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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119특수구조단 소속 여의도수난구조대에서 근무하고 있는 이건태 소방관이 훈련에 참여하고 있다.
 서울시 119특수구조단 소속 여의도수난구조대에서 근무하고 있는 이건태 소방관이 훈련에 참여하고 있다.
ⓒ 이건태 (본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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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30대의 젊은 남자가 한강대교에서 몸을 던졌다. 그는 무슨 사연이 있어 깊고 차가운 곳으로 자신의 몸을 던졌을까.

곧바로 출동한 여의도 수난구조 대원들이 어려운 구조작업을 벌인 끝에 생명의 끈을 놓으려는 그를 살려낸다. 정신을 차린 남자는 구급차에 옮겨 타면서 "나는 절대 살아나면 안 돼요"라며 통곡했다.

소방관은 "그래도 오늘은 살아야 합니다"라는 말 외에 달리해 줄 말이 없었다. 매 근무마다 두세 건의 투신사건이 있다 보니 어느 한 사람의 슬픔에만 머물러 있을 수는 없다.

'마음이 무뎌진 것인지, 단단해진 것인지 모르겠다'는 10년차 이건태 소방관은 소신과 철학이 분명한 '천생 소방관'이다.

14일 그를 만나 현장 전문가가 되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한강에 투신한 사람을 구하기 위해 이건태 소방관과 동료들이 함께 출동하고 있다.
 한강에 투신한 사람을 구하기 위해 이건태 소방관과 동료들이 함께 출동하고 있다.
ⓒ 이건태 (본인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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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나서 반갑다. 맨 처음 소방관이 된 해는?
"2009년도에 구조 대원 특채로 입사했다."

- 소방관이 된 계기는 무엇인가?
"집안이 넉넉지 않아 직업군인을 선택했다. 4년 6개월을 복무했다. 당시 많은 동료들이 전역하고 경찰특공대나 구조 대원으로 가기 위해 준비를 했는데 경찰특공대의 경우 사격에서 거의 만점을 받아야 합격할 수 있었다. 그런데 내가 사격을 잘못해서 구조 대원으로 지원을 하게 되었다(웃음)."

- 소방관이 되기 전 어떤 분야에서 종사했나?
"군대를 제대한 후 한동안 홍대에 있는 클럽들의 안전을 담당하는 경호업체에서 직원들을 관리하며 근무한 적이 있다."

- 현재 맡은 직무는?
"서울시 119특수구조단 소속 여의도 수난구조대에서 구조 대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주 임무는 한강에서 발생하는 모든 사고에 출동하고 수상 및 수중 사고에 관련된 구조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보통 하루 출동건수는?
"3교대를 기준으로 한 팀당 평균 2건 정도 되는 것 같다."  

- 현재까지 구조한 사람의 숫자를 헤아려 본 적이 있는가?
"소방관들이 자주 받는 질문 중 하나다. 하지만 대부분의 소방관이 그렇듯이 몇 명을 살렸는지 또 몇 명을 구조했는지 기억하기보다는 오히려 살리지 못했던 사람들이 더 오래 기억에 남는 것 같다."

- 누군가의 생명을 구해준 이후 감사 연락을 받았던 적이 있나?
"현장 활동은 개인이 아닌 '한 팀'으로 움직인다. 그래서 모든 일이 나 혼자만의 노력으로는 가능하지 않다.

간혹 감사의 인사를 전해오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면 '소중한 딸을 살려줘서 고맙다'거나 혹은 '우리 아들이 찬물에 너무 오래 있지 않도록 빨리 찾아줘서 고맙다'라는 내용이다. 대부분은 구조된 자들의 부모님들께서 연락을 해오신다. 직접 만나지는 못했지만 본인이 직접 찾아온 경우도 있었다고 들었다.

수난구조 대원들은 자신의 목숨을 끊으려 할 정도로 매우 큰 고민이나 어려움이 있는 사람들을 상대한다. 일반 사고와 다른 면이 있다. 수난구조 대원들은 어찌 보면 그들의 무모한 계획이 실행되지 못하도록 막아내는 '마지막 저지선'이라고 생각한다. '제발 이 지옥에서 떠나게 해 달라'라고 울부짖는 이들을 보면, 그럴 때마다 '지금 내가 잘하고 있는 것인가?'라고 스스로 질문하게 된다.

그래서 나에게 한강은 인생의 '희로애락'이 담긴 곳이다. 물 밖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사람도 있고, 차가운 물속에서 스스로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도 있다. 또 그것을 막기 위해 사투를 벌여야 하는 우리 같은 구조 대원들이 함께 살아가는 복잡한 공간이다."

