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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선언 1주년, 미국과의 군사공조는 합의 역행이다

공동번영과 자주통일의 초심으로 돌아가야
19.04.26 17:08l

검토 완료

이 글은 생나무글(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
판문점선언 1주년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북측은 남측의 대화제의에 응답을 주지 않고 있다. 판문점과 임진각에서 열리는 1주년 기념대회도 남측만 참가하는 '반쪽자리 행사'가 됐다. 판문점선언은 남북통일의 기대감을 한껏 부풀게 했지만 소름끼치는 분단은 여전히 현재 진행 중이다. 이 기념비적 민족사를 망친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판문점선언 1주년 뒤집는 사드 배치 2년

결정적 책임은 남북대화를 방해하는 미국에 무기력하게 끌려 다니며 선언을 역행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에 있다. 북측에는 군사분야 합의 이행을 강조하면서 정작 스스로 이행을 거스르는 남측의 이중적 행보가 남북대화를 가로막는 주된 요인이다.

판문점선언 1주년 바로 전날인 2019년 4월 26일. 이날은 북한과 중국을 겨눈 미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가 주민들의 거센 투쟁을 뚫고 성주 소성리에 임시 배치되고 꼭 2년 되는 날이다. "사드 가고 평화 오라!" 마을주민들은 연일 피울음을 삼키지만 사드 배치를 위한 큰 규모의 도로공사가 예정되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촛불혁명 당시의 공약을 정반대로 뒤집고 사드를 수용했다. 그 후 사드의 확정 배치가 점점 현실화되고 있다.

미군과 협력하며 사드 배치를 주도하는 국방부는 '합의 역행의 최전선'에 서 있다.

"남과 북은 그 어떤 형태의 무력도 서로 사용하지 않을 데 대한 불가침 합의를 재확인하고 엄격히 준수해 나가기로 하였다."
-판문점선언 3조 1항

사드 배치는 판문점선언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사드는 그동안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방어용 무기 체계'로 선전되어 왔다. 진작 무력화되었어야 할 '반평화·반통일의 괴물' 사드가 여전히 미국의 입김과 정부의 무기력에 의해 한반도에서 미쳐 날뛰고 있다. 이래서야 판문점선언을 거부하겠다는 것과 다름없지 않나.

"문재인 정부가 사드 배치를 강행하기 위해 경찰병력 투입을 준비하고 있다. 평화라는 이름으로 자국민을 짓밟는 이중적 행태를 용납할 수 없다."
-4월 20일 성주와 김천 주민들이 청와대 앞에서 사드 부지 공사 중단을 촉구하며 연 기자회견에서 나온 발언

이미 국민은 사드에 사형 선고를 내렸다. 오는 4월 27일 소성리 주민들은 사드가 배치되는 진밭교 인근에서 '9차 소성리 범국민 평화행동'을 호소한다. 정부는 민의를 저버리고 한반도의 평화, 번영, 통일을 가로막고 있다. 반면 주민들은 오늘도 또다시 한때 나고 자란 터전이었던 '사드 부지'에서 힘겹게 투쟁하고 있다.

판문점선언 1주년이 이래서는 안 되는 것이다.

계속되는 한미군사훈련…미국의 짙은 그림자

지금 다시 판문점선언 정신을 돌이켜보자.

"남과 북은 북측이 취하고 있는 주동적인 조치들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대단히 의의 있고 중대한 조치라는데 인식을 같이 하고 앞으로 각기 자기의 책임과 역할을 다하기로 하였다."
-판문점선언 3조 4항 중에서

남측은 과연 스스로의 책임과 역할을 다하고 있다고 떳떳이 밝힐 수 있나. 사드 배치도 모자라 북한을 점령대상으로 삼아오던 한미연합훈련도 여전히 이름만 바꿔 극성이다. 한미 군 당국은 4월 22일부터 2주간 한반도 상공에서 연합편대군 종합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미 공군의 F-16과 호주 공군의 공중조기경보기 E-7A도 참가하는 등 올해에도 어김없이 한반도는 미국 위주 군사동맹을 과시하는 선전장이 됐다. 판문점선언 체결 1주년을 맞은 현재 되풀이되고 있는 생생한 참극이다. 평화를 깨트리는 반통일적 한미연합훈련이 이 땅에서 가동되는 현실을 그냥 방관해서는 안 된다.

남측이 북측과의 합의 이행보다는 철저히 미국에 의존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장면은 또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4월 11일 한미정상회담 당시 트럼프 대통령 앞에서 미국산 무기 15조원 구입을 약속하기까지 했다.

