)현 우베(宇部)시 도코나 해안 ‘조세이(長生) 탄광’ 수몰사고 환기구인 '피아'.
 일본 야마구치(山口)현 우베(宇部)시 도코나 해안 ‘조세이(長生) 탄광’ 수몰사고 환기구인 "피아".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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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야마구치(山口)현 우베(宇部)시 도코나 해안 ‘조세이(長生) 탄광’ 수몰사고 환기구인 '피아'.
 일본 야마구치(山口)현 우베(宇部)시 도코나 해안 ‘조세이(長生) 탄광’ 수몰사고 환기구인 "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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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2년 2월 3일 오전 10시. 채탄 작업에 투입된 탄광광부 183명이 갑작스런 갱내 침수로 인해 사망하는 대형 참사가 벌어졌다. 그런데 지금까지 유골을 수습하지 못하고 있다. 차갑고 어두운 바다 밑 갱도에 묻혀 있는 것이다. 그 중 136명은 조선인 노동자다. 한국과 일본정부가 지금이라도 관심을 갖고 적극 나서야 한다."

일본 야마구치(山口)현 우베(宇部)시 도코나 해안에 있는 '조세이(長生) 탄광' 유적지에서 만난 엄장범(86, 재일교포)씨가 강조한 말이다. 그는 "내가 눈을 감기 전에, 아직도 바다 밑에 있는 유골을 수습하는 게 소원이다"라고 했다.

엄씨는 '우리민족끼리 통일의 문을 여는 통일촌'(회장 박광수)과 '통일엔평화'(회장 김미영)가 지난 24~27일 사이에 벌인 '일제 강제징용 유적지 답사'에서 안내를 맡았다.

조세이 탄광 수몰사고는 태평양전쟁 발발 이듬해에 일어났다. 조세이 해저탄광에서는 석탄을 캐냈는데, 일명 '조선 탄광'이라 불릴 정도로 채탄부의 대부분을 강제 동원된 조선인 노무자들이 채우고 있었다. 일본은 1939년부터 조선인 강제동원을 시작했고, 야마구치현에서는 조세이 탄광이 선두였다.

조세이 탄광은 1258명의 조선인이 동원됐다. 조선인 노무자는 해저로 연결된 갱도 약 1km 앞바다까지 들어가 석탄을 캐내는 작업을 벌였다. 이들은 11자(약 3.3m) 높이의 울타리로 에워싸인 숙소에 감금돼 일본인의 감시와 철저한 통제 속에 채탄 작업에 투입되었다.

기록과 증언에 의하면, 채탄 현장에는 수시로 누수 사고가 발생했다. 보통 갱도는 입구에서 막장까지 40분에서 한 시간 정도 걸어 들어가야 했고, 해저 탄광에서 작업할 때 기관선의 '통, 통, 통' 소리가 들릴 정도로 가까웠다고 한다.

수몰사고에 대한 기록은 많이 없다. 당시 일본 언론도 보도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 회사측 자료조차도 1942년 2월 3일을 기점으로 이후부터는 공백으로 되어 있다는 것. 일본 광산감독국 자료도 '소실'되었다.

당시 사고 때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았던 사람들의 증언이 남아있을 뿐이다. 대표적으로 설도술, 김경봉, 추순덕, 이종천씨다. 하지만 조세이 탄광 수몰사고의 원인규명도 제대로 되지 않았고, 유골도 아직 그 현장에 그대로 있다.
  
일본 야마구치(山口)현 우베(宇部)시 도코나 해안 ‘조세이(長生) 탄광’ 수몰사고 희샹자 추모비.
 일본 야마구치(山口)현 우베(宇部)시 도코나 해안 ‘조세이(長生) 탄광’ 수몰사고 희샹자 추모비.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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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오카 사다오씨가 일본 야마구치(山口)현 우베(宇部)시 도코나 해안 ‘조세이(長生) 탄광’ 수몰사고 희샹자 추모비에서 설명하고 있다.
 우즈오카 사다오씨가 일본 야마구치(山口)현 우베(宇部)시 도코나 해안 ‘조세이(長生) 탄광’ 수몰사고 희샹자 추모비에서 설명하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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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비에 '강제연행 한국-조선인 희생자'라 새겨

조세이 탄광 수몰사고를 '기억'하는 활동이 벌어지고 있다. 일본 시민단체 '조세이 탄광 수몰사고(水非常)를 역사에 새기는 모임'(아래 새기는모임)이 만들어져 활동하고 있다.

