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북한 조선중앙TV가 5일 전날 동해 해상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 참관 하에 진행된 화력타격 훈련 사진을 방영했다.
  북한 조선중앙TV가 5일 전날 동해 해상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 참관 하에 진행된 화력타격 훈련 사진을 방영했다.
ⓒ 연합뉴스=조선중앙TV

관련사진보기

 
4월 22일부터 2주간 일정으로 한미 공군이 연합편대군종합훈련을 실시한 가운데, 지난 4일 북한이 원산 호도반도에서 방사포 등을 포함한 단거리 발사체들을 쐈다. 5일 치 <로동신문>은 "대구경 장거리 방사포, 전술유도무기 운영능력과 화력임무수행 정확성, 무장 장비들의 전투적 성능을 판정 검열"하는 것이 이번 발사 훈련의 목적이었다고 보도했다. 방사포는 여러 개의 포탄을 동시에 발사하는 장치다.

이에 대해 자유한국당은 위기감 조성을 시도하고 있다. 황교안 대표는 "북한의 무력 도발은 명백하게 우리를 타깃으로 한 군사적 도발"이라고 규정한 뒤 "이번 북한 도발로 드러난 문재인 정권 대북정책의 근본적 문제점을 점검해 주시기를 바란다"라고 정부의 대북정책을 겨냥했다.

지난 5일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북핵외교안보특위에서 황 대표는 "이는 이 정권의 한반도 평화협상이 사실상 아무런 성과가 없으며, 북한이 무력에 의한 한반도 지배 야욕을 여전히 버리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드러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의 행동에는 '패턴'이 있다
  
그런데 북한의 핵실험이나 인공위성 및 미사일 발사에는 비교적 정형화된 패턴 같은 게 있다. 방사포 등이 포함된 단거리 발사체가 등장한 이번 일도 마찬가지다.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일이 아닌 것이다.

일례로, 북한은 핵실험을 단행할 때는 자국의 주요 기념일을 1차적 기준, 미국 정세를 2차적 기준, 남한을 포함한 세계 정세를 3차적 기준으로 삼아 일정을 조정하곤 했다. 자연환경이나 기상조건까지 함께 고려해야 하므로, 기념일에 정확히 맞출 수 없는 경우엔 여러 날의 간격을 용인하기도 했다. 

이런 패턴에 따라, 이제까지의 핵실험은 김정일 생일(2월 16일), 김정일의 당 사업 개시일(6월 19일), 정부 수립일(9월 9일), 당 창건 기념일(10월 10일)과 가장 가까우면서도, 미국 대선 기간 중이거나 미국 대통령 취임과 가까운 시기에 단행되곤 했다. 2009년 제2차 실험은 당 사업 개시일로부터 25일 전에 단행됐지만, 나머지 다섯 차례 실험은 앞서 제시한 기념일들로부터 1일~6일 전에 실시됐다.

북한이 핵실험을 가급적 미국 대선이나 행정부 출범 시기에 맞췄다는 대목은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의 김경묵·백연주 연구원의 논문 '북한의 미사일 발사 및 핵실험 패턴에 관한 연구'를 참고할 만하다. 이 논문은 김일성 시기부터 시작해서 2017년 연말까지의 사실관계를 기초로 작성됐다.
 
"대체로 대선 및 취임 이후 약 1~6개월 사이에 핵실험과 중·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연쇄적으로 하는 경향이 발견된다. 취임 이후 대북정책 초기 구상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가 강하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핵보유국으로서의 존재감을 확실히 알리고 대북정책 변화를 요구하며 협상의 레버리지를 한껏 올리겠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 한국전략문제연구소가  2017년 발행한 <전략연구> 제73호
 
핵실험과 마찬가지로 미사일이나 발사체와 관련해서도 패턴 같은 게 있다. 그런 패턴 중 하나는, 북한군 훈련 기간과 한미연합 군사훈련 기간이 겹치는 시점에 발사한다는 점이다. 북한군은 12월부터 4월까지 동계훈련을 치른다. 4~6월 기간에는 '전투준비 판정검열'이 있다. 이 기간과 한미연합 군사훈련 기간이 겹치는 때에 가장 많은 발사가 이뤄지고 있다. 위 논문은 이렇게 분석한다.
 
