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천주교 마산교구장인 배기현(콘스탄틴) 주교가 4월 15일 저녁 창원 사파성당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5주기 추모미사"에서 강론하고 있다.
 천주교 마산교구장인 배기현(콘스탄틴) 주교가 4월 15일 저녁 창원 사파성당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5주기 추모미사"에서 강론하고 있다.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천주교 마산교구장인 배기현(콘스탄틴) 주교가 4월 15일 저녁 창원 사파성당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5주기 추모미사"에서 강론하고 있다.
 천주교 마산교구장인 배기현(콘스탄틴) 주교가 4월 15일 저녁 창원 사파성당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5주기 추모미사"에서 강론하고 있다.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어둠이 빛을 이겨본 적이 없다(요한 1.5)."

세월호 참사 5주기를 맞아 4월 15일 저녁 창원 사파성당에 사람들이 모였다. 천주교 마산교구 정의평화위원회가 연 "세월호 참사 5주기 추모미사"였다.

이날 미사는 천주교 마산교구장인 배기현(콘스탄틴) 주교가 주례와 강론을 맡았다. 배 주교는 주례에 앞서 "5년이 지나도 그 참사의 아픔을 표현할 길이 없다"며 "우리들의 미안함을 표현하는 자리다"고 했다.

그러면서 배 주교는 "하느님의 용서와 자비가 우리 속에 깊이 스며들어 이 아픔이 어떤 식으로든 견뎌내고 승화하길 기도하자"고 했다.

강론에서 배기현 주교는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겪은 '유민이 아빠' 김영오씨와 세월호 침몰 당시 20명을 구하고 외상후스트레스장애를 얻은 '의인' 김동수씨에 대한 이야기부터 했다.

"유민이 아빠는 위로 받을 곳이 없다고 한다. 딸을 잃고 슬퍼했던 아버지가 5년이 지난 지금, 자기마저도 주위 사람들을 만난다는 것 자체가 두렵고 무섭다고 한다. 그런데 참사 당시 헬기를 타고 사람들을 구하려다 죽은 소방관을 아버지로 두었던 아들이 자기를 알아보고 '유민이 아빠 아니냐'고 했다고 한다. 사람을 구하려다 죽은 아버지를 잃은 아들과 딸을 잃은 김영호씨가 서로 부둥켜 안았다고 한다. 지금도 서로가 큰 위로가 된다고 한다."
 
"지금 제주도에 사는 김동수씨는 참사 당시 몸에 소방 호스를 감고 아이들을 20명까지 구했다. 그런데 더 구하지 못한 마지막 생명들이 보여서 못 견뎌 하고 있다. 그래서 그는 자해를 계속 하고 있다. 그의 가족도 너무 힘이 든다고 한다. 아이들이 아버지는 잘못이 없다고 해도, 자기가 사람들을 더 구하지 못한 것이 너무 마음 속에 한으로 남아서 견디지 못하고 결국 자해를 한다는 것이다."


배 주교는 "김영오씨와 김동수씨의 모습이 가슴 아프다. 세월호의 거대한 참사가 5년이 지난 지금, 아무 것도 제대로 해결되지 않은 채 이렇게 사회에서 사람이 살 수 없는, 그런 지경에까지 되었다. 딸을 잃은 아버지도, 생명을 구하려 했던 사람마저 정상이 아닌 비참하게 만들고 말았다. 이것이 지금 우리의 모습이다"고 했다.

"나는 오늘 우리가 모여서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생각했으면 한다. 이제 5주기를 맞아, 하느님 앞에 서 있는 인간들이 어떤 모습으로 이 문제에 다가가야 하고, 이 문제에 어떤 모습으로 서 있어야 하는가, 그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본다."

구약성서에 나오는 '뱀에 물린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한 배기현 주교는 "당시 이스라엘 사람들은 뱀에 물렸지만 어디에 물렸는지 몰랐다. '구리뱀'을 만들어 벽에 걸어 놓고서 알았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 도대체 우리가 어디에 물렸는가. 대한민국 백성들은 어디에 물린 것인가. 우리는 어디에 물렸는가를 모른다"고 했다.

"아마도 혹자는 이 자리에서 대상을 분명하게 해서 누구를 좀 비난하고 원망하고 타도하고 그렇게 하고 싶은 마음도 많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한민국 역사 안에서 일어난 기막힌 참사, 세월호 참사는 우리가 모두 돈에 미쳐서 그 쪽으로만 자기 기분과 자기 권력과 자기를 신장시키는, 돈이 되는 쪽으로만 한없이 달리다가 걸린 병이, 물린 자국이 바로 세월호 참사라고 저는 그렇게 생각한다."
  
