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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또 MRI를 찍었다. 몇 달 전에 MRI 영상에서 이상 소견이 나와서 추적 관찰을 해야 하니 병원에서는 계속 찍으라고 한다. 벌써 몇 번째인가? C병원에서 1번, S대에서 2번, SB 병원에서 1번. 정말 힘든 과정이다.

아침에 눈을 뜬 후 오늘 있을 검사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하얗고 좁다란 통에 들어가서 옴짝달짝도 못한 채  40분 가량을 있어야 한다. 이런 생각을 하니 갑자기 숨이 턱턱 막히고 입술이 바짝바짝 마른다 .

이른 아침을 대충 준비해서 먹고 병원을 향했다. 지난번 검진은 그나마 검진센터에서 한 거라 그럭저럭 검사를 받을 만했다. 우선 답답함을 못 참는 내 요청에 따라 검사 시 귀마개를 이어폰만 하고 헤드폰은 안하도록 해주었다. 또 검사 도중에는 혹시 모를 긴장감을 낮추기 위해서인지 간간히 피아노 음악 소리도 들을 수 있어서 비교적 편안한 분위기에서 검사를 받았다 .

그런데 이번에는 병원 내 암센터에서 검사를 받았다. 검진하는 장소가 병원 내에 있고, 여기로 검사받으러 올 때는 가벼운 증상보단 중한 병인 경우가 많아서인지 좀더 엄격한(?) 분위기였다. 검진 시에는 움직임이 없어야 한다는 병원 직원의 말과 함께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이어폰과 헤드폰도 모두 다 꽉 끼고 검사를 받아야 했다.

한마디로 답답도 하고 삭막도 하였다. 더군다나 이번 검사는 조영제까지 넣고 또 찍어야 해서 검진 시간이 평소보다 더 오래 걸렸다. 검사하는 동안 내내 힘들었는지 나도 모르게 오른쪽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이렇게 어렵게 검사를 마치고 나니, 어지럽고 뒷목까지 뻐근한 것 같고 마치 몸에 암세포가 있는 것처럼 마음 또한 우울해졌다. 날씨마저 이런 내 마음을 더욱 어둡게 만드는 듯 갑자기 폭우와 바람까지 세게 불고 있었다.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와서 보니 다시 내 삶의(전쟁?) 터로 돌아 온 것 같았다. 첫 번째로 눈에 들어온 것은 씽크대에 쌓인 아침 설거지 그릇이 그대로 있는 광경이었다. 게다가 시간 상 점심 때가 한참 지나 식구들 식사도 준비해야 할 시간이었다. 내 몸은 이미 지치고 힘들었지만, 이런 나를 돌보고 쉴 상황이 아니어었다.

집에 있던 두 아이들은 잠깐 "엄마, 검사 잘했어요?"라고 물어본 뒤,  금방 별일 없다는 듯이 바로 자기들의 얘기로 화제를 돌린다. 평소 같으면 아이들의 얘기 소리에 힘을 얻고 동참도 했겠지만, 지금 당장은 내 몸이 너무 지치고 아이들 또한 나를 크게 생각하지 않는 것같아 야속하기까지 했다.

갑자기 80세를 바라보고 계신 나의 어머니가 그리워진다. 만일 우리 엄마가 내가 병원에서 검사를 받았다고 하면 어떻게 하셨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병원에 다녀왔다는 사실만 가지고도, 충분히 걱정어린 눈빛으로 어서 쉬라고 하셨을 텐데... 또 따뜻한 밥상도 차려주시고 밥을 먹는 내내 병원에서는 별 일없었냐면서 끊임없이 물어보고 또 물어보면서 나를 살피실 텐데...

이번 주말에는 나도 어머니한테 가봐야 겠다. 비록 50살, 반백 수의 딸이지만, 우리 어머니한테는 나도 하염없이 보살핌을 받는 어린 딸이다. 어머니한테 가서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고, 하면서 손수 지어주신 따뜻한 밥도 먹고, 서러운 마음도 달래봐야겠다.

그래, 애들아. 이 엄마도 나의 어머니의 소중한 딸이란다.

태그:#나의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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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중년의 잔잔한 감동이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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