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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현장에서 소방대원의 안전을 지키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현장안전점검관'이다.

현장안전점검관은 지휘관을 보좌하며 현장에서의 안전을 총괄하는 사람이다. 현장안전점검관은 충분한 경험과 전문지식을 보유한 소방관이다. 소위 '소방대원을 지켜주는 소방관'인 셈이다.
 
한 재난현장에서 현장지휘관과 안전점검관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Missouri Fire and Rescue Training Institute)
 한 재난현장에서 현장지휘관과 안전점검관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Missouri Fire and Rescue Training Institute)
ⓒ MFR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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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대원의 순직과 부상을 방지하는 중요한 역할인 만큼 기본적으로 관련교육을 이수하고 자격을 갖춘 사람이어야 한다.

아울러 안전에 문제가 있을 경우에는 언제라도 '선조치 후보고' 할 수 있을 정도의 직급과 역량도 필요하다.

또한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리스크(Risk)를 연구하고 매번 현장에서 소방대원의 안전에 대해 지휘관과 의논하며 최근 동향을 파악해 소방대원을 교육하고 훈련시켜야 하는 만큼 전문성과 업무연속성이 필요한 직무 중 하나이기도 하다.

하지만 현장안전점검관을 운영하는 우리 소방의 현실은 여러 면에서 개선해야 할 부분들이 존재한다. 거기에 순환보직이란 악재도 있어 인사발령이 나면 언제라도 보직이 바뀔 수 있다.

업무량과 스트레스가 많고 빛이 나는 자리가 아니다 보니 소방관들조차 부담스러워하는 역할 중 하나가 되어 버렸다.

이웃나라 미국소방의 실태는 어떤가. 지난해를 기준으로 미국에서는 86명의 소방대원이 순직했다. 또한 매년 6만여 명 가까운 부상자들도 발생한다. 그래서 소방대원의 순직과 부상을 방지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소방정책 중 하나다.
 
한 무리의 소방대원들이 부상을 당한 동료 소방대원을 부축하고 있다. (사진: National Fire Protection Association)
 한 무리의 소방대원들이 부상을 당한 동료 소방대원을 부축하고 있다. (사진: National Fire Protection Association)
ⓒ NF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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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이런 정책의 중심에 바로 현장안전점검관(Incident Safety Officer)이 있다. 이미 관련 제도와 기준이 명확하게 마련되어 있는 미국에서는 해당 업무를 수행하기 전 자격취득이 우선이다.
 
2007년 텍사스 미 국방부 소방학교에서 필자가 취득한 현장안전점검관 자격증
 2007년 텍사스 미 국방부 소방학교에서 필자가 취득한 현장안전점검관 자격증
ⓒ 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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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격은 미국방화협회(NFPA)에서 만든 1521번 기준인 '소방서 안전담당관 전문 자격기준(Standard for Fire Department Safety Officer Professional Qualifications)'에 따라 이론과 실기평가를 거쳐 합격해야 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미국소방에서는 해당직무를 수행하기 전에 관련분야의 전문자격을 취득해야만 합법적으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관련 기사: 소방관 자격증, 어디까지 필요한가).

116만 명이나 되는 소방대원들 각자의 경험에 의존하기 보다는 표준화된 기준과 검증시스템을 만들어 기초부터 확실하게 잡는다는 개념이다.

현장안전점검관의 임무는 그야말로 다양하다. 소방대원들이 현장에서 소방서 표준운영절차(Standard Operating Procedure)를 준수하는지를 확인하고 위험관리계획을 세우며 현장리스크를 분석해 대응전략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사고로 실종된 소방대원이 있는지 현장에서 수시로 인원파악을 해야 하고 신속대응팀(Rapid Intervention Team)을 꾸려 유사시 현장대원들을 지원하기도 한다.
이외에도 대형재난에서는 추가로 지원받은 인력과 장비를 관리하는 등 현장안전을 총괄한다.

특히 앞서 언급된 미국방화협회 1521번 기준은 다양한 재난현장에서 현장안전점검관이 활용할 수 있도록 재난유형별 체크리스트도 마련해 놓고 있어 현장 활용도와 만족도는 대단히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의 사례를 제시하는 것이 자칫 미국이 항상 옳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다만 소방대원의 부상이나 순직이 어느 한 사람이나 가족의 슬픔으로만 끝나는 일이 아니라 그 자체가 국민의 안전에 큰 공백을 가져다주는 국가적 손실임을 고려해보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점검해 보고, 우리의 여건과 실정에 맞는 대안마련이 중요하다는 것을 지적하기 위함이다.

태그:#이건 소방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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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출생. Columbia Southern Univ. 산업안전보건학 석사. 주한 미 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소방칼럼니스트. <미국소방 연구보고서>, <이건의 재미있는 미국소방이야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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