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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의 계절이 돌아왔다.
 산타의 계절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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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도 그렇지만, 중국에서도 크리스마스(성탄절)가 다가오면 천주교나 기독교를 종교로 믿든 믿지 않든, 많은 사람들이 연말 분위기와 함께 축제 기분을 내곤 한다. 하지만, 올해 중국 거리에서 크리스마스 장식물 등 관련 상품을 찾기가 쉽지 않다.

한국 언론은 '중국 정부가 크리스마스 외부 행사 금지령을 내렸다'고 진단했다. 크리스마스 관련 행사를 금지하라는 공식적인 문서나 비공식적인 구두 지시 여부를 직접 확인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지난해에 비해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나지 않는 건 사실이다.

한국·홍콩 언론은 '크리스마스 금지령'의 이유로 종교탄압, 미중 무역전쟁, 시진핑의 중국 문명 강화론 등을 제시한다. 하지만, 현재 중국에 사는 필자가 보기에는 앞뒤가 맞지 않는 부분이 존재한다. 이 글을 통해 하나하나 짚어보고자 한다.

배경을 이해하자... 중국은 내수 증대 정책을 펴고 있다

최근 중국은 내수 증대를 위한 각종 정책을 펴고 있다. 지난 22일 중국 정부는 '개인소득세법실시조례' 변경안을 발표했다. 개인소득세 추가 공제 대상 항목(자녀교육, 부모봉양, 주택담보대출이자)의 공제 금액이 대폭 늘어났다. 2019년부터 월 급여 8000위안(한화 약 130만 원) 이하의 개인 소득자 대부분은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아도 된다.

기자회견에 나선 중국 정부 공무원은 "세금을 줄여서 봉급 생활자의 소비 능력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개인소득세법을 변경했다"라고 발표했다. 중국 정부는 현재 국민 세금을 줄이는 정책 외에 각종 부분에서 중국 내수를 증대시키는 경제 정책을 강력하게 실시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중국 정부가 크리스마스 외부 행사를 금지해 관련 상품 판매 수요를 막았다면, 내수 증대보다 크리스마스 외부 행사를 금지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추측할 수 있다.

종교 탄압 때문이라고?
 
중국.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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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에 따르면 중국 정부의 종교 통제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최근 4개월 사이 세 곳의 유명 지하교회가 폐쇄됐다고 한다. 그런데 중국사람들의 '종교관'을 따져보면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 있다.

중국 역사에서 한나라는 황건적의 난으로, 원나라는 홍건적의 난으로, 청나라는 태평천국의 난으로 멸망했다. 황건적의 난을 주도한 장각은 사람의 병을 고치는 '태평교'라는 종교로 사람을 모았고, 홍건적의 난을 주도한 한산동은 자신을 현세에 내려온 미륵부처라면서 사람을 모았다. 태평천국의 난을 주도한 홍수전은 자신을 예수의 동생이라면서 기독교의 천국을 현세에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역사적으로 중국에서 종교는 황조(국가)를 멸망시킬 만큼 힘이 강했다. 하지만 중국에서 국가를 멸망시킨 종교는 모두 '죽은 후의 내세'가 아니라 '지금 현재 살고 있는 현세'를 중시했다.

중국 사람은 지금 당장 내게 도움이 되지 않는 종교에는 관심이 없다. 유교, 불교, 도교 창시자인 공자, 석가, 노자의 사상이 다르기는 하지만, 객관적으로 모두 타당성이 있기 때문에, 필요할 때마다 가장 적당하다고 생각되는 종교를 가져다 쓴다.

대학 입시나 입사 시험을 앞두고는 훌륭한 선생님이었던 유교의 공자가 필요하고, 사업에 실패하거나 연애하던 대상과 헤어져 마음이 심란하면 불교의 석가모니가 필요하고, 건강이 나빠지거나 장사를 시작할 때는 도교의 노자나 재물신 관우가 필요하다.

