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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아톰 익스프레스> 목차를 읽었을 때는 '문과 출신인 나한테 어려운 책일 것 같다'라는 편견이 있었다. 하지만 만화라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독자가 원자에 대한 호기심을 가질 수 있도록 각 철학자(과학자)들이 토론 형태로 대화를 주고받는 형태로 이야기를 끌어나가기 때문이다.

책을 시작하는 질문은 이렇다.
 
물론 직접 보지 않고도 그 존재를 인정하기도 한다. 내가 에베레스트 산을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를 따지려 들지 않는다. 나 말고도 에베레스트 산을 본 사람들이 수두룩하고, 산 사진도 여러 번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자는 얘기가 다르다. 누구도 직접 보고 만지지 못했다. 무슨 근거로 과학자들은 원자가 진짜 있다고 선언했으며, 왜 우리는 그 선언을 당연한 사실로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 과학자들의 눈은 내 눈과 다르기도 하단 말인가?
...중략...
교과서에도 원자가 나오지만, 원자가 '진짜로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내용은 못 봤네요. 과학자들도 대부분 원자가 왜 진짜인지를 시원하게 설명해주시지는 않고요. (본문 15)

바로 이 질문을 통해 저자는 독자에게 '원자가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증명할 수 있는가?'라는 의문을 품을 수 있도록 한다. 저자가 던진 질문 그대로 우리는 과학적으로 증명되었다고 말하는 '원자'를 있다고 믿고 있을 뿐, 실제로 원자가 있는지 없는지는 알 수 없다. 모두가 '그렇다'고 말하니 그런가 보다 여기고 있을 뿐이다.

문득 호기심이 들었다. 저자가 독자에게 던진 '원자가 진짜로 있다는 것을 어떻게 증명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책이 어떻게 대답해 줄 것인지. 이 작은 호기심으로 책을 읽기 시작하자 <아톰 익스프레스>는 마치 제목 그대로 '원자를 찾아 떠나는 고속 열차'를 탄 기분으로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넘길 수 있었다.
 
아톰 익스프레스, 위즈덤하우스
 아톰 익스프레스, 위즈덤하우스
ⓒ 노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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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처럼 과학이 발전하지 않은 시기에는 원자를 확인할 수 있는 기술이 없었다. 그럼에도 '세상의 물질은 어떻게 만들어진 걸까?'라는 질문을 던진 괴짜들은 늘 존재했다. 처음 철학자들은 물질을 '이해'했다기보다는, '물질은 이런 것이다'라는 주장을 펼치며 기술이 없어 밝히지 못하는 물질의 근원을 정의하고자 했다.

탈레스는 삼라만상의 모든 것들이 '물'로부터 나왔다고 주장하고, 아낙시메네스는 공기가 물질의 근원이라고 주장하고, 어떤 철학자는 불이 물질의 근원이라고 주장하며 '그 무엇과도 섞이지 않은 근원'을 정의하고자 했다. 왜냐하면, 이들은 근원 물질보다 더 근원은 없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지금의 우리는 발전한 과학 기술을 통해 물질의 근원이라고 하는 '원자'조차 핵과 전자로 구성되어 있다는 걸 증명해냈다. 하지만 그런 기술이 없는 과거에는 도대체 어떻게 물질을 쪼개 최소 단위에 도달할 수 있었을까? 옛 철학자들은 그 최소 단위를 찾고자 질문을 던졌고, 여러 이론을 제시하며 실험을 했다.

언뜻 어린 아이 같은 호기심에 시작한 실험이지만, 이 호기심과 실험은 과학이라는 분야가 발전하도록 이끈 원천이기도 하다. 과학자들은 끊임없이 비밀을 풀고자, 때로는 자신의 가설을 증명하고자 했다. 살짝 어려울 수도 있는 이런 내용을 <아톰 익스프레스>는 만화와 논쟁 형태를 통해 굉장히 재미있게 잘 풀어낸다.

초·중·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에는 과학책에 적힌 지식을 배우면서 '사실은 이렇게 증명되었다. 그러니 일단 외워라'라는 지시에 따라 과학을 그저 외우기만 했다. 덕분에 과학에 대한 호기심과 흥미를 쉽게 잃어버리곤 했는데, 오늘 소개한 책 <아톰 익스프레스>는 그 결론에 도달하는 과정을 무척 흥미롭게 그린다.

물질이 왜 다른 쪼갤 수 없는 작은 단위로 되어 있는지에 대한 의문, 원자는 어떻게 있다고 증명이 되었는지 그 비밀을 읽어보길 바란다.

아톰 익스프레스 - 원자의 존재를 추적하는 위대한 모험

조진호 지음, 위즈덤하우스(2018)


태그:#아톰 익스프레스, #위즈덤하우스,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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