- 지난해 수난구조보트가 전복돼 2명의 소방관을 잃은 일이 있다. 그때의 심경은?
"동료를 잃는다는 건 매우 슬픈 일이다. 우리 업무의 특성상 죽음은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다. 다만 살아 돌아오는 것에 익숙해진 것뿐이다. 반드시 살아서 복귀해야 하는 마지막 임무가 매번 출동 소리에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우리는 이 흔한 생사의 갈림길에 무뎌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 가족들은 소방관이란 직업에 대해 걱정하지는 않는지?
"두 가지 생각을 가질 수 있다. 돈을 버는 평범한 가장의 모습으로만 본다면 '공무원'이라는 괜찮은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 볼 수 있다.

또 하나는 '소방관'이라는 모습이다. 알다시피 소방관은 모든 곳에 출동한다. 특징은 거의 대부분이 좋지 않은 곳에 출동한다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좋지 않은 일이 벌어진 곳에만 출동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소방관 가족들이 내 자식에게, 남편에게, 형제에게 부디 아무 일 없기만을 바라고 있다."
 
이건태 소방관이 동료들과 함께 스쿠버다이빙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이건태 소방관이 동료들과 함께 스쿠버다이빙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 이건태 (본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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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장에서 겪는 애로사항이 있다면?
"수난구조를 할 때 두려움을 자주 느낀다. 물속에 들어가면 앞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수심계도, 나침반도 보이지 않는다. 구조를 위해 내린 로프 하나에 의지해 가라앉은 사람을 수색하는 일은 쉽지 않다. 갑자기 사체가 떠올라서 놀라는 경우도 있다.

현장에서 내가 가진 능력을 100% 활용하기를 희망하지만, 복잡한 사고 현장은 여러 가지 이유와 제약으로 그런 희망들을 좌절케 한다. 애로사항이라면 애로사항이다. 이런 점을 극복하기 위해 시간이 날 때마다 국내·외 소방대원들의 현장 활동 영상을 많이 찾아본다. 선배님들이 해주신 조언들을 곱씹어 보기도 한다."

- 어떤 말씀을 해줬나?
"'현장 활동은 실력이 아니라 사람을 살리려는 의지에 달려있다'라는 말씀을 해주셨다. 힘들고 어려울 때마다 이 말을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고 있다."

- 본인을 색깔로 표현한다면 어떤 색깔로 정의할 수 있는가?
"회색이다. 다른 사람의 눈에 띄지 않으면서 조용히 일을 하는 편이다. 아마도 회색이 지금의 나를 제일 잘 표현하는 색이 아닐까 생각한다."

- 소방관이란 단어를 본인의 말로 정의한다면?
"소방관은 단순히 불만 끄는 사람이 아니다. 자신의 일에 대해 뜨거운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다. 또한 소방관은 영웅이 아니다. 어쩌면 우리 시대의 진짜 영웅은 전쟁 같은 사회생활 속에서도 꿋꿋이 자기 일을 열심히 해나가는 학생, 사회 초년생, 부모들이 아닐까 생각한다."

- 현장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한 정책적 변화가 필요하다면 어떤 분야가 개선되어야 한다고 보는가?
"우리는 이미 세월호 사고에서 교훈을 얻었다. 효율적인 지휘체계와 현장활동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개선되어야 한다. 현재 이런 부분들에 대한 개선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노력하는 선·후배와 동료들의 노력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자리를 빌려 그분들께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 원활한 소방 활동을 위해 국가의 지원이 필요하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들이 지원되어야 한다고 보는가?
"이미 수면 위로 올라와 있는 문제는 소방력 보강, 당비비와 같은 근무체계의 변화, 장비 보급,복지 등이 있다. 현장에서 전문성을 가지고 명예롭게 근무할 수 있도록 좋은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다.

추가로 시민들에게 한 가지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 소방관은 결코 무적이 아니다. 소방관들도 재난현장에서 두려움과 무서움을 느끼고 또 힘들 때는 쉬고 싶은 평범한 시민의 한 사람으로 봐 주셨으면 좋겠다."

- 대한민국의 모든 소방인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는가?
"특별한 말은 없다. 다만 내가 믿고 따라갈 수 있는 선배와 후배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그들의 열정을 보고 배웠고 그 희생을 보고 가슴 아파했으며 또 그 능력을 보고 감탄한 적도 많았다.

그들과 함께였기 때문에 이 모든 일들이 현실이 되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물러서지 않는, 마음속에 뜨거움을 간직한 동료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태그:#이건 소방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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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출생. Columbia Southern Univ. 산업안전보건학 석사. 주한 미 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소방칼럼니스트. <미국소방 연구보고서>, <이건의 재미있는 미국소방이야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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