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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 곡성은 고용위기를 겪는 여러 지방도시 가운데 대기업에 대한 지역 경제 의존도가 매우 높다. 민간연구단체인 랩2050은 최근 곡성을 전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고용위기가 가장 취약한 곳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금호타이어가 중국 기업에 매각된 후, 곡성 공장은 가동률이 크게 떨어졌고 고용불안과 지역경제 공동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오마이뉴스>는 곡성을 통해 한국 제조업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진단하고 지역경제가 살아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 본다.[편집자말]
 
 곡성 금호타이어 공장은 중국 기업 매각 이후 공장 가동률이 낮아지면서 고용불안과 지역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곡성 금호타이어 공장은 중국 기업 매각 이후 공장 가동률이 낮아지면서 고용불안과 지역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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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마지막 날 곡성에는 눈발이 휘날렸다. 올 겨울 내내 서울에선 보기 힘든 눈이었다. 기자가 곡성으로 향한 이유는 금호타이어 공장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는 직원들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이날 오후 곡성공장 인근에서 만난 이아무개씨는 기자와 이야기를 이어가며 한숨을 자주 내쉬었다. 과거 회사가 워크아웃에 들어갔을 때보다 최근 3년 동안이 더 힘들다고 했다. 이씨는 "그때(워크아웃)는 회사에서 어느정도 임금 등을 조율할 수 있는 여건이라도 됐는데, 지금은 정규직들도 녹록치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회사가 어렵다 보니 공장 가동을 멈추고 있다"면서 "한 달에 적게는 3~5일 정도 (일을) 쉬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휴무기간은 중국업체인 더블스타로 회사가 매각 뒤 더욱 늘어났다는 것이 그의 이야기다. 이씨는 "예전엔 회사가 워크아웃을 신청했더라도 (타이어) 생산량은 전보다 더 늘어났던 것 안다"면서 "그런데 회사가 (중국 회사로) 팔리고 나서 (생산량을) 상당히 조율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노조에 따르면, 올해 2019년 곡성공장의 1일 최대 실제 가동률은 70% 수준이다.

워크아웃은 졸업했지만 지속된 영업적자와 쌓여가는 부채. 회사는 제품을 추가로 만드는 계획생산에서 계약만큼만 소화하는 오더생산으로 체계를 바꿨다. 생산량이 감소하자 근무일수도 줄어들었다. 구조조정 이야기가 끊이질 않았다. 비정규직일수록 불안감은 커져만 갔다.

이씨는 "정규직 자리가 비면 비정규직 선출해서 (정규직) 금액의 반 또는 60%만 주고 채워 (생산에) 영향이 덜 가도록 해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은 이마저도 장담할 수 없다. 그는 "회사가 더 힘들어지면서 결국에는 비정규직 자리를 건들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직원들 사이에) 많다"고 말했다.
 
  
 
첫 타깃

그는 지난해 11월 계약만료 및 경영난을 이유로 업체 변경 과정에서 집단해고 위기에 놓였던 미화담당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경우가 이를 반증한다고 봤다. 이씨는 "공장에서는 미화가 첫 타깃이 됐다"면서 "비정규직 정리하려고 회사에서 손 쓴 것이 아닌가라는 말이 나왔다"라고 전했다.

이런 방식의 비용절감에 대해 노조쪽에서도 강하게 반발했지만 비정규직 노동자까지 보듬어줄 수 있는 정도는 아니라는 게 이씨의 이야기다. 그는 "(생산) 현장은 최대한 회사와 갈등 없게, 줄일 거 줄이고, 도와줄 거 도와줘서 가타부타 말이 나오지 않도록 죽어있는 듯한 분위기"라고 힘들어했다.

직원들은 심리는 물론 소비도 위축됐다. 회사가 잘나가던 시절에는 금호타이어 직원이라면 아파트 3채 정도는 기본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곡성군 입면은 금타, 옥과면은 전남과학대학교와 골프장이 있어 곡성군 가운데 소득이 높은 지역에 들어간다.

물론 잘나가던 시절의 재산 축적은 정규직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다. 하지만 최근 몇년새 정규직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이씨는 "임금이 축소되다 보니 정규직도 첫마디부터 죽었다라는 말을 많이 한다"면서 "저희보다 씀씀이가 컸을 텐데 상여금이 임금에 비례해서 나와 임금이 줄면서 상여금도 대폭 줄어 많이들 힘들다고 한다"라고 설명했다.