새기는모임은 2016년 2월 이곳에서 '희생자 위령제'를 지내기도 했다. 그리고 대한불교 관음종은 올해 4월 13일 이곳에서 '위령제'를 지냈다.

이곳에 추모비가 세워진 때는 2013년 2월로 추모비에는 '강제연행 한국-조선인 희생자'와 '일본인 희생자'로 되어 있다. 새기는모임은 추모비가 건립돼 있는 곳을 '조세이 탄광 추도광장'이라 부른다.

추모비에는 "희생자 가운데 137명은 일본 식민지 지배 정책 때문에 토지, 재산 등을 잃어버려 부득이 일본으로 일거리를 찾으러 건너오거나 혹은 노동력으로서 강제 연행되어 온 조선사람들이었다"는 내용이 있다.

새기는모임은 <증언-자료집>을 2집까지 내기도 했다. 이들은 "진실한 화해를 위해 그리고 평화로운 미래를 만들기 위해서는 아직 과제가 남아 있다"며 "제일 큰 과제는 '아직 유체는 바다 밑 갱도에 그대로 방치되어 있다'는 것이다. 한 개의 시민단체에서는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인 만큼 전국에 있는 시민단체와 연대하면서, 또는 정부에 협조를 요청하면서 활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곳에는 '추도광장' 이외에 역사 흔적이 있다. 대표적으로 바다 위에 있는 환기구 '피아(Pier)'다. 해저탄광과 연결된 두 개의 환기구가 우뚝 솟아 있는 것이다. 피아가 있는 해안가의 2차선 도로 건너편이 갱도의 입구다. '새기는모임'은 갱도 입구에 나무를 꽂아 하얀 천조각을 둘러 표시를 해놓았다.

그리고 이곳 방파제 벽면에는 설명판이 붙어 있다. 이 설명판은 '우베시'가 올해 2월에 붙여 놓은 것으로, 그 속에는 '조선인 출신자도 포함되어 있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일본 야마구치(山口)현 우베(宇部)시 도코나 해안 ‘조세이(長生) 탄광’ 수몰사고 희샹자 추모비.
 일본 야마구치(山口)현 우베(宇部)시 도코나 해안 ‘조세이(長生) 탄광’ 수몰사고 희샹자 추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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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장범(86)씨가 일본 야마구치(山口)현 우베(宇部)시 도코나 해안 ‘조세이(長生) 탄광’ 수몰사고 희샹자 추모비에서 설명하고 있다.
 엄장범(86)씨가 일본 야마구치(山口)현 우베(宇部)시 도코나 해안 ‘조세이(長生) 탄광’ 수몰사고 희샹자 추모비에서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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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도 출신 많아 ... 아들과 아버지도 있어

조세이탄광 수몰사고의 희생자들은 경상도 출신이 많다. 강호광 민족문제연구소 진주지회장은 <전시 조선인 강제노동조사 자료집>에 근거해, 경남과 경북 출신이 많았다고 했다.

이 자료집에 나와 있는 조선인 사망자수는 총 134명이다. 고성 14명, 사천 11명, 의령 2명, 진주 1명, 김해 1명, 동래 1명, 부산 1명, 울산 1명으로 경남 출신이 32명이며, 경북 66명, 강원 3명, 전남 4명, 전북 3명, 충남 8명, 평북 2명, 경기 1명 등이다.

강호광 지회장은 "사망자 가운데 보면 아버지와 아들도 있다"고 했다.

일행을 안내한 일본인 우즈오카 사다오(전직 교사)씨는 "당시 일본 언론은 탄광 수몰사고를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다. 당시 대동아 전쟁 상황은 대대적으로 보도했지만,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수몰된 사고는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다, 처음에 귀퉁이에 조금 보도된 뒤 언급이 없었다"고 했다.

