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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내 성폭력을 비롯한 수없이 많은 인권 침해 사건들이 드러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학생들이 몰라서 신고를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하지 않는 것이다. 신고를 해봤자 자기 편은 없을 것이라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 안 성폭력 고발 운동인 '스쿨미투'를 벌였던 청소년활동가가 한 말이다. 이 활동가는 올해 2월 경남에 있는 한 여자고등학교를 졸업했다.

28일 오후 경남도의회 대강당에서 "#미투운동 그 이후 경남을 말한다"라는 제목의 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는 경남여성단체연합(회장 김윤자)이 3·8 세계여성의날을 기념해 마련했다. 

청소년활동가는 "교육이라는 핑계로, 교육자라는 허울뿐인 포장으로, 그 어떠한 일도 기꺼이 용인되는 곳, 학교는 그야말로 성폭력의 온상"이라며 "성차별 발언은 말할 것도 없다. 복도를 걸어가다가 백허그를 하고, 허리를 감싸고 팔에 뽀뽀를 하는 성추행을 일삼는 교사의 존재는 학교에서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 창원에서 열린 '3·8 여성대회' 때 '스쿨미투' 발언을 했다. 그는 "10년이 넘도록 내가 살았던 학교가 얼마나 성폭력에 물든 공간인지 고발했다"고 했다. 발언 내용은 언론에 보도되었고, 그 날 저녁 교감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그는 교감이 "니가 그런 활동을 하는 걸 알아서 묻는데, 니 얼마 전에 여성대회 갔었나? 혹시 그 때 '스쿨미투'한 학생이 누군지 아느냐"고 물었고, 이에 그는 "고민없이" 자신이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그 뒤 교무실로 불려가 부장교사 등에게 "상황이 심각해 졌다"는 꾸짖음을 들었다. "죄송하다"는 학생에게 한 교사는 "지금 학교 이야기는 안했제?"라고 묻기도 했다. 

"중학교 때 성추행한 교사의 이름을 알려달라"는 교감의 요청에 활동가는 실명을 알려주었다. 그 뒤 교육청은 그가 다닌 중학교에 대한 전수조사를 벌였다.

이 활동가는 " 그 교사가 나를 찾아올까봐 늘 두려움에 떨었다. 그 교사에서 쫓기는 꿈을 수도 없이 꾸었다"며 "스쿨미투 이후. 여전히, 아니 더욱, 고통스러운 삶을 살고 있다"고 했다.

그는 "학내 성폭력, 체벌을 고발하면 학교는 누가 시작을 했는지, 누가 문제제기를 한 학생인지 귀신같이 알아내서 까발렸고, 교사들은 학생들 사이에 고발한 학생에 대한 악소문을 내고, 괴롭힘과 따돌림을 당하는 상황도 많았다"며 "솔직히 말해 학생들에게 신고하라고, 고발하라고 말하기도 너무 좌절이 되고 슬프다"고 했다.

그는 "문제는 신고할 창구가 없기 때문이 아니다. 인권침해에 관한 실질적인 구제책 하나 없고, 우리 목소리를 손쉽게 찍어 눌러버릴 수 있는 현실에 있는 것"이라며 "교육청은 신고창구 하나 개설하는 걸로 손쉽게 끝내려 해서는 안 된다. 학생들에게 '자유롭게 고발하라'고 말하고 그것을 대책으로 내놓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아직도 미투운동은 진생 중이다"
  
경남여성단체연합은 3월 28일 오후 경남도의회 대강당에서 "3.8 세계여성의날 기념 토론회, #미투운동 그 이후 경남을 말한다"는 제목으로 토론회를 열었고, 김영순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가 발제하고 있다.
 경남여성단체연합은 3월 28일 오후 경남도의회 대강당에서 "3.8 세계여성의날 기념 토론회, #미투운동 그 이후 경남을 말한다"는 제목으로 토론회를 열었고, 김영순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가 발제하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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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순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는 "#미투운동 1년, 한국사회 변화는?"이란 제목으로 발제했다. 김 대표는 "2018년 우리 사회는 미투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며 "해외에 나가면 많은 사람들이 한국사회의 미투운동에 대해 궁금해 하며 물어보기도 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일어난 여러 사례는 든 김 대표는 "아직도 미투운동은 진생 중이다. 체육계 미투가 있고, 10년 전 장자연 사건 재조사, 7년 전 김학의 사건 재조사, 그리고 버닝썬 사건 등이다"고 했다.

"미투는 젠더혁명이다"고 한 그는 "경제, 정치, 사회 각 분야에서 젠더 불평등을 고착시키는 권력관계에 대항하여 사회 구조의 근본적 변혁을 요구하는 젠더정의 실현"이라고 했다.

양지혜 청소년페미니즘모임 활동가는 "스쿨미투, 어떤 변화를 요구하고 있는가"에 대해 발제했다. 양 활동가는 "스쿨미투 고발은 교사들의 인생을 망치기 위해서가 아니라 성평등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서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적극적인 수사가 필요하다는 것. 그는 "전수조사를 통해 가해교사의 가해 사실이 제보되었다면, 그 이후에는 피해자에 피해를 말해보라고 추궁하는 것이 아니라, 가해교사에게 혐의를 추공해야 한다. 수사기관이 선제적인 피해자 보호조치와 가해자에 대한 엄밀한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했다.

손명숙 변호사는 "미투운동 이후 법제정과 개정"에 대해 말하면서 '형법 비동의간음죄 신설 문제',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 폐지', '성희롱·성차별 제재 강화하는 법안', '성폭력 신고자를 공익신고자로 보호하는 법안', '디지털 성범죄 처벌 강화' 등의 현안이 있다고 했다.

김상희 김해#미투운동본부 공동대표는 지난해 김해에서 벌어졌던 미투 관련 사건에 대해 설명했다. 지난해 김해에서는 여성경찰관이 경찰서 정문 앞에서 "성범죄, 갑질 없는 직장에서 일하고 싶다"며 1인시위를 벌였고, 극단 대표가 과거 청소년 단원을 성폭력했던 사건이 터졌다.

태그:#미투, #경남여성단체연합, #스쿨미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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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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