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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1> 2016년 서울에 거주하던 이주아동 ㄱ(19살)은 부모로부터 방임을 당하고 있다는 의심을 한 학교 교사에 의해 상담을 받게 되었다. 상담과정 중 ㄱ이 계부로부터 성폭행을 당해온 사실을 알게 된 교사는 이 사실을 아동보호전문기관과 경찰에 신고했다.

가해자인 계부가 구속된 이후, 친모가 지적장애로 ㄱ을 홀로 돌볼 능력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아동보호전문기관은 그를 받아 줄 쉼터를 물색했다. 그러나 정부로부터 생계비와 의료비 지원을 받을 수 없는 외국 국적자 ㄱ을 기꺼이 받아주는 쉼터를 찾는 것은 쉽지 않았다.

ㄱ은 부산에 있는 한 청소년 성폭력 쉼터에 입소할 수 있었지만, 해당 쉼터도 생계비와 의료비 지원을 받지 못하는 상황 때문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ㄱ은 계부의 미성년 동반 자녀로 비자를 받아 국내에서 체류하고 있었는데, 계부가 징역형을 받고 강제추방을 당할 경우 더 이상 비자를 연장할 수 없고, 그럴 경우 계부와 함께 본국으로 돌아가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사례2> 이주아동 ㄴ(9살)은 아버지 없이 어머니와 단 둘이 경기도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어머니는 ㄴ을 초등학교에 입학시켰지만 생활고로 월세를 내지 못해 집을 나오면서 학교에 보내지 않기 시작했다.

결석이 장기화되자 학교에서 ㄴ의 어머니에게 연락을 시도했고, 연락이 닿지 않자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수개월 간 B 모녀의 행방을 적극적으로 찾지 않다가, 경남에서 ㄴ의 어머니가 아이를 낳은 뒤 유기하고 도주했다는 신고를 접수하고 수사 끝에 모녀를 찾아냈다.

이후 ㄴ이 어머니로부터 학대를 당해온 사실을 확인한 경찰은 한 이주아동 지원단체에 한국 국적이 없는 그가 머물 수 있는 시설이 있는지 문의했다. 지원단체는 경찰에 이주아동을 위한 별도의 보호시설이 없으니 학대피해 아동 보호절차대로 관할 아동보호전문기관을 통해 지자체에 ㄴ에 대한 보호조치를 의뢰할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의뢰 결과 경기도 내에서는 한국 국적이 없는 ㄴ을 보호하겠다는 학대피해 아동쉼터를 찾을 수 없었다.

결국 ㄴ은 어머니로부터 학대를 당한 단신의 어린 아동에게 적절하지 못한, 어느 종교기관이 운영하는 비인가 미혼모자 쉼터에 입소하게 되었다.


"학대피해를 당해도 갈 곳이 없는 이주아동"

부산에 있는 이주와인권연구소(아래 연구소)는 5월 3일 낸 "정부의 보호와 지원 대책에서 제외되어 학대피해를 당해도 갈 곳이 없는 이주아동"이란 자료를 통해, 이같은 사례를 소개했다.

어린이날(5월 5일)을 앞두고 각종 학대를 받고 잇는 이주아동에 대한 보호와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연구소는 보호‧지원제도가 마련되지 않아 피해를 입고 있는 사례가 반복된다고 보고 있다.

연구소는 "똑같은 아동임에도 국내에 살고 있는 이주아동에 대한 학대는 별다른 관심을 끌지 못할 뿐 아니라 정부의 보호 및 지원 대책에서도 고려 대상이 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고 했다.

이주아동 학대(의심)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낸 자료에 의하면, 이주아동에 대한 학대 의심사례 신고 건수는 2013년 24건에서 2014년 64건, 2015년 94건으로 증가추세다.

학대를 이유로 아동보호시설이나 아동양육시설에 입소한 이주아동은 2013년 2명, 2014년 2명, 2015년 5명에 불과했다. 생계비 지원을 받고 있는 아동은 매해 1명에 지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연구소는 "학대가 신고 되면 수사는 진행되고 가해자도 처벌받지만, 정작 피해자인 아동은 적절한 보호와 지원을 받지 못할 뿐 아니라 체류마저 위협받는 것이 학대피해 이주아동이 처한 상황이었던 것"이라고 했다.

연구소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 및 보건복지부 지침에 따라 아동복지시설에서 생활하는 아동과 부모로부터 격리보호가 필요한 학대피해 아동은 정부로부터 생계비‧교육비‧의료비 등 기초생활보장급여를 지원받는다"며 "그러나 이주아동은 난민 인정자가 아닌 이상 급여 지원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연구소는 "보호아동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없는 상태에서 학대피해 아동쉼터나 그 밖의 아동복지시설이 이주아동의 소를 거부하거나 부담스러워 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정부 또한 아무런 지원을 제공하지 않으면서 아동을 보호하라고 강제할 수는 없는 노릇일 것"이라고 했다.

연구소는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부모에 의해 한국에서 태어났거나 한국으로 이주한 아동들, 그런 부모로부터 학대를 당해 기댈 곳도 갈 곳도 없어진 이주아동들을, 언제까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핑계로 외면할 것인가. 어린이날을 앞두고 어린이주간을 선포하고 아동권리축제를 개최하겠다는 보건복지부에 진지하게 묻고 싶다"고 했다.
 
5월.
 5월.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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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이주와인권연구소, #이주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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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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