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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추모행렬 속 민갑룡 경찰청장 민갑룡 경찰청장이 3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71주년 제주4·3 추념식 ‘4370+1 봄이왐수다’ 행사에 참석해 사과의 뜻을 전했다. 경찰총수가 4·3 추모 행사에 참석해 사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민 청장 앞으로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시민들의 헌화 행렬이 줄지어 있다. ⓒ 남소연

 
민갑룡 경찰청장이 3일 서울 광화문광장에 마련된 제주4·3 71주년 추념식 현장을 찾아 "무고하게 희생된 모든 분들의 영전에 머리 숙여 애도의 뜻을 표한다"면서 공식 사과했다. 대한민국 경찰 수장이 제주4·3 관련된 행사에 참석해 유감을 표명한 것은 헌정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민 청장은 이날 본 행사에 앞서 기록한 방명록에 "4.3 당시 무고하게 희생된 모든 분들의 영전에 머리 숙여 애도의 뜻을 표하며 명복을 빈다. 이를 위해 경찰도 동참하여 지난 역사를 더욱 깊이 성찰하고 국민을 위한 민주·인권·민생 경찰이 되겠다"라고 밝혔다.

앞서 노재천 국방부 부대변인도 이날 오전 국방부 브리핑실에서 "제주4·3특별법의 정신을 존중하며 진압 과정에서 제주도민들이 희생된 것에 대해 깊은 유감과 애도를 표한다"라고 밝혔다. (관련기사 : 국방부, 제주4·3사건 첫 입장 표명... "깊은 유감과 애도")
 
4·3 추념식 참석한 민갑룡 경찰청장... 경찰총수 첫 '사과' 민갑룡 경찰청장이 3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주 4·3 추념식에 참석해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경찰총수가 4.3 추념 행사에 참석한 것은 민 청장이 처음이다. 민 청장은 이 자리에서 "지난 역사를 깊이 성찰하겠다"고 밝혔다. ⓒ 공동취재사진
 
민갑룡 경찰청장이 작성한 방명록 민갑룡 경찰청장이 3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주 4·3 추념식에 참석해 방명록을 남겼다. 경찰총수가 4.3 추념 행사에 참석한 것은 민 청장이 처음이다. 민 청장은 이 자리에서 "지난 역사를 깊이 성찰하겠다"고 밝혔다. ⓒ 공동취재사진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이 제주4.3 70주년 행사에서 "국가폭력으로 말미암은 그 모든 고통과 노력에 대해 대통령으로서 다시 한 번 깊이 사과드리고 또한 깊이 감사드립니다"라고 밝힌 데 이어 제주4.3 당시 가해 역할을 한 군대와 경찰이 직접 나서 공식 사과를 한 것이다.
  
"봄은 왔는데 눈물이 마르지 않는다"
 
동백꽃 헌화한 박원순 시장 박원순 서울시장이 3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71주년 제주4·3 추념식 ‘4370+1 봄이왐수다’ 행사에 참석해, 동백꽃을 헌화하고 있다. ⓒ 남소연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주4.3 추념식에는 민갑룡 경찰청장을 비롯해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용선 청와대 시민사회수석도 참석해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특히 이날은 지난해 70주년 행사에서 정부가 '제주4.3은 대한민국의 역사'라고 선언한 뒤, 다시 한 번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공식행사라 제주4.3 희생자 및 유가족뿐 아니라 일반 시민의 참여도 눈에 띄었다.
 
재경 제주 4‧3희생자유족청년회를 대표해 나온 이진순씨가 '아버지께 드리는 글'을 읽자 추념식장 곳곳에서 유가족을 비롯해 시민들이 손수건을 꺼내 들고 눈물을 닦았다.
 
