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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화씨가 붕어빵을 굽고 있다.
 정수화씨가 붕어빵을 굽고 있다.
ⓒ <무한정보> 김두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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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 길거리간식하면 떠오르는 붕어빵! 바삭한 붕어빵을 한입 베어 물면 달콤한 팥이 속을 따끈하게 데워준다. 추운 날씨에 재촉하던 발걸음도 멈추게 하는 붕어빵의 매력에, 젊은이들은 붕어빵을 파는 인근을 '붕세권'이라 표현하며 그 애정을 드러내기도 한다.

충남 예산지역에 오래된 붕세권, 역전사거리 일대에 퍼지는 고소한 향을 따라 발걸음을 향했다. 파란 천막, 한 평 남짓한 공간에서 주물 여닫는 소리가 장단을 맞춘다. 매대 한쪽엔 꼬치어묵들도 김이 모락모락한 육수에 몸을 담그고 있다. 금방 나온 붕어빵들이 줄지어 손님을 기다린다.

전수화(66)씨는 붕어빵을 굽기 시작한지 막 두달 된 새내기다. 같은 목에서 13년 정도 해오던 전 주인이 그만두면서 인수했다. "시작한지 얼마 안돼서 아직 배우는 단계예요. 가끔 이렇게 태우기도 해요." 그가 멋쩍은 듯 웃으며 붕어빵 하나를 건넨다. 모든 것이 그렇듯 고소한 붕어빵이 만들어지기까지 정성과 노하우가 필요하다.
 

먼저 붕어빵기계를 30분정도 충분히 예열한다. 주물이 달궈지면, 버터 묻힌 붓으로 쓱쓱 코팅을 해야 고소한 맛이 더해진다. 반죽을 조금 부은 뒤, 팥 앙금이나 슈크림을 넉넉하고 일정하게 붕어의 머리부터 꼬리까지 넣는 것이 핵심 노하우! 다시 반죽으로 옷을 입히고 기계뚜껑을 덮어 타지 않도록 적당한 때에 뒤집어 줘야한다.

전씨가 빵 만드는 과정을 설명한 뒤 "요즘 1000원으로 사먹을 게 별로 없잖아요. 붕어빵은 1000원 갖고 배도 채우고 먹는 재미가 있어 많이들 찾으시는 것 같아요"라고 덧붙인다.

그는 이 일을 시작하면서 비법을 배우기 위해 다른 지역 가게들의 문을 두드렸다.

"홍성, 천안, 온양에 있는 붕어빵가게들을 찾아갔죠. 이제 시작하는 사람인데 비법 좀 알려달라고, 같이 먹고 살자고 사정하니 반죽이 마르지 않게 물 배합하는 법이랑 속을 일정하게 넣는 법을 알려줬어요. 가서 들을 때는 몰랐는데 직접 만들어 보니 그게 다 중요한 노하우더라고요."
 
붕어꼬리까지 일정하게 속을 채우는 것이 붕어빵굽기 핵심기술이다. ‘여기 붕어빵 좀 하네!’. 붕어꼬리까지 노란 슈크림이 꽉 차 있다.
 붕어꼬리까지 일정하게 속을 채우는 것이 붕어빵굽기 핵심기술이다. ‘여기 붕어빵 좀 하네!’. 붕어꼬리까지 노란 슈크림이 꽉 차 있다.
ⓒ <무한정보> 김두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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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삐 움직이는 그의 손을 따라 어느새 진열대에 붕어빵이 빽빽이 줄을 선다. "만원어치 구워 놓으면 든든하다"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한 손님이 5000원어치를 주문한다.

그가 개수를 세다가 고개를 갸우뚱 하더니 "한 개가 부족한지, 더 넣었는지 모르겠네. 가서 부족하믄 와서 꼭 얘기해유. 이자 붙여 줄게유"하자 손님도 "그류"하고 웃는다. 한 아름 붕어빵을 안고 나가는 발걸음이 가벼워 보인다.

전씨가 "더 가는 건 괜찮은데, 굽기 바쁠 때나 세다가 개수가 많아질 땐 가끔 덜 줄 때가 있어요. 그러면 미안하니까, 이자 붙여 드린다고 하면 손님도 즐겁고 저도 즐겁잖아요? 내 가게에 오는 사람들을 기분 좋게 해주는 것이 장사의 재미인 것 같아요. 그렇쥬?"라고 생긋 웃는다.

"포장마차라고 더러우면 안돼요. 내가 먹는다 생각하고 깨끗하게 해야죠. 손님들 쓰시라고 물티슈도 갖다놨어요"

어둑해질 무렵, 곳곳에 무리지은 학생들이 나타난다. 저녁 6~7시면 학교·학원을 마친 학생들이 많이 온단다. 중학생 둘이 금새 어묵 2개씩을 입에 넣고 나간다.

"벌써 다 먹었어? 국물 좀 먹고 가"

손님이 많아질 때를 대비해 어묵국물도 새로 더 끓이고 붕어빵도 구워놔야 한다. 그의 손이 분주해지는 것을 보며 취재를 마치려니 "아직 배워가는 중이라 써갈 게 있는지 모르겠네. 장사야 많이 파는 때도 있고 적게 파는 때도 있다 생각하며 하고 있어요. 우리 인생도 잘 풀릴 때도 있고 안 풀릴 때도 있는 거잖아요? 새해에는 다들 하는 일이 술술 잘 풀렸으면 좋겠네요"하고 웃는 그의 포장마차 안이 더욱 훈훈해진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남 예산군에서 발행되는 <무한정보>에도 실립니다.


태그:#붕어빵, #어묵, #겨울간식, #예산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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