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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취업했다는 말에 누구보다 신이 난 엄마다. 일자리를 쉽게 구할 수 없는 요즘 세상에 보란 듯이 회사에 취직한 아들이 대견하고 예쁘기만 했다. 이런 아들에게 엄마가 해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고민할 것도 없는 양복이다. 빳빳하게 다려진 셔츠에 예쁜 넥타이를 맨 말끔한 양복을 입고 출근하는 아들의 모습을 엄마는 그 무엇보다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기특하게도 이런 엄마의 마음을 알아준 착한 아들 또한 엄마가 선물해 준 양복을 차려입고 엄마 앞에 나서 자랑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고맙습니다' '엄마~' 엄마가 사준 이 양복을 입고 '열심히 회사 다니겠습니다' '충성' '엄마~' 천진난만한 밝은 미소와 함께 다소 거만한 거수경례를 아들은 엄마에게 올린다.
  
이런 아들에게서 엄마는 이 세상 모든 것을 다 가진 것처럼 마냥 행복하기만 하다. 두 번 다시 없을지도 모를 소중한 장면을 한 번만 보는 것으로 끝낼 수 없다. 두고두고 봐야 한다. 그러려면 촬영해 고이 간직할 수밖에 없다. 엄마의 휴대폰은 자연스럽게 아들을 향한다. 아들이 작업 현장에서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나고 난 뒤 공개되어 더욱더 심금을 울렸던 동영상이다.

그러나 이런 엄마와 아들의 행복의 순간도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석탄을 태워 전기를 생산하는 화력발전소에 취직한 아들의 회사는 양복과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 멀었다. 하늘 높이 솟은 굴뚝에서는 쉴 새 없이 연기가 휘날렸다. 작업장 내부는 두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 정도로 석탄가루로 흩날렸다. 바닥은 떨어진 석탄가루로 발이 푹푹 빠질 정도였다.

열악하기 그지없는 극한의 현장, 당장이라도 때려치우고 싶은 마음이 앞설 수 밖에 없는 작업 환경이었다. 그래도 아들은 코와 입을 방진마스크로 단단히 막은 채 꿋꿋이 견디며 맡은 바 임무를 성실히 수행했다. 몇 개월 만 근무하면 정규직 채용이라는 희망이 있었다. 무엇보다도 취업을 했다는 말에 양복을 사주며 즐거워했던 엄마를 실망시켜서는 안된다는 심성이 고운 아들이었기에 버틸 수 있었다.

아들은 이런 와중에서도 '문재인 대통령, 비정규직 노동자와 만납시다' 릴레이 캠페인에도 참여했다. 나는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설비 일을 담당하는 '김용균'입니다. 노동악법 없애고! 불법파견 책임자 혼내고! 정규직은 직접 고용으로!라는 그야말로 소소하기 그지없는 내용의 푯말을 들고 문재인 대통령과의 만남을 기다려 왔다.

그런데 아들은 이런 만남의 소원도 이루지 못하고 결국 세상을 뜨고 말았다. 석탄가루가 날리는 컴컴한 작업 환경에서 조그마한 손전등 하나에 의지하며 오직 정규직의 꿈을 위해 버티어 온 아들은 입사 3개월 만에 정규직의 꿈도 대통령과의 만남도 뒤로 한 채 하늘나라로 홀연히 떠나고 말았다.

취직됐다며 엄마가 사준 양복을 입고 마냥 즐거워했던 아들이 저세상으로 갔다니 엄마는 믿을 수 없었다. 꿈이었으면 했다. 하지만 참혹한 아들의 주검 앞에 엄마는 꿈이 아닌 현실임을 인정해야 했다. 정말 '네가 내 아들 용균이가 맞단 말이냐' '이 일을 어찌하면 좋단 말이냐' 엄마는 통곡하며 오열하지 않을 수 없었다.