금호타이어 직원들이 지갑을 닫자 옥과면 경제도 타격을 입었다. 이씨는 "곡성 관내에 사는 금호타이어 분들이 많지는 않다"면서도 "영향이 아예 없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는 "치킨 한 마리를 먹더라도 줄지 않았겠나"라면서 "기존 월급에 맞춰 살다가 (금액이) 줄면 그만큼 지출이 줄게 마련"이라고 한탄했다.

또 "금호타이어 내에서 광주에 거주하는 분들이 많지만, 곡성 출신이거나 이쪽에 부모님이 계시는 경우가 대다수"라면서 "자식들이 용돈을 드려도 두 번 드릴 거 한 번 드리는 등 간접적으로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을 이었다. 그는 "옥과면 주민들 가족 중 한 명은 금호타이어에 다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강조했다.

회사가 부정적인 소식으로 시끄러워지면 옥과면은 되려 조용해진다. 이씨는 "대학교와 골프장이 있다고 해도 금호타이어 직원들이 술 한잔 먹을 곳은 옥과밖에 없다"면서 "그런데 광주 거주하는 분들이 택시비가 나오고 하니까 이제는 아예 그쪽으로 다같이 넘어가 버린다"라고 말했다.
 
 곡성 금호타이어 공장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는 한 노동자가 <오마이뉴스>와 만나 인터뷰를 마친 뒤 학원에 있는 자녀를 데리러 가고 있다.
금호타이어 비정규직 노동자는 “회사 경영난 때문에 근무일수가 줄어들어 임금과 상여금 축소로 생활고를 겪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곡성 금호타이어 공장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는 한 노동자가 <오마이뉴스>와 만나 인터뷰를 마친 뒤 학원에 있는 자녀를 데리러 가고 있다. 금호타이어 비정규직 노동자는 “회사 경영난 때문에 근무일수가 줄어들어 임금과 상여금 축소로 생활고를 겪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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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이씨의 지출에도 변화가 생겼다. 미취학 두 자녀를 둔 이씨 부부는 본인들을 위한 소비는 모두 중단했다. 아이들 위주로 돌아간다. 이 또한 제약이 있다. 급여가 줄면서 큰 아이만 학원에 보내고 있다. 고정지출을 조정하는 것은 불가능해 아내가 모은 저축을 생활비로 쓰고 있다.

제조업 노동자는 일한만큼 가져간다. 잔업과 야근, 휴근(다른 노동자의 휴일에 근무) 빈도에 따라 월 급여와 이에 따른 상여금이 달라진다. 이씨의 지난해 상여금은 400%에서 200% 수준으로 줄었다. 이중 100%는 고통분담을 위해 반납한 금액이다. 이렇게 두 달에 한번씩 45만 원 정도를 쥐었다.

"금타직원이면 아파트 3채는 기본"이라던 시절은 옛말

박아무개씨도 임금과 상여금 축소로 생활고를 겪고 있다. 이씨와 마찬가지로 비정규직으로 근무하고 있는 박씨는 금호타이어라는 대기업에서 근무하고 싶어 옥과면에 자리를 잡았다. 입사 당시 워크아웃 막바지였지만 초봉 3800만 원 정도를 받았다. 물가가 싼 지방에서는 외벌이로도 넉넉히 생계를 꾸려갈 수 있는 금액이었다.

하지만 최근 급여는 예전보다 못하다. 일이 없어 출근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잔업도 없고, 상여금도 불투명하다. 박씨의 도움으로 그의 지난해 4달치 급여명세서를 살펴봤다. 4월까지만 해도 4일과 8일씩 잔업 및 야간 잔업에 투입됐다. 이후 5월은 단 하루도 없었으며, 9월과 12월은 이틀에 불과했다.

이로 인한 지급액 차이는 컸다. 급여에서 약 16만 원이 빠졌고, 평일 근무 일수에 따라 지급되는 상여금이 40~50만 원 정도 쪼그라들었다. 박씨는 "원래 상여금이 약 110만 원이었는데, 지난해 들어서 65만 원 정도로 대폭 줄어 생계에 미치는 영향이 어마어마하다"고 힘들어했다.