'아버지에게 부치는 편지' 낭독한 딸... 서울서 열린 제주4·3 추념식 3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71주년 제주4·3 추념식 ‘4370+1 봄이왐수다’ 행사에서 유가족 이진순씨가 '아버지에게 부치는 편지'를 낭독하고 있다. 뒤로 희생자들의 명단이 일부 보인다. ⓒ 남소연
 
4·3 추념식 참석한 민갑룡 경찰청장... 경찰총수 첫 '사과' 민갑룡 경찰청장이 3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71주년 제주4·3 추념식 ‘4370+1 봄이왐수다’ 행사에 참석해, 유가족 이진순씨가 낭독한 '아버지에게 부치는 편지'를 듣고 있다. 민 청장은 경찰총수로는 처음으로 이날 4·3 추모 행사에 참석해 사과의 뜻을 전했다. ⓒ 남소연

할아버지가 제주4.3 당시 돌아가셨다는 이씨는 "어렸을 때 할머니와 얼굴만 마주치면 큰소리 내는 아버지가 너무 싫고 무서웠다. 그때마다 아버지를 이해할 수 없었다"라면서 "아버지, 너무 늦게 아버지를 이해해서 많이 죄송하다. 제가 연좌제에 걸려 취직이 안될까봐 염려하던 아버지가 자꾸만 생각난다. 이렇게 아픈 가족사는 더이상 되풀이하고 싶지 않다"라고 눈물로 호소했다.
 
그러면서 이씨는 "아버지를 부르면 눈물이 고이고 그리움이 사무쳐 눈물이 하염없이 흐른다"라면서 "할아버지가 어떤 이유로 29살에 아내와 아이들을 두고 저세상에 가게 되었는지 역사의 기록으로 남게 하고 싶다"라고 밝혔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미리 준비한 추념사를 읽으며 "봄은 왔는데 아직도 눈물이 마르지 않는다"라면서 "이념이란 이름으로 자행된 국가의 폭력 앞에 수많은 뭇별(많은 별)처럼 스러져간 제주 인구 10분의 1이나 되는 3만여 명을 기억한다. 학살은 깊은 흉터를 남겼고, 오직 살아남기 위해 부모, 형제, 자식의 이름조차 기억에서 지워야 했던 시대의 아픔을 우리는 대물림 해왔다. 제주만의 상처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시장은 이어 "제주4.3은 제주만의 상처가 아니다"라면서 "우리는 이념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된 국가폭력을 기억한다"라고 덧붙였다.
 
제주4·3 추념식에 놓여진 문 대통령 조화 3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71주년 제주4·3 추념식 ‘4370+1 봄이왐수다’ 식장에 문재인 대통령이 보낸 조화가 놓여 있다. ⓒ 남소연
 
4·3 희생자 유가족 만난 민갑룡 경찰청장 제주4·3 제71주년을 맞아 3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4370+1 봄이 왐수다' 추념식에 참석한 민갑룡 경찰청장이 유가족을 만나 인사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추념사에 이어 4.3 희생자 가족들과 추모객들의 헌화가 이어졌다. 추념식장 곳곳에서 눈물을 훔치던 희생자 유족들과 시민들은 광화문 광장에 마련된 제단에 흰 국화꽃 한 송이씩를 올려놓고 묵념했다.

한편 제주4.3 범국민위원회 관계자는 "오후 5시에 (방미 중인 정경두 국방부 장관을 대신해) 국방부 차관이 이곳을 찾을 것이라고 전해왔다"라면서 "3일부터 앞으로 5일간 광화문광장에서는 '4370+1, 봄이 왐수다(옵니다)'라는 주제로 4·3평화인권주간 행사가 열린다"라고 덧붙였다. '4370+1'은 제주 4.3 70주년 더하기 1년을 뜻한다.  

제주4.3은 제주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에 "1947년 3월 1일을 기점으로 하여 1948년 4월 3일 발생한 소요사태 및 1954년 9월 21일까지 발생한 무력충돌과 진압과정에서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으로 미군정기에 발생하여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에 이르기까지 7년여에 걸쳐 지속된, 한국현대사에서 한국전쟁 다음으로 인명 피해가 극심했던 비극적인 사건"이라고 기록돼 있다.
 
이 기간에 적게는 1만 4000여 명, 많게는 3만여 명이 희생된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군대와 경찰은 한라산으로 올라간 무장대를 토벌하려고 중산간 마을에 있던 사람들을 해안가 마을로 강제로 이주시키고, 산간 마을 초토화 작전을 펼쳤다. 소개령(이주명령)을 접하지 못한 상당수 중산간 마을 사람들은 갑자기 들이닥친 군‧경에게 붙잡혀가거나 죽임을 당했다.
태그:#제주4.3, #문재인, #박원순, #아버지,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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