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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골육수로 소머리국밥을 끓이고 있다.
 사골육수로 소머리국밥을 끓이고 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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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여객선터미널 건너 작은 골목길이다. 한 끼 해결하고자 부나방처럼 찾아든 곳이다. 자그마한 식당 부엌에는 음식을 내주는 창이 하나 있다. 창이라기보다는 그냥 뻥 뚫린 문이다. 한 평 남짓한 그곳에는 이집을 오가는 손님들에게 허기를 채워준 음식 그릇과 집기들이 빼곡하다.

시선이 닿는 곳마다에서 노포식당의 분위기가 물씬 묻어난다. 입구에 쌓인 시커먼 연탄과 난로, 가격을 지웠다 다시 고쳐 쓴 바람벽에 붙은 메뉴판, 식당에 놓인 집기 하나하나 마다에 어르신의 손때가 묻어있다. 노부부는 28년째 이곳을 지켜오고 있다.
 
주인장 김영애 어르신이 밥을 공기에 담고 있다.
 주인장 김영애 어르신이 밥을 공기에 담고 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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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을 출발한 기차가 여수엑스포역에 도착하는 새벽녘에 이곳 식당(미리내식당)은 문을 연다. 어둑어둑 어둠이 채 가시지도 않은 새벽 4시께다. 여수를 찾은 여행자들과 여수의 섬을 찾는 사람들이 주 고객이다. 이곳 가까운 곳에 여수 여객선터미널이 있다.

소머리국밥에서 생선구이, 게장백반, 낙지볶음에 삼겹살까지 메뉴의 종류가 참 다양하다. 단품메뉴로 하면 좋을 텐데, 어르신은 이것저것 찾는 손님들이 많아 구색을 갖추려다 보니 음식의 종류가 많아졌다고 한다.

"이것저것 찾는 사람이 많은께 그래, 긍께 그래."

새벽 4시부터 오후 7시까지 영업을 한다. 소머리국밥은 28년째 연탄을 계속 때서 사골을 고왔다. 그냥 쉬엄쉬엄 식당일을 한다고 했다.

"손님 많으면 힘들어~깐닥깐닥(쉬엄쉬엄)해야지."

힘에 부쳐 가게가 세상에 널리 알려지는 것도 싫다는 이곳 주인장은 김영애(71)어르신이다.
 
어르신이 직접 곰국을 고와서 끓여낸 소머리국밥이다.
 어르신이 직접 곰국을 고와서 끓여낸 소머리국밥이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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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탕에 반찬이 무려 8찬이다. 남도의 후한 인심은 이렇듯 막 퍼준다.
 곰탕에 반찬이 무려 8찬이다. 남도의 후한 인심은 이렇듯 막 퍼준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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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술 한잔 하고픈 분위기다. 지인은 오래전부터 이집 단골이라고 했다. 메뉴가 너무 많아 곰탕에 대해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어르신은 자신이 직접 곰국을 고와서 손님상에 낸다고 했다.

"이 동네가 다 고만고만해, 한 가지 메뉴만 똑바로 하는 집이 없어."

음식은 정직해야 한다며 "나는 고춧가루 하나를 넣더라도 정직하게 하제"라며 맛있게 먹으라고 말한다. 이집 소머리는 겨울철에 삶아서 갈무리해둔다. 육수는 육수대로, 고기는 고기대로, 구분해 저장해두고 사용한다.

곰탕에 반찬이 무려 8찬이다. 남도의 후한 인심은 이렇듯 막 퍼준다.

"뭐든지 맛있게 잡사보라고 많이 줘요."

소머리곰탕에는 한우 암소만 사용한다. 수소에 비해 고기의 양이 적게 나오지만 맛이 더 좋기 때문이라고.

"소머리도 암수가 있어요. 우리 집은 한우 암소머리만 써요. 수소는 크고 고기 양이 많고 암소는 쪼끔 적어도 맛있어요."
 
여수 여객선터미널 앞 골목길이다.
 여수 여객선터미널 앞 골목길이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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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다음 블로그 '맛돌이의 오지고 푸진 맛'에도 실립니다.


태그:#여수여행, #소머리국밥, #여수 여객선터미널, #맛돌이, #한우 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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