없던 마이너스 통장부터 만들었다. 부부의 보험을 해지했다. 아이들 것을 제외하고 매달 20여 만 원을 납입하던 암과 치아보험 등을 해약했다. 부부는 추가적으로 아낄 수 있는 비용을 고민하는 중이다. 박씨는 일단 돈을 안쓰는 것이 답이라고 했다. 쌀과 계란 등 주요 식재료는 타 지역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부모님에게서 받아오고 있다.

회사는 회식을 지원하지 않았고, 직원들도 지역에서 돈을 쓰지 않았다. 그는 "회사에서도 두 달에 한번 회식을 시켜줬는데 지금은 일절 없다"면서 "우리가 십시일반 모아서 하자고 해도 빠지는 분들도 많다"고 말했다. 공장 직원들의 발길이 줄자 이를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은 가게들도 이미 여럿이다.

박씨는 "옥과면에 사람이 아예 다니질 않는다"면서 "지난해 회사가 더블 스타로 매각되기 전 몇 달 동안 임금이 안 나와서 상권이 죽어버렸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사람들이 소비를 안 한다"면서 "근래의 상황이 당시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산산조각난 30년 전 비전..."고용 보장만 돼도 된다, 지금 이게 제일 불안"

 
 31일 전라남도 곡성군 기차마을시장 상인이 상가 앞에 쌓인 눈을 치우고 있다. 상인은 “설 대목을 앞두고도 2~3년 전보다 곡성군 경기가 좋지 않다”고 하소연 했다.
 31일 전라남도 곡성군 기차마을시장 상인이 상가 앞에 쌓인 눈을 치우고 있다. 상인은 “설 대목을 앞두고도 2~3년 전보다 곡성군 경기가 좋지 않다”고 하소연 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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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박씨는 쉬는 날 다른 임시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다. 그는 "벌이가 없기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주말에 쉬는 오후반의 경우 이미 일용직 나가는 분들도 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는 직원들이 최근 3~4달 동안 부쩍 많아졌다. 워크아웃 때도 이랬다고 한다.

그는 "만약에 회사에서 구조조정을 실시하게 되면 (곡성에서) 엄청 큰 사건이 될 것"이라고 했다. 금타 공장 아니고서는 일자리가 없다는 것이다. 박씨는 "곡성 관내 사람들이 (공장에) 많이 다니는데 (금호타이어가) 나가면 지역경제가 죽어버리지 않을까"라고 예상했다.

회사는 당초 제시한 고통분담 기간을 연장하고 싶어하는 분위기다. 이에 박씨는 "회사가 경영을 잘못했다"면서 "영업과 해외 판로를 확보하지 못한 것을 노동자의 임금으로 보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래도 고용만 보장된다면 고통분담은 참을 수 있다는 분위기. 박씨는 "제가 제일 원하는 거는 임금을 올려 달라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고용 보장만 돼도 된다, 지금 상황에서 이게 제일 불안하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그는 군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하기를 바랐다. "앞으로 고용 보장이 안된다면 이 많은 노동자들이 밖을 내쫓기는데 실제 현실로 닥치면 큰 문제가 된다"면서 "군수 등 군청 쪽이 나서서 회사와 이야기를 좀 해야한다"고 소망했다.

'경쟁력을 선도하는 아름다운 곡성인'이라는 비전에 따라 30년 간 가동된 곡성공장은 문구와 달리 현재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곳으로 보기 어렵다. 준공 이후 부분적으로 시설 투자 및 교체가 있어왔지만, 사실상 노후화가 상당히 진행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둘러본 공장 부지 내 건물들은 여기저기 페인트 칠이 벗겨지고 연혁만큼 낡은 흔적이 보였다.

노동자운동연구소의 이유미 연구원은 국내 타이어 업계 3개 회사의 유형자산 비교를 통해 금호타이어가 설비 투자에 소홀했다고 지적했다. 그가 작성한 '금호타이어 해외매각 최악의 선택' 보고서에 따르면, 2003년부터 2016년까지 금타의 유형자산은 15%(1537억 원) 증가한 반면, 한국타이어와 넥센타이어는 각각 45%, 530% 늘어났다.

한승권 금호타이어 노동조합 곡성지회 기획실장​​은 "(곡성 공장은) 감가상각비가 제로나 마찬가지인데 사실상 값어치 없는 기계나 다름없다, 그럼에도 직원들의 고통분담으로 이익을 내고 있는 상황"이라며 "2010년 중반까지도 회사가 (곡성 공장에) 시설투자를 했다면 경쟁력을 충분히 확보했을 것"이라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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