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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2월 26일 '조선일보'에 실린 김대중 칼럼 '100년 대 5년'.
 2019년 2월 26일 "조선일보"에 실린 김대중 칼럼 "100년 대 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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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의 2월 26일 자에 실린 칼럼 하나를 읽었다. 제목은 '100년 對(대) 5년'. 작성자는 김대중 고문이다. 그 칼럼을 통해 2020년 4월 총선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새삼 깨닫게 됐다. 

김대중씨는 2020년 4월 총선을 '정권을 건 싸움'이라고 표현했지만, 나는 정권 너머 '국가의 미래가 걸린 중요한 싸움'이라는 생각이다. 내년 총선에서 여당이 승리한다면 문재인 대통령은 남은 임기를 잘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고, 현재 추진 중인 남북과의 관계도 큰 진전이 있을 것이다. 또한 이전 정권의 적폐도 상당 부분 개선될 것이다. 

그러나 만일 현재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승리한다면, 지난 3년간 한국당이 보여줬던 발목잡기식 정쟁이 더욱 더 심화할 것이고, 이 나라는 극심한 혼란의 상태로 접어들게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어느 정당에서 정권을 잡는가의 문제보다도 더 중요한 국가의 명운이 달린 총선이 될 것이다.

한국당 전당대회만 끝나면...? 
 
27일 자유한국당 차기 지도부를 뽑는 자유한국당 제3차 전당대회가 열린 경기도 고양 킨텍스 제1전시관에서 당대표에 출마한 김진태(왼쪽부터), 오세훈, 황교안 후보가 손을 맞잡고 인사하고 있다.
▲ 한국당 당권 레이스, 최종 승자는? 27일 자유한국당 차기 지도부를 뽑는 자유한국당 제3차 전당대회가 열린 경기도 고양 킨텍스 제1전시관에서 당대표에 출마한 김진태(왼쪽부터), 오세훈, 황교안 후보가 손을 맞잡고 인사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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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씨는 2월 27일 한국당 전당대회를 '탄핵 쇼크로 3년여 혼수상태에 빠졌던 당(黨)을 되살리는 재생의 시작'이라고 봤다. 그 재생의 시작을 '문재인 정권의 독주, 독선, 오만, 좌편향 정치와 맞서는 정규 체제로의 복귀'라고 표현했다. 마치 27일 한국당 전당대회만 끝나면, 당 대표가 누가 돼도 한국당이 주축이 돼 새로운 나라를 만들어갈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당 대표·최고위원에 출마한 인물들과 그들이 주장하는 바를 보면, 역사의 구태로 회귀하는 모습이 보인다. 아주 적나라하게.

5.18 민주화운동을 왜곡하고, 권력을 남용하던 적폐세력을 옹호할 뿐 아니라 가짜뉴스에 편승해 왜곡된 역사인식으로 반공이데올로기를 주창하는 태극기부대를 끌어안고 표몰이를 하는 정당에 희망이 있을까. 그리고 그들은 국가의 운영을 맡겨도 좋을 만큼 건강한 정당일까.

김대중씨는 칼럼을 통해서 문재인 정부의 모든 정책을 싸잡아 '새해 벽두부터 총선 체제에 들어갔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한국당은 어떤가. 촛불혁명 때 잠시 주춤했을 뿐, 이후 자신들이 정권을 잡았을 당시 적폐를 부정할 뿐 아니라, 역사적인 진실까지도 왜곡했다. 끊임없이 국론을 분열시키면서 다시 한 번 더 정권을 잡아보겠다는 의지만 내뿜었다.

그들의 보이콧으로 국회가 멈췄다. 선거제도 개혁도 멈췄고, 국회에 발이 묶여 있는 민생법안들도 멈췄다. 나라의 미래에 대한 걱정은 보이지 않았다.

'한국당 잘 버텨냈다'는 평가의 속내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26일 오전 국회에서 원내대책회의를 열고 공개발언을 하고 있다. 나 원내대표가 앉은 자리에는 '블랙리스트 조국 사퇴하라'라고 새긴 피켓을 앞세웠다.
▲ "조국 사퇴" 피켓 앞세운 나경원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26일 오전 국회에서 원내대책회의를 열고 공개발언을 하고 있다. 나 원내대표가 앉은 자리에는 "블랙리스트 조국 사퇴하라"라고 새긴 피켓을 앞세웠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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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씨는 이해찬 민주당 대표의 '100년 집권' 발언이 '섬뜩할 정도로 무섭다'고 한다. 하지만 '5년', 그것도 2월 27일 전당대회가 끝나고 나면 남은 임기 동안 대통령을 식물 대통령으로 만들어 버리라고 주문하는 듯한 그의 칼럼은 더욱 섬뜩하고 무섭다.