천주교 마산교구장인 배기현(콘스탄틴) 주교가 4월 15일 저녁 창원 사파성당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5주기 추모미사"에서 주례를 보고 있다.
 천주교 마산교구장인 배기현(콘스탄틴) 주교가 4월 15일 저녁 창원 사파성당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5주기 추모미사"에서 주례를 보고 있다.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천주교 마산교구장인 배기현(콘스탄틴) 주교가 4월 15일 저녁 창원 사파성당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5주기 추모미사"에서 주례를 보고 있다.
 천주교 마산교구장인 배기현(콘스탄틴) 주교가 4월 15일 저녁 창원 사파성당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5주기 추모미사"에서 주례를 보고 있다.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배 주교는 "그것이 우리의 정확한 자국이다. 그것을 우리가 똑바로 볼 수 있으면 좋을 것인데, 똑바로 보지 않으려고 한다. 자기 자신을 똑바로 본다는 것이 얼마나 무섭고 불안한 것인지, 인간은 자기 자신을 안 보려고 얼마나 애를 쓰고 사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이어 "인간은 자신의 본질을 보기보다 얼른 피하고, 다른 데를 보기를 원한다"며 "세월호가 일어나게 한 것은 저와 함께 모두가 오래된 습관들, 자기 중심 주의, 이기주의, 자기 것만 바라는 것에서, 그 모든 것이 벌어진 죄악이고 결과다"고 덧붙였다.

배 주교는 "우리가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한민국 백성들이 그것 때문에 달라진 게 있느냐. 당신들의 죽은 그 넋이 우리를 새롭게 정신 차리게 만들었을 때, 비로소 우리는 고개를 들고 돌아가신 영혼 앞에 말이라도 미안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 주교는 "진리는 더도 덜도 아닌 것이다. 우리의 죄 때문에 정말 느닷없이 죽어간 어린 아이들의 영혼, 다른 사람을 받아들이고 챙기고 용서해 주고 아껴주고 붙들어 주는 그것 때문에, 그 아이들이 우리 속에 다시 살아 있을 수 있도록 정말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배기현 주교는 "정말 진리 앞에 부끄럽지 않게, 진리를 정확하게 바라보면서, 진정성 있게, 죽은 아이들 앞에, 괴로운 가족들 앞에 참으로 마음을 다해서 맹세하고 미안하고 용서를 구하자"고 강조했다.

이날 추모미사에는 박창균 천주교 마산교구 총대리신부를 비롯한 사제단도 함께 했다. 또 김영만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경남본부 상임대표와 허성무 창원시장, 정의당 이정미 대표와 여영국 국회의원 등도 참석했다.
 
천주교 마산교구장인 배기현(콘스탄틴) 주교가 4월 15일 저녁 창원 사파성당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5주기 추모미사"에서 강론하고 있다.
 천주교 마산교구장인 배기현(콘스탄틴) 주교가 4월 15일 저녁 창원 사파성당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5주기 추모미사"에서 강론하고 있다.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천주교 마산교구장인 배기현(콘스탄틴) 주교가 4월 15일 저녁 창원 사파성당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5주기 추모미사"에서 주례를 했다.
 천주교 마산교구장인 배기현(콘스탄틴) 주교가 4월 15일 저녁 창원 사파성당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5주기 추모미사"에서 주례를 했다.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창원 사파성당에서는 4월 15일 저녁 "세월호 참사 5주기 추모미사"가 열렸다.
 창원 사파성당에서는 4월 15일 저녁 "세월호 참사 5주기 추모미사"가 열렸다.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허성무 창원시장이 4월 15일 저녁 사파성당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5주기 추모미사"에 참석하면서 세월호 배지를 달고 있다.
 허성무 창원시장이 4월 15일 저녁 사파성당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5주기 추모미사"에 참석하면서 세월호 배지를 달고 있다.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4월 15일 저녁 창원 사파성당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5주기 추모미사"에 정의당 이정미 대표, 여영국 국회의원, 노창섭 창원시의원 등이 참석했다.
 4월 15일 저녁 창원 사파성당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5주기 추모미사"에 정의당 이정미 대표, 여영국 국회의원, 노창섭 창원시의원 등이 참석했다.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태그:#세월호, #천주교 마산교구, #배기현 주교, #사파성당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