중국에서는 하나님을 천주교는 하늘의 주인이라는 의미로 천주(天主)라 하고, 개신교(기독교)는 상제(上帝)라고 하고, 기타 기독교는 성령(聖靈)이라고 한다. 해석하면 천주(天主)는 하늘의 주인이고, 상제(上帝)는 옥황상제처럼 하늘에 있는 황제다. 성령(聖靈)은 성인의 영혼이다. 이들은 모두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현실 세계가 아니라 하늘이나 죽은 후의 미래를 교리로 하는 천주교나 기독교는 중국 사람들의 흥미를 끌만큼 매력적이지 못하다.

청나라 멸망의 도화선이 됐던 태평천국의 난을 일으킨 홍수전은 본인이 그리스도교 신자라면서 그리스도교적인 바탕 위에 새로운 나라를 세우겠다고 했다. 요약하면 지상 낙원을 현실에서 만들겠다고 한 것. 그래야만 현세를 중시하는 중국인들이 관심을 갖기 때문이다. 당시 그리스도교 유럽 국가들은 중국의 '태평천국'을 두고 이단이라면서 어떠한 지원도 하지 않았다.

미래의 내세, 천국을 중시하는 천주교·기독교를 중국 정부가 탄압할 필요가 있을까? 혹시라도 150년 전 태평천국처럼 미래의 천국이 아니라 지금 지상 천국을 중국땅에 만들겠다는 그리스도교 종교가 있다면, 종교 탄압이 아니라 체제 전복 세력으로 보겠지만.

중국 전통문화 부활 때문에? 미중 무역전쟁 때문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자료사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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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통문화의 부활을 위해 크리스마스 외부 행사를 금지했다는 주장도 있다.

한국에서는 '전통문화'를 '그 나라에서 발생하여 전해 내려오는 그 나라 고유의 문화'라고 정의한다. 중국에서 '전통문화'는 '민족의 특질과 풍속이 모여서 관념의 형태로 나타난 사상 문화'라고 여긴다. 그러면서 전통문화란 '과거에서부터 전해 내려온 문화와 당대의 문화 그리고 외부에서 전래한 문화의 내용이 현재에 나타나는 물질, 정신의 실체'라고 한다. 중국에서 전통문화의 부활은 과거의 문화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현재 중국의 사회 체제는 공산주의와 사회주의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공산주의와 사회주의는 서구에서 중국으로 전래한 문화다. 전통문화를 그 나라에서 발생해 전해 내려오는 문화만으로 해석하면 논리적으로 모순이 생긴다.

중국이 미국과 무역전쟁 과정에서 서구 문화를 억제하기 위해 크리스마스 관련 행사를 금지했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크리스마스를 서구 문화라고 한다면, '서구'라는 지역 개념에는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도 포함된다. 중국과 미국의 무역 교역량보다 중국과 유럽(그리스도 종교 국가)의 무역 교역량 비중이 더 높은 경제 구조에서 이런 진단은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

그래서?

지난 1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와 <명보>는 베이징 인근 랑팡시 도시관리국이 '도시 전역 상점들이 길거리에서 크리스마스트리를 세우거나 장식·조명을 다는 등 크리스마스 판촉 활동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중국 인구가 14억이다. 인구가 많은 만큼 행정 단위 구조 역시 복잡하다. 정부 공무원은 어느 시대, 어느 나라에서나 관료주의 원칙에 따라, 자신이 소속된 조직의 성과를 중히 여기는 경향이 있다.

'크리스마스 외부 행사 금지'라는 결정은 그 업무를 담당하는 단위 행정 조직에서 자체적으로 진행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이것을 두고 '중국의 크리스마스 금지령'으로 확대해석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져 보인다.

태그:#중국, #크리스마스, #중국사회, #내수, #전통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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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일하고 있다. 저서로는 <중국사람이야기>,<중국인의 탈무드 증광현문>이 있고, 논문으로 <중국 산동성 중부 도시 한국 관광객 유치 활성화 연구>가 있다. 중국인의 사고방식과 행위방식의 근저에 있는 그들의 인생관과 세계관이 어떤 것인지 알고 싶어, 중국인과 대화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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