그는 한국당이 지난 3년간의 험한 세월을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살아 있는 것은 참으로 평가할 만한 일이라고 언급했다. 자신들이 만든 대통령이 직무를 제대로 하지 못해 탄핵 당하는 수모까지 겪은 정당이 지금까지 남았다는 것, 그리고 국민으로부터 탄핵 당한 대통령을 끝까지 지켜주고자 하는 신문이 남아 있다는 것, 그것이야 말로 '참으로 평가할 만한 일'이라고 할 수 있겠다.

칼럼은 그 평가가 부정적인 건지 긍정적인 건지 밝히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용케도 한국당은 잘 버텨냈다'고 평가하는 것으로 보아 한국당을 응원하는 의미로 봐도 무방하다. 이렇게 보는 이유는 명징하다. 김대중씨는 한국당에게 '이 나라를 바로 세우라'고 요구하니 말이다.

그런데, 지난 3년간 한국당의 행태를 복기해 보면 그들이 남긴 것은 희망보다는 국민적 실망 그리고 분노였다. 작금 한국당이나 극우보수세력의 모습을 보면 국민의 정치 수준을 너무 낮게 보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반공이데올로기가 통하던 그 시절 그 수법들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여기며 행동하는 걸 보니 안타까울 뿐이다. 이런 사고방식은 통일의 시대, 평화의 시대의 장애물일 뿐이다. 지혜로운 국민은 이런 편협한 사고방식을 절대로 좌시하지 않는다.

김대중 고문, 걱정마시라... 판단은 국민이 한다

김대중씨에게 문재인 정부는 '좌파정권'이고, 민주당은 '성공한 좌파'다. 그의 논리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를 지지하는 이들은 모두 좌파다. 이런 편가르기가 이 나라를 바로세울 수 있을까. 아니다.

칼럼을 통해 김대중씨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는, 민주당이 100년 집권을 꿈꾸지만 이번 한국당 전당대회를 통해 심기일전해 5년 만에 끝내고 당시 정권을 잡으라는 것이리라.

하지만, 많은 국민들이 한국당 전당대회에 큰 관심을 기울일까. 되레 1년 뒤 총선을 기다리고 있다. 국회의원들이 잘해서가 아니다. 견디고 버티기 때문이 아니다. 민주주의의 원칙에 따라 그들을 감시하고 평가하기 위함이다. 국민은 민심과 괴리된 정당·정치인이 있다면, 역사인식이나 정치철학이 없다면, 심판하고 표로 퇴출한다.

제 역할을 못하는 정치인들은 오히려 민주주의에 감사해야 할지 모른다. '표현의 자유'를 누리고 있는 것이니.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다음 날인 2016년 12월 10일 오후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박근혜정권 끝장내는 날'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박근혜 즉각퇴진'을 외치고 있다.
▲ 탄핵 가결 후에도 꺼지지 않은 "촛불의 바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다음 날인 2016년 12월 10일 오후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박근혜정권 끝장내는 날"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박근혜 즉각퇴진"을 외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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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6일 <조선일보>는 그간의 행적과 논조를 놓고 보면 그리 놀랄 지면 구성은 아니었다. 김대중씨 역시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그의 칼럼을 읽고 반박하는 글을 쓰는 데는 이유가 있다. 

지금 한반도는 평화의 시대로 가는 길목에 서 있다. 이제 그가 사적이며, 편향적인 시각을 버리고 나라와 국민을 보고 칼럼을 쓰면 좋지 않을까 하는 마음 때문이다. 언제까지 구태의연한 방식으로 나라를 갈라놓으려고 하는가.

정당의 목적은 당연히 정권 창출이다. 민주당이 100년 집권을 원하다고 되는 게 아니다. 한국당이 5년 기한으로 이 정권을 끝내겠다고 해도 실현되는 게 아니다. 정당은 자신들의 정책으로 정치적 염원을 구현할 뿐이다. 딱 거기까지만 하면 된다.

판단은 국민이 한다. 정당 대표가 집권 계획을 말한 것에 섬뜩하고 무서워하지 마시라. 지혜로운 국민이 대다수니 걱정마시고, 마음 편하게 가지시라.

태그:#김대중칼럼,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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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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