그는 "증언에 의하면, 당시 조선인 노무자들 중에는 11살도 있었다고 한다. 감시가 심해서 도망을 갈 수도 없었다"며 "인근 주택가에서는 노무자들이 매를 맞으면서 내는 '아이고' 하는 소리가 들렸다고 한다"고 했다.

그는 "추모비를 세울 때 한국-조선인 희생자 위에 '강제연행'이라는 글자를 넣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 우베시에서는 처음에는 삭제를 요구했지만 7년 동안 교섭 끝에 넣게 되었다"고 했다.

엄장범씨는 "유골 수습부터 해야 하는데, 민간단체로는 할 수 없다. 정부가 나서야 한다"며 "무엇보다 정부 관계자들이 이곳을 방문해서 상황을 파악하고, 유골 수습이 적극 나설 수 있도록 시민들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했다.

'통일촌'과 '통일엔평화' 회원들은 원혼을 달래며 들고 갔던 국화꽃을 '피아'가 보이는 바다에 던졌다. 모래 속에는 석탄 조각이 흔하게 발견되어, 이곳이 역사의 현장임을 느낄 수 있었다.
 
일본 야마구치(山口)현 우베(宇部)시 도코나 해안 ‘조세이(長生) 탄광’ 수몰사고 희샹자 추모비.
 일본 야마구치(山口)현 우베(宇部)시 도코나 해안 ‘조세이(長生) 탄광’ 수몰사고 희샹자 추모비.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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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야마구치(山口)현 우베(宇部)시 도코나 해안 ‘조세이(長生) 탄광’ 수몰사고 희샹자 추모비.
 일본 야마구치(山口)현 우베(宇部)시 도코나 해안 ‘조세이(長生) 탄광’ 수몰사고 희샹자 추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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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야마구치(山口)현 우베(宇部)시 도코나 해안 ‘조세이(長生) 탄광’ 수몰사고 설명판과 환기구인 '피아'.
 일본 야마구치(山口)현 우베(宇部)시 도코나 해안 ‘조세이(長生) 탄광’ 수몰사고 설명판과 환기구인 "피아".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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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야마구치(山口)현 우베(宇部)시 도코나 해안 ‘조세이(長生) 탄광’ 수몰사고 설명판과 환기구인 '피아'.
 일본 야마구치(山口)현 우베(宇部)시 도코나 해안 ‘조세이(長生) 탄광’ 수몰사고 설명판과 환기구인 "피아".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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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우즈오카 사다오씨가 야마구치(山口)현 우베(宇部)시 도코나 해안 ‘조세이(長生) 탄광’ 수몰사고 환기구인 '피아' 앞에서 설명하고 있다.
 일본인 우즈오카 사다오씨가 야마구치(山口)현 우베(宇部)시 도코나 해안 ‘조세이(長生) 탄광’ 수몰사고 환기구인 "피아" 앞에서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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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야마구치(山口)현 우베(宇部)시 도코나 해안 ‘조세이(長生) 탄광’ 수몰사고 환기구인 '피아'와 석탄.
 일본 야마구치(山口)현 우베(宇部)시 도코나 해안 ‘조세이(長生) 탄광’ 수몰사고 환기구인 "피아"와 석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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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촌과 통일엔평화 회원들이 일본 야마구치(山口)현 우베(宇部)시 도코나 해안 ‘조세이(長生) 탄광’ 수몰사고 현장을 찾아 국화꽃을 던지고 있다.
 통일촌과 통일엔평화 회원들이 일본 야마구치(山口)현 우베(宇部)시 도코나 해안 ‘조세이(長生) 탄광’ 수몰사고 현장을 찾아 국화꽃을 던지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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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야마구치(山口)현 우베(宇部)시 도코나 해안 ‘조세이(長生) 탄광’ 갱도 입구 표시(원안).
 일본 야마구치(山口)현 우베(宇部)시 도코나 해안 ‘조세이(長生) 탄광’ 갱도 입구 표시(원안).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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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조세이탄광, #강제징용, #일본, #통일촌, #통일엔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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