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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구속 안희정, 굳은 표정으로 호송차 탑승 비서 성폭력 혐의 관련 항소심에서 징역 3년 6개월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1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고법에서 구치소행 호송차를 타고 있다.
▲ 법정구속 안희정, 굳은 표정으로 호송차 탑승 비서 성폭력 혐의 관련 항소심에서 징역 3년 6개월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1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고법에서 구치소행 호송차를 타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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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인에게 변명하거나 할 말 있으면 할 기회를 줍니다. 할 말 있습니까."
"..."
"선고 마칩니다."


수행비서를 수차례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1일 법정구속됐다. 1심 전부 무죄 판결 후 '다시 태어나도록 노력하겠다'던 안 전 지사는 항소심 법정에서 실형이 선고되자, 어떤 말도 하지 못했다. 무엇이 그를 '전부 무죄'에서 '유죄'로 만들었을까. 

서울고등법원 형사12부(부장판사 홍동기)는 이날 오후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추행과 강제추행 등 혐의를 받는 안 전 지사에게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했다. 공소사실 10가지 가운데 9가지를 유죄로 인정하면서다.

항소심 재판부는 또 "이 사건은 별정직 공무원 신분상 특징과 비서 관계로 인해 피해자가 피고인 지시를 순종해야 했고, (피고인이) 내부 사정을 이용해 각 범행을 저질렀다"라며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라고 했다(관련 기사: 안희정, 징역 3년6개월 법정구속... "피해자답지 않다고 진술 신빙성 배척 어려워").

지난해 8월, "위력에 의한 성폭력으로 보기 어렵다"라던 1심 재판부(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재판장 조병구 부장판사)와 너무도 달랐다. 

[위력] 존재하면 행사된다

두 재판부의 가장 큰 차이는 '위력 행사' 여부에 대한 판단이었다.

안 전 지사의 핵심 혐의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간음'의 성립조건은 위력의 존재부터 행사, 나아가 피해자의 성적 자기 결정권 침해 등이다. 법원은 피해자와 가해자로 설정된 사람들 사이에 상하관계가 존재한다고 해서 이 혐의를 인정하지 않는다.

1심 재판부가 그랬다. 조병구 부장판사는 안 전 지사의 위력은 인정했지만, 그것을 행사했다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했다. 안 전 지사가 유력 정치인이며 도지사로서 별정직 공무원 임면권을 쥐고 있으나 피해자의 태도 등이 두 사람의 관계가 성폭력이 아님을 뒷받침한다는 이유였다. 
 
안희정 '유죄' 선고 요구하는 시민들 비서 성폭력 혐의 관련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1일 오후 항소심 선고를 받기 위해 서초동 서울고법에 도착하자, ‘유죄’ 선고를 요구하는 시민들이 “안희정은 유죄다”를 외치고 있다.
▲ 안희정 "유죄" 선고 요구하는 시민들 비서 성폭력 혐의 관련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1일 오후 항소심 선고를 받기 위해 서초동 서울고법에 도착하자, ‘유죄’ 선고를 요구하는 시민들이 “안희정은 유죄다”를 외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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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항소심 재판장 홍동기 부장판사는 "피해자가 처한 상황을 비춰보면 피고인의 성관계 제안에 동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20세 연상 유부남이자 직장 상사인 안 전 지사에 대한 이성적 관심이나 흠모의 감정을 표현했다는 증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김씨가 2017년 7월 30일 첫 사건 이후에도 안 전 지사가 좋아하는 순두부 식당을 찾으려 한 일도 '피해자답지 않다'고 본 1심과 다르게 해석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수행비서로서 식사메뉴를 알아볼 수밖에 없었을 것"이며 "피해자가 곧바로 폭로하지 않고 수행하기로 한 이상, 상관에게 그런 행동을 했다고 해서 성범죄 피해자로 보이지 않는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역시 김씨가 '피해자답지 않다'며 그가 귀국 후 안 전 지사와 같은 헤어디자이너에게 머리를 한 것을 언급한 변호인단 주장도 비판했다. 재판부는 "일반적 피해자라면 보일 수 없는 행동이 아니다"라며 "성폭력 피해자의 대처 양성은 피해자의 성정이나 가해자와의 관계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는데 변호인의 주장은 주장 자체로 정형화한 피해자를 규정하는 편협한 관점"이라고 했다. 
  
[피고인 신문] 안희정에게 직접 묻다
   
1심과 달리 항소심에서 피고인 신문이 이뤄진 것도 큰 차이였다. 검찰과 안 전 지사의 변호인단, 1심 재판부는 검찰 조사가 충분했다며 '피고인 안희정'에게 직접 질문하지 않았다.

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직접 안 전 지사에게 물었다. 그 중 하나가 안 전 지사의 '김지은씨에게 정말 죄송하다, 합의에 의한 관계였다는 비서실 입장은 잘못이다, 모두 다 제 잘못'이라는 페이스북 글이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법정에서) 페이스북 게시글 의미를 부정한 바 있다"라며 "성관계 경위 진술이나 스스로의 진술을 계속 번복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의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라고 했다.

대신 재판부는 사건의 유일한 직접 증거, 피해자 김지은씨의 진술에 무게를 뒀다. 김씨는 1심에 이어 항소심에도 법정에 나와 직접 증언했다. 지난해 12월 21일 이뤄진 증인 신문은 약 6시간 동안 비공개로 이뤄졌다.

홍 부장판사는 "피해자의 진술을 면밀히 비교하면 그 주요 부분에 일관성이 있다"며 "세부적인 내용, 행동과 반응, 감정 등은 구체적이며 직접 경험하지 않고는 상세하게 하지 못한다"고 봤다. 즉 "진술 내용 자체가 모순되는 부분이 없다"고 했다.

[재판부의 눈] 2차 피해 언급에, 안희정 질책까지

'성범죄 사건'을 바라보는 재판부의 가치관도 영향을 미쳤다. 

1일 홍동기 부장판사는 선고 공판에서 "양성평등을 실현하도록 '성인지 감수성'을 잊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성인지 감수성이란 일상생활에서 성차별적인 요소를 감지해 내는 민감성을 뜻한다. 대법원은 지난해 4월 학생을 성희롱해 징계받은 대학교수의 행정소송에서 이 용어를 처음 사용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진행과정에서도 1심과 달랐다. 재판부는 김씨의 2차 피해를 우려해 모든 심리를 비공개로 진행했다. 선고 공판 때도 "피해자는 성폭력 피해를 호소하고 얼굴과 실명을 드러내 생방송 뉴스를 하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는데, 매우 극심한 충격과 고통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라며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도 근거 없는 내용이 유포돼 추가 피해를 입었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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