현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엄마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들이 못다 이룬 소원을 위해 발 벗고 나설 수밖에 없다. 내 아들 용균이가 평소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비정규직의 현실을 말하려고 했다. 비정규직의 설움을 호소하려 한 아들의 마지막 소원을 엄마는 반드시 이루어 주어야만 한다. 그래서 엄마는 오늘도 문재인 대통령과의 면담을 거듭 요청하고 있다.
 
'김용균법' 통과 위해 국회 방문한 고 김용균 씨 어머니 태안화력발전소 비정규직 청년 노동자 고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씨가 2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소위원회를 방문해 임이자 소위원장과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동철 바른미래당 의원 등을 만나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이른바 '김용균법' 조속한 처리를 당부하고 있다.
▲ "김용균법" 통과 위해 국회 방문한 고 김용균 씨 어머니 태안화력발전소 비정규직 청년 노동자 고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씨가 2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소위원회를 방문해 임이자 소위원장과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동철 바른미래당 의원 등을 만나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이른바 "김용균법" 조속한 처리를 당부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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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안타깝게도 문재인 대통령의 대답은 아직 없다. 지난 17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고 김용균 씨의 명복과 애도의 뜻만 전할 뿐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세상은 사람이 먼저다. 그럴 것이 우리나라는 급속한 압축성장을 가져왔다. 이 과정에서 사람은 그저 기계에 불과했다. 파이를 키우고 보자는 성장 우선주의의 논리에 저당 잡힌 사람은 쓰다가 쓸모없으면 버려지는 소모품에 지나지 않았다. 청계천 섬유 노동자 전태일 열사가 '노동자들은 기계가 아니다'라며 죽음으로 항거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세계 경제 규모 10위 내외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마당에 이런 후진적인 성장 우선주의논리는 이제 접을 때도 됐다. 사람이 대우받는 사회로의 바뀌어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그러려면 세계 최고의 노동시간부터 줄여야 한다. 하루 세 끼 콩나물국으로 끼니 때우기 바빴던 저소득층에게 비록 쇠고기는 아니더라도 돼지고기국 정도는 가끔씩 먹을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런 게 문재인 정부가 추구하고자 했던 '사람이 먼저다'의 최소한은 아닐까. 실제로문재인 정부는 취임 초부터 국정운영의 기조를 이런 흐름으로 잡았다. 주 52시간 노동제를 법제화하고 저소득층의 소득을 높여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해 주자고 했다. 최저임금 인상의 소득 주도 성장이 그것이다. 또한 소외계층의 복지 확층도 같은 맥락이다.

이뿐만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국가의 정책 오류로 피해를 입은 이들을 만나는 일에도 정성을 기울였다. 세월호 유가족을 청와대로 초청해 끌어안으며 위로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도 만나 정부 책임을 솔직히 인정하며 사고 피해 지원 강화와 재발방지 약속도 했다

지난해 5월 18일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는  5·18 때 계엄군의 총탄에 희생된 아버지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은 딸에게 직접 다가가 포옹하며 흐르는 눈물을 닦아 주는 등 취임 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전 정권에서는 볼 수 없었던 소탈하고 파격적인 소통 행보를 보여 왔던 게 문재인 대통령이었다. 모두 다 '사람이 먼저다'의 연장선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태안화력발전소 비정규직으로 일하다 사망한 고 김용균씨 유가족 만남에는 주저하고 있는 듯한 인상이다. 오마이뉴스 보도를 보니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만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고 했다. 만남에는 시기와 명분이 마련돼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이 '산업안전보건법' 일부 항목을 완강히 반대하고 있는 만큼 개정안이 통과되리란 보장도 없을 뿐만 아니라 만약 '통과가 안 되면 만날 수 없다'라는 얘기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그리고 억울한 희생으로 슬픔에 젖은 유가족을 만나 애로 사항을 들어주고 위로의 말을 전하는 일에 시기와 명분을 따지는 것부터가 사람이 먼저인 처사와도 거리가 멀다.

그래서 묻는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람이 먼저인 세상은 아직도 유효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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