"김정은 시기 핵·미사일 활동 76회 중 한미연합 연습(훈련) 기간 활동은 무려 45회였다. 약 59%가 한미연합 연습·훈련 기간 또는 직전에 이루어졌다. 특히 미군 증원 전력이 집중적으로 참여하는 전구급(戰區級) 훈련 기간에 집중되었다. 가령 4차 핵실험이 있었던 2016년의 경우, 한미연합 연습(훈련) 기간에 무려 14회의 미사일 발사가 있었다."
  
지난 4일의 발사도 4월 22일 개시된 한미연합훈련 기간에 생긴 일이다. 기존 패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발사로 볼 수 있다. 
 
 북한 조선중앙TV가 5일 전날 동해 해상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 참관 하에 진행된 화력타격 훈련 사진을 방영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훈련을 지켜보는 모습.
 북한 조선중앙TV가 5일 전날 동해 해상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 참관 하에 진행된 화력타격 훈련 사진을 방영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훈련을 지켜보는 모습.
ⓒ 연합뉴스=조선중앙TV

관련사진보기

 
발사 시점을 5월로 잡았다는 것 역시 패턴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5월에 발사를 많이 한다는 점은 이제까지의 북한 역사에서 나타난 특징이다. 김일성 이래로 이렇게 해왔다. 위 논문에 나오는 내용이다.
 
"각 집권 시기별로 월별 도발 횟수를 보면, 김일성 때는 전체 횟수가 8회밖에 되지 않지만 이중 5월(4회)이 절반을 차지했고, 김정일 시기 역시 총 28건 중 5월이 8건으로 가장 많았다."
 
김정은 시기에는 5월의 발사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아졌다. 김정은 시기 들어 한미연합군사훈련 개시 시점에 맞춰 3월이나 4월에 발사하는 일이 잦아졌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5월 발사 역시 여전히 많다. 위 논문을 좀 더 살펴보자.
 
"김정은 집권 이후에는 전체 76회 중 18회가 3월에 발생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뒤를 이어 4월이 11회였다. 김일성·김정일 시기에는 5월이 공통적으로 많았다면, 김정은 시기에는 3~5월에 핵·미사일 활동이 가장 활발했다. 3~5월은 연례적인 한미연합 연습(훈련) 기간과 정확히 겹치는 기간이다."
 
김정은이 김일성·김정일처럼 5월에 집중적으로 쏘지 않고 3월~5월에 골고루 발사하는 것은, 한미연합군사훈련이 벌어지는 전 기간에 발사체를 쏨으로써 맞대응 수위를 높이려는 의도라고 볼 수 있다. 김일성·김정일 때보다 김정은 때가 한미연합군사훈련에 대한 반감이 높아졌음을 보여주는 증표라고 해석할 수 있다. 

황교안 "정권의 상황 오판"... 지금 비판보다 중요한 것은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지난 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북핵외교안보특별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지난 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북핵외교안보특별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이 같은 패턴을 고려할 때, 김정은이 하노이에서 빈손으로 귀국한 상황에서 한미연합군사훈련이 벌어진다면 북한이 4~5월 중에 뭔가를 발사하리라는 것은 한미 양국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 또 북미정상회담에서 국제법적 구속력을 갖는 합의가 나온 것도 아니므로, 대결 상태가 해소되기 전까진 앞으로도 이런 일이 얼마든지 있을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북핵외교안보특위에서 황교안 대표는 "이번 북한의 도발로 인해서, 이 정권이 근본적으로 상황을 오판하고 있거나 아니면 국민을 기만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이같은 황 대표의 발언은 이번 발사가 북한의 기존 패턴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지 않은, 과도한 상황 인식이라고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한미연합군사훈련 때마다 김정은이 의례적으로 해온 일이라는 점을 감안하지 않고, 공당의 대표답지 않게 국민을 불안케 하는 발언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지금 필요한 일은 무엇일까. 이번 발사를 빌미로 대북 적대정책을 강화하는 일이 아니다. 이번 발사와 같은 일의 발생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 한반도 평화를 위한 노력에 더욱 매진하는 게 가장 절실한 일 아닐까.

댓글27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