게다가 지난 4월 9일 일본 아오모리(青森)현 해상에서 추락해 결함 논란이 일고 있는 미국의 F35-A(기 당 대략 1500억 원)도 올해 안으로 10대, 2021년까지 40대가 실전배치 될 예정이다. 심지어 F35를 운영하는 건 '구입국'인 한국이 아니라 미국이다. 4월 23일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투기는 그 운용과 정비의 전 과정이 미국에 통제된다"면서 "F-35는 엄밀히 말하면 우리 전투기가 아니"라고 밝혔다.

한마디로 위험천만한 미국의 전략폭격기가 한반도의 하늘을 통제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국방부는 "우리 군은 9.19 남북군사합의를 위반하지 않았으며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는 낯 뜨거운 발표를 내놓고 있다. 통일의 초침을 분단과 대결의 시절로 돌리는 작태가 아닐 수 없다.

판문점선언 2조 1항에는 다음의 문장이 명시되어 있다.

"남과 북은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의 근원으로 되는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하였다."

우리는 약속을 지켜야 도리에 맞다고 배워왔다. 판문점선언은 우리 겨레와 전 세계의 앞에서 '우리 민족의 새 시대'를 선언하는 굳은 약속이었다. 이 결의를 이행하려면 미국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민족공조를 위한 행동에 나서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판문점선언 1주년을 맞는 지금 정부가 지녀야 할 아주 최소한의 자세다.

공동번영과 자주통일의 초심으로 돌아가야

"대한민국 문재인 대통령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평화와 번영, 통일을 염원하는 온 겨레의 한결같은 지향을 담아 한반도에서 역사적인 전환이 일어나고 있는 뜻깊은 시기에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남북정상회담을 진행하였다."
-판문점선언의 첫 문장

판문점선언 정신은 이후 9월 평양공동선언의 부속합의인 9·19 군사분야 합의('역사적인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로 계승된다. "군사적 적대관계 종식을 한반도 전 지역에서의 실질적인 전쟁위험 제거와 근본적인 적대관계 해소로 이어나가기로 하였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에서는 "(남북 간) 실질적 종전선언"이라고 밝혔다. 우리 민족이 앞장서 한반도에서의 모든 전쟁에 마침표를 찍는 감격어린 역사를 일궈낸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정부는 스스로 벅차게 평가했던 역사를 헌신짝처럼 취급하고 있다, 우리 민족은 9·19 합의에서 '남북 군사공동위원회'를 꾸리기로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앞서 살펴봤듯이 선제적으로 민족공동군 구상을 북측에 제안하기에도 바쁜 판국에 한국군이 미국 산하에 있음을 자인하는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국방부는 감시초소(GP), 비무장지대 지뢰제거 합의, 공동경비구역(JSA) 비무장화를 중요성과로 강조한다. 그러면서 북측이 9·19 합의 이행에 성실히 나서고 있지 않다고 토로한다. 합의를 무시하는 미국과의 군사공조를 유지하면서, 약속을 지킬 노력을 강구하지도 않으면서 유난히 못난 생색을 내고 있는 것이다.

자칫하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판문점선언 당시 도보다리에서 허심한 대화를 나누며 쌓은 정상 간 신뢰도 모래성처럼 허물어질 수 있다. "한반도의 주인은 우리"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말이 무색하다. 스스로 평화와 통일을 깨는 주인이 그 어디에 있단 말인가.

오죽하면 남측에 대한 비판을 삼가던 북측 조국통일평화위원회(조평통)가 11개월 만에 수위 높은 작심발언을 내놨다.

"북남관계 개선의 분위기를 살려 나가느냐 마느냐 하는 중대한 시기에 우리를 반대하는 노골적인 배신행위가 북남관계 전반을 돌이킬 수 없는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4월 25일 조평통 대변인의 발언 중에서

문재인 정부는 '민족의 배신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판문점선언에 적시된 대로 답은 처음부터 정해져 있다. "자주통일과" "민족 자주" 정신으로 민족의 편, 겨레의 아군으로 거듭나야 한다. 언제까지 외세인 미국의 입맛에 맞는 꼭두각시 노릇을 하며 총부리를 같은 민족에 겨눌 셈인가. '대미 종속'을 뜻하는 "빛 샐 틈 없는 한미동맹"이 민족의 약속인 판문점선언보다 앞서기라도 한단 말인가.

남측은 사사건건 합의이행에 재갈을 물리는 미국의 눈치를 살피는 데에만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북한의 핵은 안 되고, 북한을 겨눈다고 공표된 미국의 위험천만한 전략무기와 사드는 한반도에 배치해도 된다는 논리가 어떻게 가능한지 의문이다.

1년 전 이맘 때, 김정은 위원장과 손을 높이 치켜든 문재인 대통령은 판문점선언의 늠름한 당사자였다. 그 때 온 민족을 전율케 한 가슴 뜨거운 환희를 배신해서는 안 된다. 이제라도 민족의 공동방위로 발걸음을 옮겨 뚝심 있게 내딛어야 한다. 판문점선언의 이행이란 바로 그런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주권연구소>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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